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변호사든 변리사든 법률소비자 선택에 맡겨야

안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02 17:58

수정 2018.12.02 17:58

지예은 변리사
[특별기고] 변호사든 변리사든 법률소비자 선택에 맡겨야

지난 9월 메르스 환자 발생사건은 초기 대응부터 사후처리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국민의 불안감이 해소됐다. 그러나 지난 2015년 온 국민이 메르스 공포로 벌벌 떨었던 기억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전국 학교에 '낙타와 접촉하지 말라'는 공문이 내려와서 어이없어했던 기억도 생생하다.

이런 사고를 보면 전문가가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한 생각이 든다. 전문가가 있어야 할 자리를 비전문가나 '무늬만' 전문가가 차지하고, 중요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우리 사회가 큰 비용을 치러야 했던 것이다. 특허침해소송도 전문성이 중요하다.
자격을 검증받지 않은 비전문가가 전문가 행세를 하면 언제 사고가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것이다.

현행 변리사법 제8조(소송대리인이 될 자격)에는 '변리사는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한 사항의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특허법원이든 지방법원이든 법원 종류를 가리지 않고, 오직 특허에 관한 사항이면 변리사가 소송을 대리할 수 있다고 했다.

우리나라에서 변리사 제도는 1905년에 변호사 제도와 동시에 도입됐는데, 그 이유가 특허업무 처리는 기술과 산업재산권에 대한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일반 법률 전문가인 변호가가 감당할 수 없는 업무라는 점이 인정돼서였다.

변리사는 변리사시험에서 산업재산권법, 민법, 민사소송법을 필수 과목으로 통과해야 자격을 받는다. 대부분의 변호사는 산업재산권에 대한 이해가 심각하게 부족하다. 변호사시험에서는 산업재산권법이 필수과목이 아니고, 변호사 양성과정에서도 배운 바가 없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은 기술 한 개로 회사의 운명을 걸고 있는 경우도 있는데, 비용이 없어 비전문가인 변호사에게만 특허소송을 맡긴다면 결국 소비자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대다수 변호사는 특허사건을 수임한다고 해도 변리사 없이는 사건을 해결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이중으로 비용이 지출될 수밖에 없다. 변호사든 변리사든 법률소비자가 골라 선임할 수 있어야 한다. 법률소비자에게 선임 자유가 많을수록 비용은 내려간다는 것이 경제 원리다. 법률소비자의 선택권 확대는 소비자의 주권 문제다.


미국, 일본, 유럽 등 대부분의 특허 선진국이 변리사의 소송대리를 공동 또는 단독으로 허용하고 있다. 기술과 산업재산권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변호사가 사건을 수임하고, 실질적인 대리는 변리사가 담당하고 있는 한국의 현실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걱정스럽다.
변리사의 소송대리는 발명자와 기업, 법률 소비자의 경쟁력, 나아가 국가의 경쟁력을 지키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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