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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영리병원 허가, 원희룡의 결단을 존중한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05 17:06

수정 2018.12.05 17:06

중국계 녹지병원 출범 의료혁신 돌파구 삼길
원희룡 제주특별자치도 지사(54)가 5일 녹지국제병원 개설을 조건부 허가했다. 중국 뤼디그룹이 투자한 국내 영리병원 1호다. 녹지병원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만 중국인 등 외국인 환자만 받는 조건으로 허가를 받았다. 원 지사는 숙의형 공론조사위원회의 결정을 뒤집었다. 지난달 제주도민으로 구성된 공론조사위는 59%의 의견으로 녹지병원 개설을 허가하지 말 것을 원 지사에게 권고했다. 정치인 원 지사로선 여론에 맞서는 결단을 내린 셈이다.
우리는 원 지사의 선택을 존중한다.

6년 전 투자의사를 밝힌 녹지그룹은 3년 전 보건복지부에서 투자계획을 승인받았다. 이어 지난해 7월 병원을 다 짓고 8월에 개설허가 신청서를 냈다. 하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반대 여론이 거셌다. 만약 원 지사가 허가를 불허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뤼디그룹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것은 물론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투자자국가분쟁(ISD)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한국 정부와 제주도의 국제신뢰도 하락은 불을 보듯 뻔하다.

원 지사가 공론조사위 결정을 따르지 않은 것은 유감이지만, 불가피한 선택이다. 애당초 뒷북 위원회를 가동한 것부터 잘못이다. 문재인정부는 지난해 신고리 원전 5·6호기를 계속 건설할 것인지를 묻는 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켰다. 당시 5·6호기 공정률은 약 30%였다. 결론은 건설 재개로 났다. 이에 비하면 녹지병원은 이미 100% 완공돼서 직원 130여명을 뽑은 뒤에 공론조사위가 출범했다. 공론을 모으려면 진작에 했어야 했다.

녹지병원 개설허가는 의료혁신으로 가는 첫걸음이다. 원 지사가 그 돌파구를 마련했다. 일자리정부라면 응당 의료혁신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병원엔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일자리가 많다. 전임 박근혜정부도 의료개혁에 힘을 쏟았지만 시민단체와 의료계의 반대를 넘어서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7월 의료기기 규제혁신 정책발표회에 참석했다. 현행 의사·의사 간 원격진료를 섬·벽지 등에 한해 의사·환자 간 원격진료로 확대하는 데도 긍정적이다. 그러나 이런 제한적 규제완화마저 시민단체·의료계는 의료 민영화라고 반대한다.

그래서 원 지사의 결단이 더욱 돋보인다. 녹지병원은 내국인 환자를 받지 않는다.
따라서 국내 건강보험의 공공성은 훼손되지 않는다. 영리병원을 무턱대고 의료 민영화로 보는 색안경을 벗어던질 때가 됐다.
외국인 전용으로 적절히 칸막이를 치면 일자리도 얻고, 의료혁신도 앞당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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