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중소기업

[fn이사람] 남성준 '다자요' 대표 "빈집 빌려쓰고 새집으로 돌려드려요"

박소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12 19:38

수정 2018.11.12 22:00

빈집 고쳐 숙박시설로…남성준 '다자요' 대표
빈집 빌려 리모델링해 사용
일정기간 지나 다시 돌려줘..집가치 오르고, 지역상권 활기
[fn이사람] 남성준 '다자요' 대표

"다자요는 돈이 없어서 나온 아이디어다. 가난이 혁신이 됐다."

빈집을 고쳐 숙박업에 쓰고 다시 주인에게 돌려주는 '빈집 프로젝트'를 사업모델로 하는 남성준 다자요 대표(사진)의 고백(?)이다.

지난 8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한 '스타트업 페스티벌 2018'이 열린 부산 해운대구에서 남 대표를 만났다. 그는 '스타트업 성공사례 전파' 행사에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대표, 박승배 브랜뉴테크 대표와 함께 참석했다.

제주에서 대학까지 졸업하고 상경해 금융업에 종사하던 남 대표는 대학원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들어간 이자카야를 10년 넘게 운영하게 된다.
그러다 제주 토박이 출신이 할 수 있으면서 사회에도 의미있는 일을 찾았다. "빈집은 점차 늘고 있었고, 고쳐서 쓰기에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었다. 소유주에게 집을 무료로 빌리는 대신 멋지게 바꿔주겠다고 설득하며 여기까지 왔다."

남 대표는 처음엔 단순 제주 숙박공유 서비스를 만들 생각이었다. 2015년 다자요를 창업해 2년 동안 이에 필요한 기술을 완성시켰다. "기술만 만들면 될 줄 알았는데 규제 등 숙박 연결이 생각보다 어려웠다"고 그는 회상했다. 당시 제주에서는 에어비앤비가 무섭게 사세를 확장했다. 하지만 '한국형 에어비앤비'에 대한 규제는 더욱 강화됐다. 결국 그는 숙박공유 사업을 접게 된다.

극한에 닿았을 때 남 대표의 머릿속에 떠오른 게 빈집이었다. 남의 집을 빌려 리모델링한 후 일정 기간 숙박업에 쓴 뒤 주인에게 돌려주는 방식은 이때 만들어졌다. 주인 입장에선 인테리어뿐 아니라 부동산 가치 상승이라는 혜택을 얻는다. 다자요의 첫번째 빈집 프로젝트인 도순동 돌담집의 가치도 프로젝트 이후 크게 올랐고, 상권도 형성됐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집당 1억~1억5000만원이 드는 개·보수 비용은 크라우드펀딩으로 충당했다. 다자요는 지난해 크라우드펀딩 업체 와디즈에서 채권형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2억원을 모았다. 그리고 얼마 전 투자자에게 연 이자 3%를 전체 지급했다.

낡은 빈집뿐 아니라 공간 활용 자체가 다자요의 사업모델이다. 현재 제주도 내 미분양 타운하우스를 '스타트업타운'으로 만드는 중이다. 남 대표는 "제주가 스타트업의 성지가 되면서 스타트업 직원들이 늘고 있다"면서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스마트 스테이를 고안 중"이라고 말했다.

다자요의 확장성은 지방도시 소멸현상에서도 찾을 수 있다. 지방 거점도시는 물론 마을 인구가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관광산업과 연계해 이를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다자요는 지금까지 3억3000만원의 투자를 받았다.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3000만원, 크라우드펀딩으로 3억원을 충당했다. 관심을 보이는 사모펀드(PEF)들도 여럿 있다.

남 대표는 다자요의 미래를 '무인양품'으로 설명한다.
그는 "무인양품은 제품으로 시작해 호텔로 진출했지만 우리는 거꾸로다. 숙박시설 자체가 쇼룸이 되는 것"이라면서 "보디로션부터 침구, 가구까지 문의하는 사람이 많다.
가전업체와도 협의 중"이라고 소개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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