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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文대통령, 민노총과 '결별' 아닌 '동행' 택한 이유는

조은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22 18:16

수정 2018.11.22 21:04

경제사회노동委 출범식 靑에서 개최 
"대화와 타협은 시대적 소명"
文대통령, 민노총에 작심발언과 구애발언 동시 구사 
내년 1월 민노총 대의원회의가 분수령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촉장 수여식에 입장하며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촉장 수여식에 입장하며 김주영 한국노총 위원장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22일 총파업에 돌입한 민주노총에 대해 결별이 아닌 '함께 가겠다'는 메시지를 발신했다. 민주노총이 변화의 길로 들어서야 한다는 게 전제조건이다. 공은 이제 민주노총으로 넘어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노동분야 새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출범식에서 "노동계와 경영계를 국정의 동반자로 생각하는 입장은 확고하다"고 밝혔다.
경사노위에 불참한 채 총파업에 돌입하는 등 최근 극단적 투쟁방식을 택한 민주노총을 향한 문 대통령의 첫 공개 발언이다. 약 9분간 (200자 원고자 17매 분량)의 모두발언에서 문 대통령은 민노총에 대한 '작심 발언'과 '달래기 발언' 두 가지 화법을 구사했다. 전체적인 맥락으로는 민노총과의 결별이 아닌 동행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文대통령 작심화법과 달래기 발언
먼저 "자기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투쟁하는 게 아니라 대화와 타협 양보와 고통분담을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는 "사회를 이끄는 책임 있는 경제주체로서 가져야 할 시대적 소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대화의 주체는 노동계와 경영계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며 "사회적 대화의 필요성에 공감한다면 제도의 틀 안에서 대화를 통해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경제주체의 고통분담 자세를 당부하며 "양보와 타협없이는 한발짝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일방의 희생만을 강요한다면 타협도 어렵고 이행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에 대화와 타협이란 대승적 결단을 촉구한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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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 발언에 이어 구애 발언도 이어졌다. 문 대통령은 "오늘 민주노총의 빈자리가 아쉽다"며 "민주노총은 노사정대표자 회의, 논의 과정에서 사회적 대화에 대한 의지와 진정성을 보여줬다. 위원회가 사회적 총의를 담아 많은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민주노총이 빠른 시일 내에 참여해 주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민주노총의 참여야말로 노동계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했다. 현재 민주노총의 반대로 난항을 겪고 있는 '광주형 일자리' 협상에 대해선 "광주형 일자리 모델은 고용위기에 빠진 우리 경제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며 "통 큰 양보와 고통분담을 통해 꼭 성공하기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서로가 역지사지의 입장에서 대화를 통해 절충안을 이끌어내고 그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며 노사의 양보와 타협을 통한 상생과 연대를 촉구했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등 정부 노동정책에 반대하는 11.21 총파업 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탄력근로제 확대 적용 등 정부 노동정책에 반대하는 11.21 총파업 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참여정부 학습효과 때문인가
문 대통령이 민노총과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점을 드러낸 건 참여정부 때의 학습효과가 컸다는 게 중론이다. 확실한 지지층인 노동계와 결별은 당시 정권 차원에선 큰 결단이었으나 그에 따른 대가 역시 만만치 않았다. 노무현 정부 출범 초기인 2003년 5월 민주노총은 철도노조·화물연대 파업을 주도하며 정부에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노조들이 정부 길들이기를 하려 한다", "대통령 못 해 먹겠다"는 등 강한 발언을 이어가며 강경하게 대응했다. 2006년 11월 파견법과 기간제법 국회 통과, 이어 2007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타결로 참여정부와 민노총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았다.

참여정부와 민주노총 사이 갈등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여기에 이라크 추가 파병 이슈까지 겹치면서 민주노총과 정부는 사실상 결별 수순을 밟았고, 노 전 대통령의 지지율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당시 청와대 참모로서 노 대통령과 민노총의 결별 과정을 지켜본 문 대통령은 후에 자서전 '운명'에서 이렇게 기술했다. "노동계가 참여정부에 대한 기대 때문에 처음부터 서두르거나 과욕을 부린 것일지도 모르겠다. 또는 노동계의 높은 기대를 참여정부가 감당 못했을 수도 있다"며 "어쨌거나 (노정갈등이)결과적으로 개혁역량을 손상시킨 측면이 크다."

문 대통령도 지난 5월을 기점으로 노정 갈등에 직면했다. 당시 국회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대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부터 민주노총의 볼멘 소리가 시작됐다. 그러다 최근 정부가 탄력근로제 확대 추진을 발표하자 본격적인 대립 양상으로 바뀌었다.

민노총은 지난 21일 총파업에 돌입했다. 또 새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사노위에도 합류하지 않았다. 민노총의 불참으로 경사노위는 18명 체제가 아닌 17명 체제로 출범하게 됐다.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을 찾아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참여하는 것은 시대적 의무라고 본다"며 "자동차·조선·철강 등 제조업이 구조조정 등 많은 과제를 안고 있는데 주요 제조업 노조가 민주노총에 속해 있어 앞으로의 논의를 위해 민주노총이 꼭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김의겸 대변인은 "문 위원장이 '법이 개정되고 반년이나 지나 출범하는 것은 민주노총과 함께하고자 하는 여러분의 이해와 애정 때문'이라는 발언에선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결별이냐, 달래기냐.' 결국 정부는 정권 창출의 우군이었던 민노총과 함께 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했다.
민노총의 선택은 내년 1월 신년 정기 대의원 대회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ehcho@fnnews.com 조은효 이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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