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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인 듯 신작 아닌… 유명 IP 활용한 게임의 '악순환'

김아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04 16:37

수정 2018.12.04 17:24

원작 인지도로 흥행 확률 높고 개발시간·제작비 부담은 적어.. 새로운 시도없이 안정적 선택
"똑같은 게임으로 경쟁력 상실.. 대형사, 신규 IP 발굴 나서야"
'2018 대한민국 게임대상'의 대상작 검은사막 모바일. 기존 검은사막 PC 온라인 게임의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이다.
'2018 대한민국 게임대상'의 대상작 검은사막 모바일. 기존 검은사막 PC 온라인 게임의 IP를 활용한 모바일 게임이다.

게임사들의 신규 지식재산권(IP) 개발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4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국내 게임업체들이 과거 흥행을 거둔 유명 IP를 활용한 신작게임을 대거 내놨다. 원작의 인지도를 활용하면 성공할 확률을 높아지겠지만 장기적으로 국내 게임산업 발전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명IP 활용한 신작 '열풍'

넥슨은 '바람의나라: 연', '크레이지 아케이드 BnB M', '마비노기 모바일'을 신작으로 내놨다.
이들 세 게임 모두 과거 인기를 끌었던 추억의 IP를 활용한 것이다.

넷마블은 블레이드 & 소울 레볼루션, 세븐나이츠2 등 4개의 신작을 공개했는데 모두가 기존 IP를 이용한 게임이다. 엔씨소프트가 공개한 5개의 모바일게임 신작도 리니지, 아이온, 블레이드 & 소울 등 기존 IP를 사용했다.

올해의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2018 대한민국 게임대상'의 대상작도 기존 검은사막 PC 온라인 게임의 IP를 활용한 '검은사막 모바일'이 수상했다.

게임사들이 새로운 IP를 개발하기 보다 기존 IP를 활용하는 것은 인지도 높은 유명 IP가 신작의 성공 가능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신규 IP는 대부분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실제 매출이 높은 게임들은 기존 인기 IP를 모바일로 재해석한 작품들이 차지하고 있다. 그만큼 신규 IP를 활용한 게임은 리스크가 크다는 지적이다. 비 인기 장르의 신규 IP 게임이 흥행에 성공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

게임업계 관계자는 "유명IP를 가진 게임은 흥행에 안정적이다. 기존 그래픽을 가져다 쓰고 게임을 편리하게 만들수 있기 때문에 제작에 대한 부담이 적다"라며 "새로운 IP로 게임을 만드는건 위험 부담이 큰데다 만드는 시간도 오래 걸린다"라고 말했다.

또 신규 IP의 경우 중소 게임사나 인디 개발사로부터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해당 업체들은 대형 게임사들과 비교해 자금력이 부족해 결국 대형 게임사들의 공격적인 마케팅에 밀려 빛을 보지 못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대형 게임사에서 앞장서서 신규 IP를 발굴해야하는 이유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작은 회사는 게임 하나 제작해서 흥행이 안되면 타격을 받게된다"라며 "많은 이익을 내는 대형회사들이 모험을 해 새로운 시장을 열어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시도하는 인재 유입돼야"

이 같은 유명 IP 활용 게임은 당장은 좋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결국 시장이 없어지게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10~20년전 신규 IP가 등장함으로써 새로운 것들로 시장을 만들었다"라며 "신규 IP가 없는 현재, 당장 2~3년 뒤에 무엇을 할 것이냐의 고민을 하게된다"라고 말했다.

콘텐츠의 다양성을 제한해 게임 산업의 장기적인 성장을 방해할 수도 있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중국게임의 영향력이 넓어지고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이 해외 게임들이 국내에 왔을 때 우리는 경쟁력을 잃어버린다"라며 "똑같은 게임만 계속 만들게 되면 수출해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신규 IP 개발을 위해서는 새로운 스타개발자 등 인재가 유입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좋은 아이디어를 가진 인력들이 들어와야한다. 이를 위해서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 편견이 사라져야 한다"라며 "젊은, 똑똑한 인재가 훌륭한 IP를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으로 도전해야 하는데 안정적인 것만 선택하는 실정이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당장 돈버는데 급급해 좋은 인재들이 똑같은 게임만 만들게 되면 개발자들이 지친다. 이들은 블록체인 분야나 중국 쪽으로 많이 이동했다"라며 "유저들은 잘 만든 게임보다는 새로운 게임에 목말라 있다.
새로운 시도 하지 않으면 외산 게임들에게 시장을 뺏기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true@fnnews.com 김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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