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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 7% 폭락…공급과잉+경기둔화 복합요인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19 14:03

수정 2018.12.19 14:03

출처:WSJ
출처:WSJ
국제유가가 18일(이하 현지시간) 7% 넘게 폭락했다. 미국과 러시아의 석유생산이 사상최고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되는데다 세계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부족 우려까지 겹친 탓이다. 일부에서는 유가가 앞으로도 하락할 일만 남았다는 전망도 나온다.

"배럴당 42달러까지 자유낙하"
CNBC에 따르면 이날 유가는 공급과잉, 수요부족 우려가 겹치며 폭락했다. 미국 유가 기준물인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내년 1월 인도분이 배럴당 지난 주말보다 3.64달러(7.3%) 폭락한 46.24달러로 마감했다. 지난해 8월 30일 이후 15개월만에 최저 수준이다.


국제유가 기준물인 브렌트유도 런던시장(ICE)에서 내년 2월물이 배럴당 3.35달러(5.6%) 급락한 56.26으로 마감했다. 마감가 기준으로 14개월만에 최저치다. 시간외 거래에서는 55.89달러까지 떨어졌다.

유명 석유 애널리스트인 존 킬더프 어게인 캐피털 창업 파트너는 배럴당 50달러대가 무너지면서 WTI는 42달러까지 저항선 없이 자유낙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는 "48달러와 42달러 사이에는 차트상 지지선이 거의 없다"면서 "배럴당 50달러 선 밑에서 마감한 것은 기술적으로 매우 중요한 것으로 부정적 흐름을 배가시킬 뿐"이라고 설명했다. PVM 오일 어소시에이츠의 선임 애널리스트 타마스 바르가도 이날 분석노트에서 "이제 (유가가 향할) 길은 하강 하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날 폭락세로 WTI는 10월초 4년만에 최고치에 비해서는 40%, 연초 대비로는 23% 넘게 가격이 빠졌다. 브렌트 역시 10월 최고치에 비해서는 35%, 올들어서는 16% 값이 떨어졌다.

미·러 사상최대 산유량
유가 폭락의 직접적인 배경으로는 우선 공급과잉이 꼽힌다. 이날 뉴욕유가 폭락세가 에너지 데이터 업체 젠스케이프의 보고서로 촉발됐다는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젠스케이프는 보고서에서 미 석유집산지인 오클라호무자 쿠싱의 석유재고가 100만배럴 넘게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은 이날 미국의 셰일석유 산유량이 이달들어 사상처음으로 하루 800만배럴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미국,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세계 최대 산유국인 러시아도 산유량이 사상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달들어 산유량이 하루 1142만배러에 이르렀다. 사실로 확인된다면 사상최대 산유량 기록이다.

앞서 지난 6일과 7일 석유수출국기구(OPEC)과 러시아 등 비 OPEC 산유국들이 하루 120만배럴 감산을 결정했지만 공급이 줄지 않으면서 유가 폭락을 잡지 못하고 있다.

감산 결정은 내년 1월 이후 적용되는데다 러시아는 감산이 서서히 진행될 것이라고 예고한 터라 공급과잉은 앞으로도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더 불길한 뭔가가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유가 폭락의 근본배경은 수요둔화에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즈호의 석유 애널리스트 폴 샌키는 내년 석유수요 증가규모를 하루 130만배럴로 잡고 있는 OPEC의 '보수적인' 수요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샌키는 이날 분석노트에서 "많은 수요 신호들이 경고등을 내고 있다"면서 "수요둔화가 원인인 경우에는 공급 감축이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세계 성장률 하향 조정 지속되고 있고, 경기침체 위험은 높아지고, 주식시장은 이를 반영하고 있으며, 안전자산으로의 이탈이 달러를 계속 끌어올리고 있다"면서 "이같은 요인들이 석유수요 둔화 우려를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골드만삭스는 내년 국제유가가 배럴당 평균 70달러를 웃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한동안은 저유가가 지속될 것이라는 단서를 달고 있다.
골드만삭스 상품리서치 책임자인 제프 커리는 시장은 공급감축 예상, 또는 중국의 경기부양 전망에 따라 석유를 사들이지 않는다면서 실제 감축이 나타나야 시장이 움직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유가 등 자산가치 하락은 세계 경제에 큰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점을 점점 더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커리는 석유, 상품 뿐만 아니라 주식부터 채권에 이르기까지 모든 자산 가치가 동시에 추락하는 '매우 드문' 경험을 하고 있다면서 이는 세계 경제에 '더 크고, 더 불길한' 무언가가 일어나고 있다는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반영한다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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