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인터뷰] "변리사 시험 실무형 문제 도입, 한국 지재권 경쟁력 약화 우려"

안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11 19:05

수정 2018.11.11 21:13

오세중 대한변리사회장
특허청 공무원에만 유리한 시험… 변리사 역할 줄어들 가능성
법률 서비스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해왔던 메리트 잃게 돼
합격후 수습기간 통해 역량 쌓은 다음 실무전형 보게 해야
오세중 대한변리사회장이 지난 9일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당면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세중 대한변리사회장이 지난 9일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당면 현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오세중 대한변리사회장은 지난 9일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특허청이 추진중인 '변리사 2차 자격시험 실무형 문제' 도입에 대해 수험생들의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했다. 특히 일단 시행해 보고 더 논의하자는 특허청의 제안에 대해서는 수험생과 지식재산권제도에 미칠 부작용을 고려할때 매우 무책임하고 위험한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실무형 문제 도입은 특허청 공무원들에게 유리하다는 점과 장기적으로 변리사의 역할에서 법리다툼 부분을 약화시키는 일이 될 것이라는게 변리사회의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변리사회가 자신들 직역에 대한 이익 보호에만 몰두하는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오 회장은 이에 대해 중장기적으로 지식재산권 역량이 약화되는 것을 막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70년 넘게 축적되어 온 변리사들의 노하우는 산업재산권 보호라는 사회적 이익을 위해 꼭 필요한 요소라는 설명이다.

대한변리사회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의견서를 청와대에 제출한 바 있다. 변리사 자격시험의 실무형 문제 도입을 반대하고 있는 변리사회의 입장과 배경을 오세중 회장으로부터 직접 들어봤다.

-변리사 시험 실무형 문제 도입은 이미 2014년 결정됐는데, 현 집행부가 갑자기 강하게 나서는 이유는 뭔가.

▲특허청이 실무형 문제출제 계획을 밝힌 지난 2012년부터 변리사회에서는 줄곧 반대해왔고, 2014년에도 의견서와 공청회, 토론회 등을 통해 강력한 반대의견을 개진했고 수험생들도 반대했다. 이러한 반대로 2014년 이후 이 문제는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2016년에는 특허청이 변리사시험 합격 후 받는 실무수습 기간을 단축하려고 해 변리사 1000여명이 대전까지 내려가 사상 처음으로 반대집회를 한 적도 있다.

그런데 현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11월에 실무형 문제에 대한 연구용역 결과와 시행방침을 발표한 후 올 5월에 국가지재위를 통해 추진을 의결하자 변리사회가 즉각 대응에 나선 것이다.

-특허청 공무원의 변리사 시험 지원자 숫자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실무형 문제 도입을 공무원들의 변리사 합격률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지 않나.

▲특허 공무원 이외에 일반 수험생들은 실무경험이 없다. 실무경험이 없는 수험생들에게 실무형 문제를 요구하는 것은 모순이다.

또 특허청 공무원들의 변리사 합격률이 낮아지고 있다. 특허청 공무원들은 일반 수험생 합격자의 최저 득점 이상을 합격선으로 한다. 이 때문에 합격률을 높이기 위한 정책 변경이라는 의혹이 나오는 것이다.

특허청 공무원이 변리사 시험을 보기 시작한 2000년 이후 2차 과목축소, 면제과목 선택 등의 변경이 있었다. 2009년에는 과목별 합격제 도입 시도도 있었다. 지난 1999년까지 변리사법에 시험 합격후 1년간 실무수습을 마치고 실무전형을 다시 치르게 되어 있었는데 이것도 없어졌다. 이제와서 실무문제를 도입하는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변리사회가 청와대에 제출한 의견서에 실무형 문제 도입으로 변리사 자격시험이 '에이전트 시험화' 된다고 서술했다. 에이전트화의 문제는 무엇인가.

▲에이전트라는 것은 미국식 특허에이전트를 말하는 것인데 미국은 특허변호사와 특허에이전트가 있다. 에이전트는 출원대리 등만을 할 수 있고 관련 소송은 특허변호사만이 할 수 있다. 2013년 국가지재위가 특허변호사제도를 추진했는데, 이렇게 되면 특허관련 소송 등이 미국식 고비용 구조로 바뀌게 된다.

우리나라를 비롯 대부분의 국가는 변리사 제도가 있다. 우리나라 변리사라는 전문가 집단에는 70년의 노하우가 쌓여있고, 이 때문에 지재권 법률서비스를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는 것이다. 변리사가 미국식 에이전트로 바뀌게 되면 특허관련 송무에 관여할수 없게 되고, 역할도 축소된다. 실무형 문제는 자격제도를 바꾸고, 지재권 전문가로서 변리사를 사라지게 할수 있는 조치다.

-실무형 문제출제와 변리사시험 제도에 대한 변리사회의 대안은 무엇인가.

▲변리사들의 실무역량 강화는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이것을 청년수험생들에게 시험으로 치르라는 것이 문제다. 변리사법 규정대로 변리사시험 합격 후의 실무수습 강화를 통해 실무역량 강화를 도모해야 한다.

현재의 실무수습 기간 8개월을 종전대로 1년으로 다시 환원하고, 수습 종료 후 이전에 40년 동안이나 시행되어 왔던 '실무전형'을 보도록 하면 된다. 변리사시험 개선에서 필요한 것은 전통적 산업영역 이외에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다양해지고 있는 새영역에 대응토록 하는 것이 시급하다.

-기존에는 변리사 특허침해소송대리권에 대한 중요도가 높았는데 현 집행부 출범이후 상대적으로 이에 대해선 소홀하다는 지적도 있다.

▲침해소송대리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현 집행부가 출범하자마자 국회의 여야 의원들에게 설득하는 노력을 계속 해왔다. 일단 우리사회의 인식 자체가 매우 부족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를 변리사와 변호사의 단순한 밥그릇싸움으로 보는 시각도 여전하다.

이제는 접근법을 바꿔 변리사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한 여론이나 인식 개선이 선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 집행부는 기존 집행부가 해오던 변호사와의 대결구도 프레임보다 변리사가 소송에 반드시 필요한 이유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를 얻으려고 한다.

-일반 국민이나 외부의 시각에서는 변리사회가 밥그릇 싸움이나 직역의 이익 보호를 위해 움직인다는 이미지도 있다.

▲변리사 회원들은 이미 변리사시험에 합격했거나 변리사자격을 취득해 실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실무형 문제 도입과는 이해관계가 없다.

따라서 단순한 밥그릇싸움이나 직역의 이익과 관련된 것도 아니다. 변리사들이 걱정하는 것은 변리사시험 제도 변경 과정에서 나타나듯이 이러한 정책이 전문성과 우리나라 지재권 경쟁력 약화로 귀결된다는 것이다.

이는 기업과 발명가 등 법률소비자가 피해받고 기술발전과 산업발전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모든 사회 집단과 그룹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 이익을 갖고 노력하는 것은 당연하며, 그런 활동이 사회 전체의 이익이나 발전 방향과 일치해야 한다고 본다.


변리사들의 업무는 개인의 권리를 보호하면서, 이를 통해 산업혁신과 발전을 돕는 공익적 성격을 띠고 있다. 변리사회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무료변리 활동 등에서 더 나아가, 회칙에 공익활동 의무 규정도 도입했다.
이를 변리사법에도 도입할 예정이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