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공기관·기업 한자리에… 대구 ‘물산업 실리콘 밸리’ 열린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27 18:16

수정 2018.11.27 18:16

정부 예산 2400억원 투입..대구 물산업 클러스터 조성
7225억弗 물 시장 정조준..연구기반·네트워크 '탁월'
진흥·실증화 시설 등 갖춰
부족한 생활인프라 '단점'..고급인력 유인은 과제로
사진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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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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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3 정부는 대구광역시에 국비 2400억원을 투입해 200여개 물 관련 기업들이 상시 연구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춘 물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한다. 내년 7월 완공을 앞두고 11월말 현재 공사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 클러스터의 핵심 시설인 대형 정·하수도 실증 플랜트들도 이미 설치를 마치고 시험 가동을 준비중이다. 사진 1, 2는 실증플랜트, 3은 기업들이 대형 기자재를 이용해 제품 테스트를 할 수 있는 수요자설계구역이다.
사진3 정부는 대구광역시에 국비 2400억원을 투입해 200여개 물 관련 기업들이 상시 연구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춘 물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한다. 내년 7월 완공을 앞두고 11월말 현재 공사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 클러스터의 핵심 시설인 대형 정·하수도 실증 플랜트들도 이미 설치를 마치고 시험 가동을 준비중이다. 사진 1, 2는 실증플랜트, 3은 기업들이 대형 기자재를 이용해 제품 테스트를 할 수 있는 수요자설계구역이다.

【 대구=이병철 기자】 대구광역시 남서쪽의 끝자락. 대부분 황량한 땅이고 공장들이 드문드문 자리잡고 있는 이곳에 최근 활기가 돌고 있다. 지난 2년간 수 많은 공사차량과 망치 소리가 인적 드문 동네를 깨운 이유는 '물산업 클러스터' 조성이다. 미래 한국의 물산업을 책임질 곳이다. 정부 예산 2400억원이 투입됐다. 물과 관련된 공공기관과 연구인력, 기업들이 한 데 모여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 조성된 소위 '물 산업 실리콘 밸리'다.

물 산업이 해외 진출을 모색하기 위한 교두보다.

■한국판 '물 산업 실리콘 밸리'

27일 찾은 물산업 클러스터는 마지막 공사가 한창이었다. 10여개가 넘는 대형 건물들이 14만 5168㎡(4만 4000평) 부지에 넓직하게 자리 잡고 있었다. 내년 7월 본격 운영을 앞두고 건물 외형 공사는 이미 마무리가 됐다. 현재는 내부 공사가 진행중이었다. 일부 중요한 건물에는 실험용으로 쓰이는 대형 플랜트 시설 등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물산업 클러스터는 정부 차원의 산업 발전 전략이다. 해외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반면 국내 시장은 이미 포화 시장인 물 산업의 발전 방향을 고민하던 차에 잉태됐다.

김동창 환경공단 물산업클러스터 운영준비반 차장은 "이미 국내는 상수도 98.8%, 하수도 92.9%가 공급돼 있어 국내 물 시장은 포화 상태"라며 "상하수도, 해수담수화 및 먹는 샘물 등 물산업 분야의 기술은 꾸준히 향상돼 해외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세계 물 시장 규모는 7225억 달러였다. 2020년에는 8184억 달러까지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국내 물 기업들이 해외에서 활약하기 위해서는 극복해야 할 과제가 있다. 현재 국내 1만여 개의 물 관련 기업들 중 70% 이상이 10인 미만으로 영세하다. 분야도 건설 및 시공업과 제조업에 치중돼 있다. 정부가 '물 산업 클러스터'를 만든 이유이기도 하다.

■상·하수도 등 처리 시설 이용한 제품 개발

물산업 클러스터는 크게 물산업 진흥시설과 물산업 실증화시설, 기업집적단지로 구성된다.

진흥시설에 자리잡은 글로벌 비즈니스센터, 워터캠퍼스, 물융합연구동 등은 기업 등의 연구개발 및 판로확대, 임대 공간 등의 목적으로 사용된다.

핵심인 실증화 시설은 대규모 실험이 진행되는 곳이다. 전성진 환경공단 물산업 클러스터 추진기획단 과장은 "물 관련 연구소, 기업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연구시설 및 연구인력, 판로 확대가 물산업 발전에 중요한 과제라는 답변이 많았다"며 "이를 바탕으로 다양한 실험 시설 등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해외에도 비슷한 물 산업 클러스터가 있지만 그들과 다른 차별점은 실증화 시설을 바탕으로 조성된 강한 연구기반과 네트워크다.

실증화 플랜트는 5층 높이 건물에 길이가 100m 가량 됐다. 이런 플랜트가 건물별로 배치돼 총 8개가 있었다. 이곳에서는 정수, 하수, 폐수, 재이용수가 24시간 운용 돼 기업이나 연구소들이 언제나 제품 테스트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지자체 등에 설치된 상하수도 플랜트 등을 실험할 수 있는 형태로 제작한 것이다. 김동창 차장은 "땅에 묻혀 있는 플랜트를 연구를 위해 별도 제작해 지상에 노출시킨 것은 세계 최초"라며 "하수처리장, 폐수처리장 등을 설치한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고 밝혔다. 낙동강 물을 직접 끌어다 상용하고 폐수 등도 인근 공단에서 직접 공급 받아 실험에 이용한다. 이미 세계 몇 개국에서 완공 전 이곳을 방문, 견학을 하고 갔다.

실증플랜트와 붙어 있는 수요자 설계 구역은 총 45개의 공간으로 나눠져 있다. 한 공간당 150㎡(50여평)으로 건물 3층 높이다. 지게차 등으로 실험 기자재를 나를 수 있도록 설계됐으며 제품 테스트를 위해 실증플랜트의 물을 이곳까지 직접 가져다 쓸 수 있도록 파이프로 각 방마다 연결돼 있다.

■연구 인프라 조성 으뜸··· 인력 유인은 과제

물 클러스터는 철저하게 물 관련 기업들 중심으로 설계됐다. 실증화 플랜트와 수요자 설계 구역 이외에도 물융합연구동이 별도로 마련됐다. 이곳은 기업이나 연구소들이 실험실 단계의 연구를 할 수 있는 공간이다. 환경공단은 200억원 규모의 실험 장비를 구입해 제공할 계획이다. 김동창 차장은 "클러스터 내에 200여개 기업들이 24시간 연구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됐다"고 밝혔다.

이곳 주변에 물 산업 관련 기업들이 입주할 수 있는 기업집적단지도 현재 함께 조성중이다. 지금까지 롯데케미칼 등 24개 기업이 입주를 확정했다. 대구시와 환경공단은 입주 기업 수를 더 확보하기 위해 최근 설명회 등을 개최하고 있다.

인재 양성을 할 수 있는 워터캠퍼스, 판로지원 목적의 글로벌 비즈니스센터 등도 이곳의 자랑이다.

다만 물 산업 클러스터 인근 인프라는 약점으로 꼽힌다. 대구 중심가에서 승용차로 한 시간 거리에 있고 주변 주거 단지 등이 활성화되지 못했다. 물 산업 관련 연구인력, 종사자들에게는 좋은 일터가 될 수 있지만 그 이외 생활적인 부분에서는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고급 연구 인력을 유인할 요인을 찾는 게 시급한 과제로 꼽히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환경부의 연구개발(R&D)을 총괄하고 있는 한국환경산업 기술원의 이전도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서울에 위치한 환경기술원의 기능이 물산업 연구개발에 중요한 역할을 차지할 수 있다는 근거다.

그러나 환경부와 환경공단은 우선 물 산업 클러스터에 입주해 성공한 기업과 사례를 우선 창출하는게 급선무 과제라는데 의견을 일치하고 있다.
김동창 차장은 "실증화 시설을 이용한 성공사례 등이 나오면 기업과 연구소들이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pride@fnnews.com 이병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