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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 금리 딜레마] 트럼프·시장 압력에 직면한 파월… 투자자 87% "동결·인하"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03 17:19

수정 2019.01.03 17:19

증시 요동 금리인상 비관론 확산..트럼프도 연일 파월의장 맹비난
시장·중앙은행간 갈등 골 깊어져..전문가들 "올리려면 시장 등져야"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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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의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지난해 11월 이후 투자자들의 금리전망이 급변해 자칫 필요한 금리인상을 주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리게 됐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안정과 고용 안정이라는 2가지 상충된 목표를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파월 연준 의장이 경제지표 개선과 투자자들의 비관 사이에서 심각히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금리선물 시장은 지난해 11월초까지만 해도 올해 금리동결 가능성은 거의 없는 대신 금리인상이 거의 확실하다는 베팅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올 금리동결이나 인하 가능성을 90%로 예상할 정도로 분위기가 급반전했다.

■계속된 트럼프의 압력

시장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에 직면한 파월 의장이 자신의 뜻대로 통화정책을 운용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투자자들의 미 기준금리 전망을 나타내는 연방기금(FF) 금리 선물 움직임으로 보면 시장은 올해 연준의 금리 동결 또는 인하 가능성을 87%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올해 금리인상 가능성을 90%로 예상한 지난해 11월 선물시장 흐름과 정반대 양상이다.

시장은 올해 금리인상 가능성이 10%, 금리인하 가능성도 역시 10%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11월초 최소 한 차례 금리인상 가능성을 90%, 금리인하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봤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흐름이다.

지난해 11월 이후 투자자들이 세계 경제 성장 둔화 우려와 연준의 금리인상 기조로 크게 움츠러들면서 주식시장이 요동치자 흐름이 순식간에 역전됐다. 연준의 금리인상이 지속될 것이란 예상과 미 경기 호조 영향으로 지난해 11월 수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던 10년만기 미 국채 수익률도 지금은 3% 밑으로 추락한 상태다.

투자자들의 비관 전망은 이후의 미 경제지표 호조세 지속에도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미 실업률이 여전히 50년만의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고, 소비자들의 자신감은 그 어느때보다 높아 미 경제 성장세는 앞으로도 탄탄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지만 투자자들은 중국과 무역전쟁, 유럽·신흥시장 등 전세계 경제 동반둔화가 미 경제에 결국 충격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시장침체 '파월 책임론'

연준과 시장이 향후 전망, 현 상황 등을 매우 다르게 판단하고 있다는 것으로 시장과 중앙은행간에 갈등이 조성되고 있음을 뜻한다. 물가안정과 완전고용 두가지 목표를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연준과 통화완화 정책을 선호하는 시장간에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거듭된 금리인상 속에 주가가 폭락하자 파월이 미 경제를 망치고 있다고 비난하며 금리동결을 압박하고 있다.

연준도 일부 물러서기는 했다.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무역전쟁, 세계 경제 성장둔화, 시장불안 등을 반영해 올해 금리인상 회수 전망치를 3차례에서 2차례로 낮춰잡았다. 그렇지만 이같은 시장 분위기에서는 파월 의장이 제 아무리 강한 금리인상 의지를 갖고 있다 해도 쉽사리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

모간스탠리의 엘렌 젠트너 이코노미스트는 경제지표 호조가 계속되면 연준은 이르면 3월 FOMC 회의에서 금리인상 카드를 내밀 수 있다면서 다만 연준의 금리를 올리기로 결정하면 시장과 불일치가 지속된다는 위험은 피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젠트너는 연준이 3월 금리인상에 나서려면 지금의 시장 예상과 기대를 산산조각 낼 정도의 강경발언이 연준 고위 관계자들로부터 쏟아져 나와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같은 강경발언들은 지금의 취약한 시장흐름을 감안할 때 판을 엎어버릴 수도 있다는 각오를 하지 않는 한 쏟아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투자자들은 미 금리인상, 자산축소 뿐만 아니라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QE) 종식, 캐나다은행(BOC), 스웨덴 릭스방크 등 중앙은행들의 금리인상으로도 움츠러든 상태여서 악재에 민감히 반응하고 있다.
매뉴라이프 자산운용의 수석 거시경제전략가 프란세스 도널드는 "꼭 경기침체가 있어야 약세장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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