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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공시지가 2배 인상, 징벌적 과세 아닌가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04 16:38

수정 2019.01.04 16:38

서울 주요 지역 공시지가가 두 배로 올랐다. 한국감정원이 최근 공개한 '2019년 표준지 공시지가'에 따르면 서울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10개 필지 중 7개 필지가 전년 대비 두 배로 뛰었다. 예를 들면 서울 명동8길 네이처리퍼블릭의 경우 지난해 ㎡당 9130만원이었으나 올해는 1억8300만원으로 100.4% 올랐다. 고급 단독주택이나 고가 아파트도 상승률이 50~70%나 된다.

올해 공시가격이 급등한 것은 부동산 과열로 땅값, 집값이 크게 오른 데다 시세에 비해 낮은 시가반영률을 한꺼번에 높였기 때문이다.

아파트 공시가격은 시세 대비 평균 70%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지역·가격대별로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서울의 경우 강남3구 등 상대적으로 고가 아파트 밀집지역일수록 시가반영률이 낮다. 한남동·이태원 등의 고급 단독주택 밀집지역도 마찬가지다. 여기에다 문재인정부 들어 부동산 값이 급등해 시가반영률이 40%대까지 떨어진 경우도 속출하고 있다.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84㎡(전용면적)의 공시가격은 9억1000만원인데 지난해 실거래가는 최고 20억5000만원이었다.

보유세를 강화하고 거래세를 낮추는 것이 장기적으로 부동산 세제가 가야 할 방향이다. 그 틀에서 보면 공시지가 인상은 필요하다. 그러나 한번에 100%나 올리는 것은 지나치다. 공시지가 급등은 재산세, 종부세, 상속·증여세 등 재산 관련 세금부담 급증으로 이어진다. 그뿐만 아니라 건강보험료 부담도 늘어나고, 기초연금 혜택은 줄어든다. 공시가격이 30% 오르면 건강보험료를 평균 13% 더 내야 하고, 기초연금 수급자 9만5000명이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아무리 몸에 좋은 약도 정량을 초과해 복용하면 오히려 건강을 해치게 된다. 정부는 최저임금 과속인상의 후폭풍을 이미 경험하지 않았는가. 수용성(경제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을 훨씬 벗어나는 최저임금 인상을 하지 않았다면 지난해와 같은 극심한 일자리 부족과 경제위축을 피할 수 있었다. 공시지가도 마찬가지다. 영향을 미치는 범위가 매우 커서 이대로 밀어붙이면 경제에 큰 충격을 줄 것이 뻔하다.

국가의 조세권은 누군가를 벌주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다. 특정 계층의 세부담을 늘리기 위해 공시지가를 한 번에 두 배 이상으로 올리는 것은 올바른 조세권 행사라고 볼 수 없다. 조세저항을 유발할 위험이 크다. 공시지가 시가반영률을 몇 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완만하게 올리는 방안을 검토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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