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게임은 우리의 놀이 문화

김아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29 16:44

수정 2018.11.29 16:44

[기자수첩] 게임은 우리의 놀이 문화

아들을 민사고, 서울대를 거쳐 공직에 입문시킨 지인이 있다. 공부만 잘한 것이 아니라 성품도 바르게 아들을 잘 키웠다. 그의 엄마를 롤모델로 삼아 나도 내 아이를 잘 키우려고 노력 중이다. 아직 우리 아이들에게 휴대폰을 사주지 않았지만 학교나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모바일 게임을 접하게 되면서 곧 게임을 시작하게 될 것 같은 위기감(?)이 들었고, 해당 지인에게 그 훌륭한 아들은 게임 같은 건 안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다. 그렇게 공부를 잘하는 모범생은 게임을 당연히 안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초등학교 때부터 게임을 했단다.
초등학교 때부터 주말에 4시간씩 게임을 했고, 민사고에 가서는 기숙사라 부모가 관리할 수 없었기 때문에 매일 1시간은 하지 않았을까 하는 게 그 엄마의 추측이다.

이 같은 성적 상위 1%의 학생도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게임을 한다면 거의 모든 학생이 게임을 한다고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이처럼 게임은 1020세대에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했지만 아직도 게임을 도박과 같은 규제해야 하는 대상으로 보는 시각이 남아있다. 강서구 PC방 살인사건 때도 가해자가 게임을 해서 공격성이 나타났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그렇게 따지면 10~30대 초반 남성 대부분이 게임을 하는데 이들은 모두 공격성이 주의된다는 말인가. 게임을 하면 공부에 방해가 된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나의 지인의 아들 케이스는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오죽하면 게임사들은 이런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개선을 위해 수억원의 돈을 들이고 있다. 이미 게임은 하나의 문화인데 '게임=문화'라고 설득하는 꼴이다. 게임은 우리나라의 효자 산업이기도 하다. 게임사들의 해외매출 비중이 연일 늘어나는 시점이기 때문에 더욱 콘텐츠에 투자해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상황에서 쓸데없는 데 돈을 들여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게임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그들 세대는 꽃을 따먹고 놀았다. 우리가 어릴 때는 밖에서 고무줄놀이, 술래잡기 등을 했다. 지금 아이들은 게임을 한다. 놀이의 수단이 바뀌었을 뿐이다. 먼지 낀 꽃을 씻지도 않고 먹다니 나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이해는 된다.
그때는 지금처럼 오염된 공기 속이 아니었을 터다. 우리가 그들을 이해하는 것처럼 그들도 이해해야 한다.
게임은 우리의 놀이 문화다.

true@fnnews.com 김아름 정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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