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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만 웃던 美경제, 세계 경제 둔화로 내년 전망 어둡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16 17:26

수정 2018.12.16 17:26

임금상승률·산업생산 등 좋지만 中·유럽 등 세계 경제활동 위축
내년 美 경제, 해외발 악재 영향.. 美 내년 경제성장률 2.5% 전망
혼자만 웃던 美경제, 세계 경제 둔화로 내년 전망 어둡다

중국과 유럽의 성장둔화로 미국 경제의 주름도 뚜렷해지고 있다. 미 경제 지표들이 여전히 탄탄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세계 경제 성장둔화가 다시 확인되면서 뉴욕증시는 급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대중 무역전쟁도 미국에 부메랑이 되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미 경제는 지표상으로는 여전히 탄탄한 흐름이다. 3·4분기 임금상승률이 2.9%를 기록했고, 지난달 산업생산은 추운 날씨로 유틸리티 가동이 늘면서 역시 강한 상승세를 이어갔다. 4·4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도 잇따라 오르고 있다.
시장 영향력이 큰 실시간 성장률 추적 지표인 애틀랜타 연방은행의 GDP나우는 4·4분기 전망치를 2.4%에서 3%로 상향 조정했다. 경제분석업체 매크로이코노믹 어드바이저스도 2.1%에서 2.6%로 높여 잡았다.

■아직은 지표상 문제없지만

그러나 금융시장은 미래에 대한 불안을 뚜렷이 나타내고 있다. 14일에도 미 소비지출이 탄탄하다는 지표가 나왔지만 시장 하락세를 막지 못했다. 뉴욕증시의 다우지수가 500포인트 가까이 급락하며 5월 이후 최저치로 추락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심리적 저항선인 1600선이 붕괴됐다. 3대 지수 모두 본격적인 조정 국면에 들어갔다는 평가를 받는다.

채권시장에서는 향후 성장에 대한 불안감이 장단기 수익률 일부 역전으로 확인되고 있다. UBS 글로벌 자산운용의 최고투자책임자(CIO) 제러미 저린은 "전세계 경제활동이 심각히 움츠러들고 있는 것에 대해 시장이 가격으로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트위터에 중국을 압박해 미국에 유리하게 협상을 이끌겠다는 호전적인 메시지를 올려 시장 심리에 더 큰 압박을 가했다.

■체감경기 하강폭 클 것

전문가들은 올해에는 아직 잘 버티고 있지만 내년에는 미 경제도 성장둔화를 피부로 느끼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감세 경기부양 효과가 소진되고,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인상에 따른 금리상승이 더해지는데다 연방정부 지출 확대 역시 주춤할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 상승세에 불을 지펴 줄 모멘텀은 기대하기 어렵고 미 경제의 10년 넘는 호황도 점차 열기가 식어가는 모습이다. 미중 무역전쟁 속에 미 수출은 5월 이후 줄어든 반면 수입은 계속해서 늘고 있고, 공장생산이 10월 마이너스 이후 11월에도 반등에 실패하는 등 제조업 역시 김이 빠지고 있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경제 성장률은 올해 2·4분기, 3·4분기 모두 3.5%를 넘었지만 국제통화기금(IMF)는 내년 성장률이 2.5%로 뚝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웰스파고 증권의 글로벌 이코노미스트 제이 브라이슨은 미 성장 속도가 낮지는 않겠지만 체감 둔화폭은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과 유럽의 둔화세가 미 경기침체를 부를 정도는 아니라면서도 그러나 자동차 제한속도를 시속 110㎞에서 90㎞로 낮추면 그 누구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전히 높은 성장세이지만 이전에 비해 둔화된 성장이 체감 경기를 급격히 떨어뜨리게 된다는 말이다.

■성장 외부 모멘텀도 없어

그렇지만 미 경제 성장을 자극해 줄 외부 요인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보호주의로 세계 경제 성장세에 찬물을 끼얹은 트럼프의 근시안적 정책 부작용인 셈이다. 미국에 이은 세계 2위 경제국 중국은 경기둔화 흐름에 무역전쟁 충격까지 더해지며 비틀 거리고 있다. 중국 정부가 감세와 인프라 투자를 통해 성장 부양에 나섰음에도 하강 흐름을 막지 못했다. 스탠다드차타드(SC)의 슈앙딩 이코노미스트는 "하강 순환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면서 "내년 상반기에는 더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13일 유럽중앙은행(ECB)이 계획대로 양적완화(QE) 종료를 선언했지만 경기전망은 하향조정했다.
유로존(유로 사용 19개국) 복합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2.7에서 51.3으로 낮아져 연말 설령 성장 반등이 있다하더라도 그 강도는 미약할 것임을 예고했다. 특히 유럽 성장엔진 독일은 자동차 생산 확대에 따른 성장 예상을 깨고 PMI가 4년만에 최저치로 추락해 유로존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웠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잭 앨런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 경제가 뚜렷한 저속 변속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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