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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시장과 함께하는 재래夜 놀자] 수유시장, 현대적 디자인 접목 '깨끗하고 젊은 시장' 입소문… 하루 2만명 찾아

송주용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09 17:38

수정 2019.01.10 16:20

수유시장·수유재래·수유전통 등 세개 시장 엮어 통합브랜드 출범..10여 특화상품 내세워 고객 유치
수유시장은 평일 낮시간에도 방문객으로 북적였다. 하루 평균 방문객은 2만명이다. 사진=송주용 기자
수유시장은 평일 낮시간에도 방문객으로 북적였다. 하루 평균 방문객은 2만명이다. 사진=송주용 기자

수유시장은 서울의 끝자락, 수유동에 위치한 전통시장이다. 미아역 인근에 위치해 접근이 쉽고 먹거리·공산품·신선물 등을 취급하는 330여개 점포가 모여있어 다채로운 재미를 제공한다.


최근 방문한 수유시장은 평일 낮시간임에도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고소한 전냄새가 시장 골목을 가득 채웠고 상인들은 연신 "싸게드립니다! 맛보고 가세요!"라며 활기차게 소리쳤다. '전통시장의 위기'가 도래한지 오래지만 수유시장은 그 위기의 바람을 비켜간 듯 보였다.

■'디자인 특화 시장' 젊은 고객 유치

수유시장의 가장 큰 경쟁력은 '디자인 특화 시장'이라는 점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과 한국디자인진흥원이 2년전부터 '서비스 디자인 기법'을 적용하며 시장의 체질을 바꾸고 있다.

하성수 수유시장 사업단장은 "수유시장에 디자인을 접목한 이유는 기존의 전통시장 이미지를 벗어나 새로운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유시장은 먼저 주변에 흩어져 있던 수유시장, 수유재래시장, 수유전통시장을 하나로 묶어 '공동 마케팅 체계'를 구축했다. 세 개의 시장을 엮어 통합 브랜드를 출범시켰고 홍보에 사용될 상징물과 캐릭터도 만들었다. 이 캐릭터와 고유의 디자인을 활용해 매대와 안내판, 간판 디자인을 깨끗하게 바꿨다. 주차장과 시장입구엔 중국 등 해외 방문객의 유입에 대비해 중문 표기를 병행했고 영문·일문·중문 안내문도 제작했다.

화장실도 최신 시설로 교체했고 방문객이 쉽게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색상 안내판과 전자 지도도 곳곳에 배치했다.

하 사업단장은 "이전까지 지저분하고 오래된 느낌의 전통시장에 젊은 감각의 디자인을 접목하며 깨끗하고 편안한 전통시장을 만들었다"면서 "젊은 고객들의 유입이 많아지면서 하루 2만명이 방문하고 상인들의 매출도 13% 가량 증가했다"고 말했다.

■특화상품으로 고정 고객 유치

수유시장은 10여개 특화상품을 보유하고 있다. 홍어무침과 떡갈비, 전, 꽈배기 등이 대표적이다. 수유시장은 이 특확상품 라벨지와 포장지, 포장용기 제작에도 '서비스 디자인 기법'을 접목했다. 밋밋한 포장이 아니라 아기자기한 디자인을 통해 '사고 싶은 상품'을 구성했다.

하 사업단장은 "특화상품 선정은 맛, 위생, 친절도 등을 평가했다"면서 "특화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몰려든 사람들 덕분에 주변 가게 매출도 함께 오르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시장을 방문했을 때도 홍어 맛집으로 유명한 홍어집 앞엔 홍어를 사기 위한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이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조은희씨(58)는 "이 자리에서만 14년째 장사를 하고 있다. 시장에 디자인 사업을 시작하고 매출도 많이 올랐다"면서 "하루에 열 대야 이상 파는데 명절엔 두시간씩 줄 서야한다"며 웃어보였다.

■상생하는 전통시장 목표

수유시장의 목표는 '상생하는 전통시장'이다. 수유시장엔 대기업 계열사인 '롯데슈퍼'가 입주해있다. '전통시장의 천적'으로 여겨지는 대형 유통채널이 전통시장 한가운데 입주한 것이 의아했다.

수유시장에서 잡화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은수씨는 "수년 전 기존 시장 점포들이 차례로 문을 닫은 자리에 롯데슈퍼가 들어왔다"면서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롯데슈퍼를 방문하기 위해 들어오는 젊은 소비자들이 시장 매출에도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생모델로 유명한 당진어시장-이마트 노브랜드 사례와 또다른 모습의 전통시장-유통채널 상생모델이 만들어진 것이다. 수유시장은 또 현대백화점과 연계해 과일이나 채소를 납품 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시장 축제를 맞아 포장용지를 제작해 배포하기도 했다.

수유시장은 '지역사회와 함께 발전하는 전통시장'도 꿈꾸고 있다.
주변에 위치한 대학 학생들이 창업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주고 시장 디자인 사업에 지역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시장 상인들을 대상으로 서비스 교육도 강화하고 제로페이 도입을 위한 시장차원의 노력도 적극적이다.


하 사업단장은 "수유시장은 전통시장의 위기를 넘어 지역사회의 명물로 발돋움할 목표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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