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노사정이 함께 허문 40년 낡은 규제의 벽

전용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11 17:24

수정 2018.11.11 17:24

[특별기고] 노사정이 함께 허문 40년 낡은 규제의 벽

최근 건설산업에 혁신적 '사건'이 하나 있었다.

지난 40년간 지속됐던 칸막이식 업역규제의 벽을 무너뜨리는 노사정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 간에 존재했던 업역 칸막이가 철폐되면서 상호 간에 자유로운 시장진입과 경쟁을 가능케 하는 단초가 마련된 것이다. 이는 정부(국토교통부)가 지난 6월 28일 발표한 '건설산업 혁신방안'의 후속조치 중 하나다.

이번 조치가 혁신적인 이유는 건설시장 내 경쟁을 촉진하고, 시장 거래질서를 바로 세우겠다는 지향점에 있다. 이는 한국 건설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고, 고착화된 원·하도급 관계를 해소한다는 산업적 가치뿐만 아니라 불량 건설기업(페이퍼컴퍼니)을 퇴출하고, 건설고객인 발주자의 선택권을 넓힌다는 사회적 가치도 함께 달성한다는 의의가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주목해야 할 혁신성은 노사정이 협력해 규제를 철폐했다는 것이다. 칸막이식 업역규제 철폐는 건설산업의 오랜 난제(難題)였고, 각 업역단체들도 줄기차게 문제를 제기한 것이었다. 그러나 정작 해결이 어려웠던 이유 중 하나는 '자기 업역 발전이 건설산업 발전'이라는 제한적 패러다임을 뛰어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자기 업역의 비즈니스 영역이 보장되거나 넓어지는 '착한' 규제는 지지했지만 자기 업역의 비즈니스 영역이 축소되거나 도전을 받는 '나쁜' 규제는 반대해 왔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건설산업 발전과 건설고객의 가치창출이라는 대승적 패러다임에서 각 업역단체와 노사정이 협력했다는 것이 가장 으뜸 되는 혁신성이다. 애초부터 협력하지 않았다면 철폐되지 않았을 규제였기에 더 큰 의미가 있다.

세계경제포럼이 시리즈로 발간하고 있는 건설미래보고서에서 가장 반복적으로 강조되는 키워드 2개가 있다. 생산성 혁신과 협력이다.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건설산업의 미래를 위한 핵심 생존 키워드다. 업역규제 철폐가 지향하고 있는 경쟁 촉진과 시장 거래질서 정립은 생산성 혁신을 위한 전제조건이고, 노사정 협력은 이를 가능케 한 동력이었으니 한국 건설산업의 미래를 위한 첫걸음을 내딛게 된 것 같아 기대감이 크다.

아직 단계적으로 해결돼야 할 현안도 남아있고, 한 걸음 한 걸음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0년 낡은 규제의 벽을 넘기 위해 올바른 지향점을 설정하고, 각 업역단체를 포함한 노사정이 협력한 성공의 경험을 잊지 않는다면 혁신은 반복될 수 있다. 과거에도 혁신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아이디어가 부족했던 적은 없었다.
단지 혁신을 위한 추진동력이 부족했을 뿐이며, 그 동력은 협력에서 나온다는 좋은 선례를 이번 노사정 합의가 보여준 것이다.

김한수 세종대학교 건축공학부 교수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