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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칼럼] 한국 결제시장이 가야할 길

파이낸셜뉴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11 17:24

수정 2018.11.11 17:24

[차관칼럼] 한국 결제시장이 가야할 길

최근 전 세계적으로 핀테크(IT와 금융의 결합) 열풍이 거세다.

특히 지급결제 분야는 핀테크 혁신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영역이다. e메일만으로 가능한 국경 없는 결제서비스부터 여러 나라의 통화를 무료로 환전·송금해주는 서비스 등 다양한 핀테크기업이 출현해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운 편리한 서비스를 낮은 수수료로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시장 변화에 대응하는 주요 선진국의 움직임도 빠르고 과감하다. 영국은 핀테크기업이 중앙은행 결제망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화한 뒤 이미 2개 핀테크기업에 이를 허용해 은행과 동등하게 지급결제를 처리할 수 있게 해주었다. 유럽연합(EU)은 제2차 지급결제지침(PSD2) 시행을 통해 유럽 은행들이 핀테크기업에 은행 결제망을 차별 없이 제공하도록 의무화했다.
핀테크기업에 원활한 금융결제망 접근을 지원, 결제시장 경쟁과 혁신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앞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상거래 결제가 대부분 신용카드를 통해 이뤄질 만큼 결제 편의성 측면에선 세계 어느 나라에 뒤처지지 않을 만큼 성숙해 있다.

그러나 결제시장이 신용카드로 편중됨에 따라 고비용 거래구조 등 부작용도 크다. 신용카드는 외상을 통한 결제로 조달비용, 대손비용이 발생한다. 이런 비용과 함께 각종 비용이 포함된 카드수수료로 연간 10조원 이상을 가맹점들이 부담하고 있다.

고비용 구조에도 불구하고 수수료 수입의 절반 이상을 소비자에 대한 부가서비스에 지출하는 등 마케팅 위주 경쟁으로 인해 신용카드 사용이 고착화돼 있다. 이로 인해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은 혁신적 결제서비스가 나타나기 어려운 구조다.

특히 개별은행 중심의 폐쇄적인 금융결제시스템은 혁신적 결제사업자의 출현을 가로막는 장벽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다른 은행 계좌에 접근해 실시간 이체를 처리할 수 있는 개방된 결제시스템이 사실상 없는 형편이다. 이로 인해 새로운 결제사업자들이 혁신적인 직불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글로벌 결제혁신 추세와 우리나라의 현실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결제시장이 가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

첫째, 핀테크 결제사업자들이 모든 은행 계좌에 낮은 비용으로 손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개방적 결제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영국과 EU에서 시행한 차별 없는 금융결제망 접근 등 핵심 원칙들을 우리 실정에 맞게 도입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둘째, 은행 역시 개방적 결제시스템을 활용해 지급결제 기능을 대폭 강화해 직불결제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 그동안 은행은 기존 구축한 결제망을 수단으로 수수료를 수취하는 데 만족해 왔으나 이제는 변화된 환경에 맞게 적극적으로 핀테크기업과 경쟁해야 한다.


셋째, 저렴하고 편리한 결제수단이 활성화되도록 소비자의 이용 편의성을 제약하는 각종 규제와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 특히 세제 등 인센티브 구조를 과감하게 개편해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유도하는 접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이 같은 결제시장 혁신 과정에서 소비자 보호가 소홀해지지 않도록 정보보안 강화 등 두터운 소비자 보호장치가 함께 강구돼야 한다.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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