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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논단] 디지털 문명 시대,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안삼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21 17:12

수정 2018.11.21 17:12

[fn논단] 디지털 문명 시대,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꾸준히 추진해온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많은 비판에 직면해 있다. 경제 전반에 적신호를 나타내는 데이터들이 속출하면서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에서까지 정책기조를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런데 같은 데이터를 두고 청와대의 시각은 확연히 다르다. 경기회복이 오고 있으니 조금만 더 참아보자고 한다. 청와대의 신념은 확고해 보인다.

정치는 신념으로 세상을 바꾸는 꿈을 꾸는 사람들이 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중에게 신념을 심고 그것을 승화시켜 그들이 원하는 권력을 창출하고 세상을 바꿀 힘을 얻는다. 문재인정부도 그렇게 탄생했다. 그리고 그 신념을 담아 경제정책을 추진해왔다. 그런데 정치와 달리 경제는 숫자를 통해 냉정한 상태를 보여준다. 청와대는 그 숫자에도 신념을 담을 수 있다고 믿는 듯하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런 시대는 지났다. 지금은 모든 것이 데이터를 통해 민낯을 드러내는 시대다. 지금은 언론이 국민을 통제하는 시대가 아니라 개인이 언론을 선택하는 시대, 아니 그걸 넘어 개인이 언론 역할을 스스로 할 수 있는 시대가 돼버렸다. 경제상태에 관한 분석 데이터는 특히 그렇다.

경제 데이터를 보자. 신념을 실천한 2년 동안 최저임금은 30% 상승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고 상승률이다. 당연히 기업은 종업원을 줄이는 전략을 짠다. 신념을 실천하기 위해 임시직은 정규직으로 전환시켜 줬다. 기업은 당연히 신규 채용을 줄인다. 주당 52시간 근무도 법으로 강제하기 시작했다. 그러면 고용을 늘릴 것이라고 신념이 예측했다. 그런데 숫자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의 고통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 카드가맹점은 22%나 줄어버렸고, 연매출 5000만원 이하 영세 자영업자의 매출은 4% 감소해버렸다. 전체적 고용감소와 정규직 증가로 인해 20대 실업률(9.3%)은 급격하게 상승, 1999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책이 신념을 담아 시행됐건만 데이터는 대한민국 경제에 커다란 상처를 내고 있다고 말할 뿐이다.

문재인정부에 대한 지지도 하락은 이 데이터를 정확히 반영한다. 자영업자 지지율은 올해 1월 67%에서 11월 40%로 하락했다. 20대의 지지율은 올해 5월 85%에 이르다가 11월에는 56%로 무려 29%포인트나 하락했다. 디지털 문명 시대의 국민은 스마트하다. 다양한 검색을 통해 정확한 원인과 데이터를 파악한다. 이렇게 스마트하게 진화해버린 사람들에게 숨길 수 있는 데이터란 없다. 국민의 지지를 받으려면 경제 관련 데이터를 개선해야 하고, 그것을 실행하려면 신념을 버려야 한다. 이것이 지금 청와대의 딜레마다. 답은 정해져 있다.
솔직하게 더 못사는 사회로 가더라도 우리의 신념을 실현하게 도와달라고 호소하거나, 정치적 신념을 수정해 더 잘사는 사회로 가겠다고 선언하고 실천해야 한다. 그리고 선택을 기다려야 한다.
신념으로 무장하고, 언론으로 호위하며 가짜 데이터를 만들어 끌고 갈 수 있는 국민은 없다.

최재붕 성균관대 기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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