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통일

비핵화협상 장기화에 한반도 정세 난기류

임광복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09 17:46

수정 2018.11.09 17:46

북·러 정상회담 연내 무산.. 한반도 외교전 줄줄이 지연
북·미 협상 교착, 北의 비난.. ‘중재역’ 韓정부 입장 난처
북·미 비핵화 협상 장기화가 우려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국들의 정상외교도 차질을 빚고 있다.

북한은 약속한 동창리 미사일발사장 폐쇄를 중단하고, 한·미 해병대연합훈련 재개 등을 비난하는 등 대화분위기가 싸늘해져서다. 북·미 고위급회담이 지연되면서 북·러 정상회담도 내년으로 연기되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첫 방북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올해 3차례 남북정상회담과 1차례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지만 북·미 간 비핵화와 상응조치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한반도 정세 관련 후속회담 동력도 떨어지고 있다.

■"동창리 미사일발사장 해체 중단"

미국의 북한 전문사이트 38노스는 북한이 9월 평양공동선언에서 폐기하기로 한 동창리 미사일발사장 주요시설의 해체 활동이 포착되지 않고 있다고 8일(현지시간) 밝혔다. 지난 8월 3일 수직형 엔진시험대 구조물 해체작업이 포착된 후 폐기 활동이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


북측 요청으로 북·미 고위급회담이 연기되자 우리 측과 미국은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지만, 북·미 물밑조율이 쉽지 않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회의에서 대북 금융제재 완화를 요구했지만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대사는 북한의 위협은 그대로라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게다가 러시아가 김 위원장의 방러가 내년에 가능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한반도 관련 정상외교가 줄줄이 지연되는 양상이다.

전성훈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은 "(북·미 협상이 지연되는 등) 김 위원장이 러시아 가기도, 시 주석이 평양을 방문할 계기가 보이지 않는다"며 "남북정상회담을 한 번 정도 할 가능성이 있지만, 정부가 국민에 설명할 게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전체적으로 흐지부지 동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중재역 맡은 우리 측도 난처

이같이 불안한 상황에서 북한 대남선전매체들은 한·미 워킹그룹, 한·미 해병대연합훈련 재개, 인권문제 재기 등을 일제히 비난하고 나섰다.

북·미 협상 지연과 북측의 비난으로 북·미 대화의 중재역을 맡는 우리 측의 입장도 난처해졌다.

우리 정부는 회담의 연기 이후 청와대 대변인과 강경화 외교부 장관 등의 발언을 통해 "북·미 대화의 동력이 여전하고 회담도 일정상 문제로 밀린 것일 뿐 확대해석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일부 외신에 따르면 미 국방부 고위관계자가 "북이 완전한 비핵화를 계속 거부할 경우 미국이 북한의 정권교체를 추진할 수 있다"는 험악한 말이 나오고 있고, 북한도 이날 노동신문 1면을 통해 "자력갱생으로 제재압살 정책을 짓부시겠다"는 입장을 내고 있다.

우리는 북한과 벌이고 있는 각종 사업에서 제재 입장인 미국의 눈치와 외세에 신경쓰지 말고 통 크게 도우라는 북한 눈치를 동시에 봐야 하는 샌드위치 신세가 되고 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북한이 일방적으로 회담을 연기한 것은 미국의 변화를 요구하려는 의도로 읽히는데, 미국이 북한의 생각대로 움직일 가능성은 없다"며 "이 정도 상황이라면 한국의 중재도 먹혀들지 않을 공산이 높다"고 내다봤다.

lkbms@fnnews.com 임광복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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