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서]

지역축제 '그들만의 잔치' 벗어나려면



대한민국 곳곳에선 사계절 내내 다양한 축제가 열린다. 축제는 계절의 변화를 알려주고, 자연의 아름다움과 문화의 풍요로움을 선사하는 등 우리 삶과 한시도 떼어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지역축제는 우리 관광문화를 대표하는 콘텐츠다. 아쉽게도 우리는 일제강점기에 지역축제가 모두 사라지는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일제가 우리 문화 말살정책을 실시하면서 우리 축제 대부분이 역사적 연결고리를 상실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가 1996년부터 지역의 우수한 축제를 발굴해 예산과 홍보 등을 지원하는 문화관광축제 제도를 운영하면서 지역축제의 뿌리를 복원해 지속적인 발전을 이뤄냈다. 이 문화관광축제 제도를 통해 보령 머드축제, 김제 지평선축제, 진주 남강유등축제 등이 지역을 대표하는 관광콘텐츠로 성장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문화관광축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쉽게도 문화관광축제에 대한 정책적 고민이 다소 부족했기 때문이다. 전국 각지의 수많은 축제들이 계속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정책적 지원이 제대로 이어지지 못해 정체되기도 하고, 매해 변화없이 마치 숙제를 하듯이 열리는 축제로 인해 관광객들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사례도 속속 들려온다. 국내 지역축제들에 대해서 오랫동안 빈번하게 제기됐던 비판 가운데 하나는 콘텐츠가 서로 비슷비슷하고, 축제가 열리는 지역의 고유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여행객들의 흥미를 끌어낼 수 있는 매력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문화관광축제 발전을 위해 더 깊이 있고 장기적 안목에서 고민해야 할 시점이 온 것이다. 지방자치 분권 시대에는 정부가 선도하는 방식이 아닌 지역이 주도하고 정부가 후원하는 새로운 정책이 필요하다. 축제평가제, 등급제, 일몰제 등 기존 제도 전반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 축제의 특수성 및 문화적 다양성을 고려할 때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축제를 평가하고 등급을 부여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수요자 중심의 평가 주체를 다각화, 실질적 평가체계가 이뤄지도록 개선해야 한다. 아울러 축제의 독립성과 차별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경쟁력 있고 잠재력 있는 축제를 발굴·육성할 수 있도록 정책 방향을 검토할 시점이다.

축제나 행사 지원사업을 총괄하는 전담조직이 특별히 없다는 점도 문제다. 문체부 내 축제·행사 사업을 총괄 조정하는 조직이 없어 축제별 체계적 성과관리 및 종합적 정책 수립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문적 축제조직의 가장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축제 콘텐츠의 고유성과 창의성을 높일 수 있는 주체라는 점이다. 캐나다 오타와 페스티벌, 네덜란드 로테르담 페스티벌 등 세계 각국에선 축제행사 지원을 총괄하는 전담조직을 설립해 효율성과 전문성을 높이고 있다.


기존 성장동력이 한계에 다다른 지금, 우리나라는 새로운 성장 발판을 구축할 시점이 다가왔다. 문화의 시대에 문화관광축제가 지닌 거대한 잠재력이 주목받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화관광축제의 가치를 재인식하고, 제도적 지원 기반을 확충해 과거에 대한 성찰과 함께 고유의 정체성을 계승·발전시키고 축제의 질을 한층 높일 수 있는 정부의 중장기 정책 방향과 전략 마련을 기대해 본다.

yccho@fnnews.com 조용철 문화스포츠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