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세계와 맞붙는 트럼프… 보호무역·이민·기후변화 곳곳 암초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1.30 17:45

수정 2018.11.30 18:10

G20 정상회담 개막
공동성명 불발될 가능성.. 트럼프 "中과 거래 용의"
푸틴과는 만남자체 취소.. 사우디 해법에도 관심
올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이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11월 30일(현지시간) 개막, 이틀 일정이 시작됐다. 본회의보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요 열강의 만남이 더욱 주목받는 이번 회담에서는 무역과 이민, 기후변화 등이 논의될 예정이나 공통의 합의를 내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APEC사태 재발할까 우려

회의에 참석하는 정상들은 11월 29일부터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모습을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뿐만 아니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도 이날 도착해 정상회의 준비에 들어갔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독일에서 전용기가 고장나 일반 항공편으로 이동했으며 G20 개막식에는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

1일 발표할 공동성명을 준비하는 각국 실무진은 정상들이 차례로 현지에 도착하면서 더욱 초조해졌다.
익명의 독일 관리는 영국 언론을 통해 "올해는 다자주의 면에서 매우 좋지 않은 해"라며 성명 작성이 "매우, 매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구체적인 쟁점을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이 불붙인 보호무역주의가 논란의 핵심일 가능성이 높다. 다른 소식통은 "이틀하고 한나절 동안 논의하고 밤에도 짧게 협의를 진행했는데 성명문 가운데 3분의 2 정도만 서로 동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무역, 기후, 이민, 난민, 다자주의, 철강같이 정말 곤란한 문제들에 대해서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귀띔했다. 다른 아시아 관계자는 "논의가 너무 느리게 이뤄지고 있어서 또다시 밤을 새워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CNN은 11월 18일 폐막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이 무산된 점을 지적하고 '미국 제일주의'를 주장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또다시 합의문 작성에 어깃장을 놓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미·중 담판에 쏠린 눈

사실 이번 회의에서 가장 많은 이목을 끄는 회담은 1일 저녁 열리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만찬회동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르헨티나로 떠나기 전인 11월 29일 기자들을 만나 이번 회동에 대해 "내 생각에 중국과 뭔가 하는 데 매우 근접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내가 그걸 하길 원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왜냐하면 지금 당장 수십억달러가 관세나 세금 형태로 미국에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중국은 거래를 원하는 것 같다. 나는 거래를 할 용의가 있다. 그러나 솔직하게 난 지금 같은 거래가 좋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홍콩 일간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미·중 회담 배석자 명단에 무역 강경파로 불리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이 뒤늦게 추가됐다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 정부가 중국에 대한 보복관세율 인상을 내년 1월에서 봄 이후로 늦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은 약 2000억달러(약 224조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는 보복관세율을 내년부터 10%에서 25%로 인상할 예정이다.

이에 맞서는 시 주석은 중국 내 지식재산권 보호, 기업 보조금 축소 등의 협상 카드를 준비 중이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29일 성명을 내고 중국산 자동차에 붙이는 관세를 올릴 수 있다고 위협했다.

■러시아·사우디 해법 나올까

이번 회동에서 관심을 끌던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만남은 취소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29일 트위터에 "(11월 25일 나포된) 우크라이나 함정과 선원들이 아직 귀환하지 못했기 때문에 푸틴 대통령과 만나기로 했던 일정을 취소하기로 했다"고 적었다. 지난 7월 정상회담 이후 러시아 스캔들, 우크라이나 분쟁, 이란 핵합의, 중거리핵전력(INF) 조약 파기 등 러시아 정상과 논의할 것이 많았던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함정을 나포한 이후 여론을 의식해 회담을 그만뒀다. CNN은 단독회담이 취소되기는 했지만 두 정상이 대화를 안 나눈다는 의미는 아니라고 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마주쳐야 할 또 다른 인물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다. 사우디의 실세로 이번 G20 회의에 참석한 그는 지난 10월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암살하라고 지시했다는 의혹에 휩싸여 있다.
무기판매와 중동의 이란 견제 때문에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빈 살만 왕세자를 감쌌던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그와 공식 회동을 열지는 않을 계획이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빈 살만 왕세자와 만남을 배제하지는 않겠다면서도 "추가적인 시간이 없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외에도 G20 회의기간 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등과도 단독회담을 열기로 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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