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히어로]

아쿠아맨이 일으킨 물맨 붐, DC의 성공은 빛과 고전 속에 있다

여주인공 메라와 함께 아틀란티스에 입성하는 '아쿠아맨' 아서 커리. 스크린에 펼쳐지는 영상미는 시종일관 관객들의 눈을 즐겁게 만든다. (사진= 아쿠아맨 스틸 컷)

물맨 붐이 심상치 않습니다. 우리나라에서만 400만 명 이상이 ‘아쿠아맨’을 관람했고 전 세계적으로도 이미 7억500만 달러(한화 약 8370억 원)을 벌었습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아쿠아맨은 DC 유니버스 영화 중 평가가 가장 좋은 ‘원더우먼’의 성적도 넘어섰습니다.

결과적으로 워너브라더스의 제임스 완 감독 선임은 성공한 셈입니다. 따지고 보면 지금껏 DC 유니버스 영화가 혹평을 받은 건 경영진의 무리한 요구가 한몫했으니, 감독에게 상당한 자유를 부여한 상황에서 영화가 호평을 받는 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르죠.

디즈니가 독주하는 히어로 무비 업계에서 아쿠아맨의 흥행은 워너브라더스에게 있어 남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지금까지 어둡고 칙칙했던 스크린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빛을 활용하기 시작했으니까요.

사실 다크 나이트 3부작은 워너브라더스에게 있어 양날의 칼이었습니다. 영화사에 길이 남을 작품이란 건 분명하지만 반대로 DC 계열 영화는 이후로 그 그림자로부터 헤어 나오지 못했죠. 워너 브라더스 내부에서 ‘고뇌하는 영웅은 섹시하다’는 말까지 나오기도 했습니다.

물론 인간을 초월한 영웅들이 갖는 인간적인 고뇌는 매력적이지만 DC 유니버스 영화들은 다크 나이트 3부작 속 배트맨에 비해 이런 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희망을 상징하는 슈퍼맨마저 그저 어둡게 묘사될 정도였습니다.

오죽하면 해외에서 ‘DC Dark(DC처럼 어두운)’라는 단어까지 만들어졌을까요. ‘데드풀2’에서 데드풀이 케이블에게 “너 너무 어두워. DC 유니버스에서 온 거 아냐?”라고 물어볼 정도면 말 다 한 거죠.

고뇌하는 영웅이라는 인물관을 확립한 다크 나이트.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한 크리스토퍼 놀란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작품을 만들었지만 잭 스나이더는 배트맨 v 슈퍼맨과 저스티스 리그를 통해 '닦이' 시리즈의 계보를 이었다. (사진= 다크 나이트 스틸 컷)

지금껏 DC 유니버스의 팀업 무비들은 성적이 처참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배트맨 v 슈퍼맨’, ‘저스티스 리그’, ‘수어사이드 스쿼드’는 작품 속에서 줄곧 시커멓고 칙칙한 분위기를 유지하다 ‘닦이’ 시리즈의 계보를 이었죠.

반면 ‘맨 오브 스틸’이나 ‘원더우먼’은 각각 주인공들의 고향인 크립톤과 데미스키라를 아름답게 묘사하는 데 공을 들였습니다. 더불어 아쿠아맨을 관람할 때 쏟아지는 빛과 비주얼은 푯값을 충분히 해냅니다. 특히 화려한 아틀란티스와 함께 각 왕국에서 볼 수 있는 영상미는 감탄을 불러옵니다.

결국 빛을 얼마나 능숙하게 다루느냐에 따라 흥행이 좌우된다는 공식이 만들어진 셈입니다. 워너 브라더스가 마냥 어둡기만 한 영화는 더 이상 만들지 않을 거란 기대감도 생겼습니다. 후속작 ‘샤잠!’ 예고편 역시 원작의 10대스러운 분위기를 잘 묘사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제 DC는 마블과는 확실히 다른 노선을 구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마블 스튜디오가 히어로를 굉장히 현대적이고 스타일리시하게 재해석했다면 DC는 현대에 고전을 더하거나 원작을 최대한 반영해야 합니다. 실제로도 그런 방법을 쓰고 있고요.

슈퍼맨은 희망, 원더우먼은 사랑과 선함이라는 고전적인 가치를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여기에 아쿠아맨은 소외됐던 주인공이 비범한 출생과 능력을 통해 왕이 되는 전설을 모티브로 삼았죠. 엑스칼리버가 상징하는 아서왕 일대기가 그렇습니다. 우리에게도 유리왕 설화처럼 익숙한 이야기죠.

빛을 활용한다는 건 단순히 스크린만 밝다는 의미 그 이상이다. 어둡고 칙칙한 장면에서 벗어나 시각적인 즐거움을 주고 영화에 환한 이미지를 부여한다. 워너 브라더스가 그토록 원하는 '고뇌'가 이런 분위기에 적절히 녹아들 때 영화는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사진= 원더우먼 스틸 컷)

다만 서사를 더 탄탄히 할 필요는 있습니다. 지금껏 DC 유니버스 영화 대부분 화려한 장면을 만들기 급급해 개연성을 놓치고 줄거리에 빈틈을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았으니까요.

아쿠아맨만 하더라도 관객들이 몰입할 만큼 시퀀스가 짜임새 있다거나 인물묘사가 탄탄하다고 볼 수 없습니다.
일례로 주인공 아서 커리가 이부동생 ‘옴’에 맞서는 계기, 옴이 육지를 침공하려는 동기를 제대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호평을 받는 영상미와 함께 이 같은 서사가 더해진다면 DC 계열 영화들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작품군 못지않은 수준을 갖추게 될 겁니다.

꺼져 가던 DC의 불씨를 살린 아쿠아맨. 워너 브라더스는 과연 어렵게 일으킨 물맨 붐을 잘 이어나갈 수 있을까요. 그 몫은 이제 후속작 '샤잠!'에 주어졌습니다.

smw@fnnews.com 신민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