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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10살 된 블록체인, 2019년 실용화-제도화 '원년'

허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8.12.31 14:45

수정 2018.12.31 21:08

지난 2008년 10월 31일 나카모토 사토시라는 인물이 ‘비트코인 : 개인 간 전자화폐 시스템’이라는 논문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이후 두달여가 지난 2009년 1월 3일, 가장 대중적인 암호화폐가 된 비트코인의 첫번째 블록(제네시스 블록)이 생성됐다. 2019년 1월 3일이 되면 블록체인이 세상에 등장한지 10년이 된다.


2019년, 10살이 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산업적인 가치를 증명해야 하는 숙제를 받았다. 2019년은 그동안 아이디어 차원에서 얘기됐던 여러 프로젝트들이 실제 상품과 서비스로 이용자들에게 평가받는 ‘원년’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전세계 주요국들이 앞다퉈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 관련 정책 마련에 나서는 첫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12월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주요 블록체인 프로젝트들이 2019년을 맞아 실체 있는 서비스 출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이 어떻게 우리 생활에 적용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 온 기업들의 결과물들이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쏟아지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기업 투자 확대, 기술 진화 ‘가속’


10살이 된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하기 시작한 지난 2017년부터다. 여러 기업들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관심을 보였다. 글로벌 컨설팅 업체 IDC는 전세계 기업들이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투입하는 지출액이 2022년에는 117억 달러(약 13조3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년기획] 10살 된 블록체인, 2019년 실용화-제도화 '원년'

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이 선보일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

기업들이 블록체인 사업에 뛰어들면서 관련 개발자들의 수요와 몸값도 뛰었다. 인공지능(AI)과 함께 현재 전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자금과 인재가 몰리는 분야가 블록체인이다. 거대 기업들이 움직이면서 기술 개발과 서비스 발굴 속도도 빨라졌다.


국내 기업들도 지난 1~2년 동안 투자를 확대하면서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2019년은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선보이는 서비스들이 대거 등장할 원년이다. 국내 인터넷 산업을 주도했던 네이버와 카카오가 선봉에 섰다. 네이버는 일본 자회사인 라인을 통해 블록체인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카카오 역시 블록체인 계열사인 그라운드X를 중심으로 블록체인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네이버-카카오가 만든 블록체인 서비스 나온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블록체인 플랫폼 사업에 주목하고 있다. 네이버는 링크체인이라는 블록체인 플랫폼을 통해 우선 라인 이용자들에게 제공할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 ‘위즈불’과 ‘4CAST’ 등을 선보였다. 2019년에는 라인의 다양한 서비스들이 대부분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되며, 다른 기업들도 링크체인을 통해 블록체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카카오도 비슷한 전략을 취하고 있다. 카카오의 그라운드X가 개발중인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도 1·4분기 중으로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이미 카카오는 위메이드트리, 픽션네트워크, 콘텐츠프로토콜, 휴먼스케이프, 인슈어리움 등 다양한 블록체인 프로젝트들과 협력해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게임과 웹툰, 동영상, 헬스케어 분야 등에서 쓸만한 서비스들이 곧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블록체인 기술을 몰라도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를 만들 수 있도록 돕겠다는 프로젝트들도 2019년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할 전망이다.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며 국내 주요 블록체인 기업으로 자리매김한 두나무의 기술개발연구소인 람다256이 준비하고 있는 서비스형블록체인 ‘루니버스’가 대표적이다.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 개발에 필요한 모든 과정을 지원하는 아마존웹서비스(AWS) 형태의 서비스다.


이같은 블록체인 플랫폼 기업들은 2018년부터 여러 기업들과 잇따라 제휴를 맺고 있다. 이미 수백만 사용자를 보유한 국내 대표 서비스인 ‘티몬’과 ‘배달의민족’과 ‘야놀자’는 블록체인 기술 도입을 선언했다. 온라인 서점 ‘예스24’도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를 내놓겠다고 했다.


통신사들도 블록체인 서비스 발굴에 적극적이다. SK텔레콤은 블록체인 기반 모바일 신분증, KT는 블록체인 기반 네트워크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 CNS의 ‘모나체인’, 삼성SDS의 ‘넥스레저’ 등도 실증 서비스에 돌입하면서 상용 서비스로 가는 단계를 밟고 있다.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는 “이미 수백만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개발, 운영해본 경험이 있는 파트너들과 블록체인 서비스를 만들 것”이라며 “현재 블록체인 기술이 당면하고 있는 숙제인 성공적인 실사용 케이스를 만드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암호화폐, G20 주요 논의 의제로, 韓 4차위도 논의 ‘시동’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발행되는 암호화폐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비롯한 다양한 암호화폐가 우후죽순처럼 등장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세계 주요국들이 암호화폐를 어떻게 제도권으로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있는 것이다.


2019년 G20 회의 의장국인 일본은 2019년 6월 일본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 회의를 앞두고 암호화폐 관련 의제를 이끌어가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장관은 “암호자산 혁신이 가진 기회와 위험 양면에 대한 대응을 추진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신년기획] 10살 된 블록체인, 2019년 실용화-제도화 '원년'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는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2기 위원으로 참여해 블록체인-암호화폐 정책 마련에 나선다.

미국도 암호화폐 관련 제도 마련을 위한 고삐를 죄고 있다. 미국 금융위원회(SEC)는 암호화폐에 대해 증권법을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제이 클레이튼 SEC 위원장은 미국 경제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비트코인은 증권이 아니지만 자금을 조달하는데 쓰이는 디지털 자산은 증권으로 볼 수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암호화폐에 대한 제도 마련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블록체인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블록체인 기술과 암호화폐와 관련된 제도 마련 논의에 착수할 예정이다.


4차위 2기 위원으로 합류한 표철민 체인파트너스 대표는 “블록체인과 디지털 자산은 새로 등장한 분야인데다가 과기정통부, 금융위, 기재부, 법무부 등 여러 정부부처와 연관된 분야라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 정부 정책의 방향을 자문하는 4차위에서 다루기에 적합한 주제”라며 “많은 이해관계자들의 목소리를 종합해 조금이라도 블록체인 업계와 국가의 미래 먹거리 창출에 도움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jjoony@fnnews.com 허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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