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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순방 결산] 숨가쁜 한반도… 남북·북미·북중·북러 릴레이 정상회담 예고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18 17:50

수정 2018.11.18 17:50

문 대통령 "김정은 답방·북미정상회담 머지않았다"
시진핑 "천시·지리·인화 맞아 가… 내년 방한·방북"
문 대통령·시진핑 주석 정상회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파푸아뉴기니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포트모르즈비 시내 스탠리호텔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것은 취임 후 네번째로 지난해 12월 중국 국빈방문에 이어 11개월 만이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시진핑 주석 정상회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파푸아뉴기니를 찾은 문재인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포트모르즈비 시내 스탠리호텔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반갑게 악수하고 있다. 문 대통령이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것은 취임 후 네번째로 지난해 12월 중국 국빈방문에 이어 11개월 만이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 순방 결산] 숨가쁜 한반도… 남북·북미·북중·북러 릴레이 정상회담 예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17일(현지시간) 파푸아뉴기니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 해결 시점이 무르익어가고 있다며 맹자의 '천시지리인화(天時地利人和)'를 인용했다. 시 주석은 "일이 이뤄지는 데는 천시, 지리, 인화가 필요한데 그 조건들이 맞아떨어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그 시점에 맞춰 내년에 방한, 방북할 계획이라는 점도 시사했다.

그간 한반도 문제에서 한 발 물러서서 '구경꾼' 역할을 해온 중국의 시 주석이 내년부터는 동북아 새질서 구축에 적극 가담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시 주석의 동태는 현재 표면적으로는 답보상태인 북·미 정상회담 개최 문제와 북·미 핵담판이 물밑에서 굴러가고 있다는 청신호로 읽혀진다.

■한반도 주변국 정상 간 연쇄회담 예고

문 대통령은 지난 16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동아시아정상회의(EAS)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과 미국·북한의 2차 정상회담이 머지않아 이루어질 전망이다"고 밝혔다. 한·중 정상이 한반도 문제 해결의 '중대 분수령'으로 지목한 북·미 정상회담은 내년 초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청와대 내부에선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답방 및 4차 남북정상회담의 연내 성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김 위원장 방남 행사를 준비하려면 시간적으로 빠듯할 수밖에 없으나 북·미 2차 정상회담 개최와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추진의 견인차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어렵더라도 해볼 만하다는 분위기다.

북·미 2차 정상회담과 남북 4차 정상회담(김정은 위원장 서울답방) 간의 순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이 '중대 분수령'을 기점으로 새로운 동북아 질서 구축에 가담하기 위한 한반도 주변국 정상들의 움직임이 빨라질 것으로 관측된다.

먼저 시진핑 주석의 방한과 방북이다. 시 주석은 문 대통령의 방한 제의에 "내년 편리한 시기에 방한할 용의가 있으며,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방북 초청을 받은 상태로 내년에 '시간을 내서' 방북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6일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는 본지 fn통일포럼에 참석해 "내년 한·중 정상의 상호방문이 예상된다"며 "시 주석은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된다면 적절한 시기에 방북할 것이며, 한반도 정세가 개선될 경우 (방문시기가) 앞당겨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시 주석이 움직이는 속도는 현재로선 북·미 2차 정상회담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이 한·중 정상회담에서 인용한 천시지리인화(天時地利人和)는 맹자가 왕도론을 전개할 때 쓴 말이다. 맹자는 전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하늘의 때, 지리적 이점, 인화 모두 필요하나 그중에서도 인화, '사람 간의 정신적 교감과 단결'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봤다. 시 주석의 발언은 '김정은-트럼프' 두 리더의 조합에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역시 현재 김정은 위원장의 내년 방러 계획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여기에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내년 말 개최되는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특별 게스트로 초청을 검토 중이다. 김 위원장으로선 남북, 북·미, 북·중, 북·러 정상회담에 이어 아세안 정상들과 회담이란 외교 스케줄을 쥐고 있는 셈이다.

■文대통령 비핵화 동력 부양

문 대통령은 이번 5박6일간의 아태지역 순방을 통해 비핵화 동력을 부양하는 데 합격점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문 대통령을 향해 "북쪽과 좀 더 긴밀히 소통하고 대화해달라"고 요청했다. 펜스 부통령의 이런 발언은 사실상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다. 펜스 부통령은 당일 오전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를 나눈 사실을 공개하며, 자신이 전하는 메시지가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임을 강조했다. 미국이 문 대통령에게 북·미 대화 중재자 역할을 요청한 것으로 해석된다. 넓게는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답방 및 4차 남북정상회담 선(先)개최와 북·미 2차 정상회담 후(後)개최로 순서를 잡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는 그간 '한국이 너무 앞서나간다'며 속도조절을 요구해온 워싱턴의 목소리와도 확연히 차이가 난다. 문 대통령의 중재 행보가 한층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문 대통령은 파푸아뉴기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끝으로 5박6일간의 순방을 마무리하고 이날 오후 귀국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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