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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 사태, 커지는 기획 논란


"외부 회계감리를 거쳤고, 엄격한 상장 심사과정에서 금융당국도 문제없다고 결론 내린 사안이다. 일년반 새 정반대 판단이 나오기까지 바뀐 거라고는 정권밖에 없다. 애초부터 삼성 경영승계 이슈를 목적으로 기획된 게 아닌지 의심이 든다."

지난 27일 서울 세종대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바른사회시민회의 주최 정책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한 경제학자들은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고의 분식회계 사건을 이렇게 진단했다. 김정동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바 사태는 최저임금 인상,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동일한 철학이나 사상적 바탕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고 의문을 던졌다. 신도철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연계시켜 연금사회주의로 가는 수순은 아닌지, 궁극적으로 대기업을 국유화하려는 건 아닌지 우려가 든다"고까지 주장했다.

이런 관점은 보수학자들의 확대해석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삼바 사태의 시작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개연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2016년 말 이 문제를 제기한 참여연대와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삼바 회계처리 이슈를 삼성의 경영권 승계와 '패키지' 의혹으로 제기했다. 그리고 정권교체 후 금융감독원장으로 내정된 김기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삼바 사건을 최우선 현안으로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김 전 의원은 참여연대 설립을 주도한 대표적인 진보계 인사다. 이후 금감원장이 교체됐지만 금융감독원과 증권선물위원회는 과거 판단을 번복하고 고의 분식회계 결론을 내렸다.

금감원과 증선위는 삼바 재감리와 심의 과정에서 삼성 경영승계와의 연관성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증선위 결정 이후 진보진영을 중심으로 이미 삼바 사태가 삼성 경영권 승계의 도구로 낙인찍히는 상황이다. 이제 삼바 사태는 보수와 진보 진영 간 이념대립 양상까지 비화되고 있다. 이런 구도는 집권 여당마저 앞장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삼바가 고의 분식회계 결론에 불복해 법적 대응에 나서자 곧바로 이재용 부회장의 상고심을 염두에 둔 '시간끌기'라는 논평을 내놨다. 이를 두고 경제단체 한 임원은 "야당 시절 보여주던 행태를 집권 여당이 되고서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우리나라는 법치주의 국가다.
행정당국의 처분이 부당하다면 사법부의 심판을 구하는 건 헌정 질서의 기본이다. 더욱이 고객과 투자자 신뢰가 심대한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기업의 방어권 행사는 당연하다.

토론회에 참석한 한 경제학자는 "삼성 경영승계라는 프레임에 삼바 사태를 억지로 끼워 맞추려 한다면 진보진영이 수 없이 비판해온 검찰의 '짜깁기 수사'나 사법농단과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최갑천 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