사설·칼럼 테헤란로

[여의도에서] '119보험'도입 늦추지 말자

김성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09 16:50

수정 2018.11.09 16:50

[여의도에서] '119보험'도입 늦추지 말자

지난 11월 9일은 '소방의 날'이었다. 몇 해 전 화재 진화 현장에서 '컵라면 먹는 소방관 아저씨'의 사진 한 장이 민심을 아프게 했지만 여전히 그들의 근무환경은 열악하다.

최근 5년간 소방공무원의 공무 중 부상 숫자는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 2013년 291명, 2014년 325명, 2015년 376명, 2016년 448명, 2017년 602명으로 가파른 증가세마저 보인다. 올해 2018년 상반기에만 424명이 다쳤다는 소방청 집계를 1년으로 환산하면 848명으로까지 추정된다. 문재인정부의 공무원 증원계획에 따라 소방관이 5만명까지 늘어나면 '연간 부상자 1000명' 시대도 멀지 않아 보인다.


외상뿐만이 아니다. '소방공무원 자살'에 대한 조사 결과도 충격을 줬다. '한 번 이상' 자살을 생각해 봤다고 답한 소방공무원이 전체 4만5719명 중 3807명으로 8.3%였다. '다섯 번 이상' 자살을 생각해 본 경험이 있다는 응답도 118명에 달했다.

실제로 지난 5년간 자살자는 53명으로 같은 기간 순직자 19명보다 3배 이상 많고, 퇴직 소방공무원의 평균 사망연령은 공무원 직종 중 가장 낮다.

대부분의 일반 국민은 '소방관 전용' 보험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지난해부터 정치권이 제도 도입을 적극 공론화하고 있지만 보험업계는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공적 업무라는 건 인정하지만 위험부담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소방공무원 보험은 전국 17개 시·도지사 또는 소방관서에서 일괄 가입한 '단체보험'과 개인이 선택적으로 가입하는'개인보험'으로 나뉜다.

단체보험은 지역별 재정지원, 복지정책 등에 따라 보장범위, 보험료 지원 등에 있어 격차가 존재할 뿐 아니라 14개 지자체는 소방공무원을 시·도 공무원이 가입하는 단체보험에 일괄 가입시켜야 한다. 이 때문에 소방공무원은 소방업무에 특화된 단체보험에 가입하기도 어렵다.

또한 매년 가입조건 등의 변경으로 본인이 필요한 담보를 제시하지 못할 경우 소방공무원이 개인보험을 따로 가입해야 하는 사례마저 발생한다. 개인보험의 경우 역시 직무상 고위험 업무 수행으로 인해 보험 가입이 거절되거나 가입이 가능하더라도 가입금액이 제한되거나 보험료가 상대적으로 비싼 것도 문제다.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이 대표 발의한 관련법 개정안은 여야 의원이 모두 적극성을 보일 필요가 있다. 개정법안의 핵심은 소방공무원의 실질적 보장을 확대하고, 보험 가입 거절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소방공무원 전용 단체보험 도입을 추진하라는 것이다.

개정안은 현재 가입한 단체보험보다 강화된 담보를 구성해 소방공무원의 실질적 보장을 확대하고, 시·도별 보장내용 격차를 해소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특히 보험가입 거절 사례가 많은 실손·상해·운전자보험의 보장내용을 추가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민병두 의원은 이 개정법안을 가칭 '119보험' 도입법안이라고 부른다. 국감 때마다 지적되는 가운데 올해도 어김없이 '소방의 날' 시상식이 열렸다.


시민 구조와 화재 진압·재난 구호를 책임진 그들의 건강은 국가적 차원의 문제다. 이젠 정부·여야가 함께 소방공무원들의 '119 구조신호'에 화끈하게 답할 차례가 아닐까.

김성원 정책사회부 부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