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서]

다시 떠오르는 금융홀대론의 기억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가 결국 정부의 뜻대로 됐다. 카드업계에서 기를 쓰며 반대했지만 정부는 카드업계의 말을 듣지 않았다. 정부는 신용카드가 공공적 성격이 강하고 카드업계가 독과점 형태여서 시장개입이 불가피하다며 카드수수료 인하를 밀어붙였고 관철시켰다.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비용부담을 줄여주는 차원에서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을 낮췄다는 것이 정부와 여당의 설명이다.

4개의 전업계 카드사와 4개의 은행계 카드사로 구성된 카드업계는 죽을 맛이다. 순익 감소는 물론 생존까지 거론하고 있다. 카드업계 노조까지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것을 보면 카드업계의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카드업계 일각에서는 대한민국 카드산업은 죽었다는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보험업계도 마찬가지다. 카드수수료 인하가 시행된 후 숨을 죽이고 있다. 사실상 이미 실손보험료를 통제당하고 있는데 그 불똥이 다른 보험상품으로 튈까봐서다. 정부는 이미 실손보험료를 사실상 통제하고 있다. 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뜻하는 '문재인케어'가 시행되면서 보험업계가 이득을 보니 실손보험료 인상을 자제시키는 것이 마땅하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보고서를 통해서다. 당시에도 보험사들은 말은 못하고 입이 삐쭉 나왔다. 실손보험료 손해율이 상당히 높았지만 대응할 수 없었다.

그 때문일까. 자동차보험료 인상 필요성을 연이어 주장했었던 손해보험사들이 잠잠한 느낌이다. 물밑으로는 자동차보험료 인상을 추진하는지 모르겠으나 수면 위에서는 적어도 잠잠하다. 어쩌면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료 인상이 절실하지만 지금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소나기는 피해가자는 격언을 떠올리면서 말이다.

실손보험료 인상 자제와 카드수수료 인하를 관철시킨 정부가 현재는 은행들에 가산금리 원가 공개를 압박 중이다.

은행들은 가산금리 원가 공개에 대한 요구가 나올 때마다 영업비밀이라며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

현재 정부는 '대출금리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은행 대출금리 산정체계 합리화 방안을 최종 조율 중이다.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제멋대로 산정하지 못하도록 정보 공개 범위를 확대해 금융소비자에게 견제 권한을 준다는 이유다. 이 정책이 소비자에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알 수 없다. 이런 원가가 공개되면 카드업계가 카드수수료 인하 후 부가서비스를 축소하는 것처럼 은행들이 다른 방법을 써서 금리를 인상할 지 알 수 없다. 풍선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는 셈이다.

문재인정부 출범 후 한동안 '금융홀대론' 논란이 있었다. 당시 나왔던 금융홀대론은 문재인정부가 금융에 대해 무지.무심하다는 것이었다. 또 금융을 실물경제에 대한 지원 역할 정도로만 여긴다는 게 세간에 나도는 금융홀대론의 요지였다.

지금 이 시점에서 금융홀대론이 다시 떠오른다. 금융산업은 물론 실물경제의 성장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맞다. 자체적으로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독자 산업이기도 하다.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면 산업에 대한 몰이해는 적어도 없어야 한다.

최근 금융정책을 보면 정부가 여전히 금융을 실물경제에 대한 지원 역할 정도로만 여기는 것 같다.
특히 그 지원 역할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으로 한정, 눈에 보이는 포퓰리즘을 펼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정부의 시장개입은 언제나 논란을 불러온다. 특히 금융 쪽의 시장개입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ck7024@fnnews.com 홍창기 금융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