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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 북·중 정상회담] 김정은 귀국… 대미협상력 손에 쥔듯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09 17:46

수정 2019.01.09 18:52

北·中공조 다지고 우군 확보 성공.. 쌍중단·쌍궤병행 기본 전략 유사.. 양국 모두 실직적인 이득 챙긴 셈
전문가 “남·북·미·중 종전선언 후 평화협정 체결 합의” 분석도 내놔
시진핑, 김정은에 무역전쟁 관련 모종의 역할 부탁했을 가능성도
4차 방중에 나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태운 북한 특별열차가 9일 오후 2시께 베이징역에서 출발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베이징 경제기술개발구를 방문한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오찬을 하고 즉시 베이징을 떠났다. 김 위원장은 이번 방중으로 북·중 공조를 공고하게 다지는 한편 대미 협상력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합뉴스
4차 방중에 나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태운 북한 특별열차가 9일 오후 2시께 베이징역에서 출발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베이징 경제기술개발구를 방문한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오찬을 하고 즉시 베이징을 떠났다. 김 위원장은 이번 방중으로 북·중 공조를 공고하게 다지는 한편 대미 협상력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연합뉴스

[네번째 북·중 정상회담] 김정은 귀국… 대미협상력 손에 쥔듯

북·중 정상회담을 위해 방중하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9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오찬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 북·미 대화를 앞둔 김 위원장은 이번 방중으로 북·중 공조를 공고하게 다지는 한편 대미 협상력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도 '혈맹' 북한을 통해 미국을 견제하고 역내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만큼 북·미 대화에 나서는 김 위원장의 든든한 배경이자 우군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북·중 공조 체제안전보장 등 논의

이날 방중 3일째를 맞은 김 위원장은 어제에 이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가졌다. 시 주석과의 회담 내용은 공개되지 않지만 비상한 시기인 만큼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밝힌 '미 대통령을 만나는' 이야기, 체제의 안전 보장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의 최대쟁점이 비핵화 문제인 만큼 이번 방중으로 김 위원장은 중국을 지렛대로 북·미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유하는 외교적 전략을 폈을 것으로 보인다. 북·미 고위급회담 담당자인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과 외교팀의 동행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은 "북·미 협상이 팽팽하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은 다만 1그램이라도 자신들에게 유리한 쪽으로 협상을 견인하고자 할 것"이라면서 "그런 의미에서 이번 북·중 회담은 북한의 협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개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성묵 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도 "중국과 북한은 한반도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축소시킨다는 전략적 이해관계를 공유하고 있는데, 이번 회담에서 북한은 중국의 '쌍중단·쌍궤병행' 기조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대미 협상력을 높이는 전략을 썼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쌍중단·쌍궤병행에서 쌍중단은 핵·미사일 도발과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동시에 중단하는 것을 말하고, 쌍궤병행은 한반도 비핵화 프로세스와 북·미 평화협정 협상을 함께 이어나가자는 것을 뜻한다. 이는 중국의 한반도 기본전략으로서 북한의 대남전략과 유사하다.

북·중 정상회담으로 북한만 이득을 보는 것은 아니다. 중국도 북한에 존재감을 높일 수 있고, 한반도·비핵화 문제에서 영향력을 확대, 중국에 유리한 다자협상 구도를 조성할 수도 있다. 즉 이번 북·중 회담은 북한과 중국 모두에 실질적 이득이 된 셈이다. 김 위원장이 집권한 이후 장성택을 비롯한 북한의 친중 라인이 대거 숙청되며 소원해진 북·중 관계 속에서도 양측이 대미·대남 빅이벤트를 전후해 정상회담을 가진 이유도 그만큼 북·중 공조가 가져다주는 실리가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정은, 시진핑과 평화협정 등 합의한듯

미국 전문가들도 북·중 정상회담이 양국에 윈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하면 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크리스토퍼 힐 전 국무부 동아태차관보는 "중국이 (북·미 대화에서) 역할을 하려는 것을 인지해야 하며 그렇지 않다면 북·중 협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시 주석과 오찬을 한 뒤 귀국길에 올랐다. 양국 정상이 오찬장소인 베이징 시내 최고급 호텔 '북경반점'으로 오는 사이 김 위원장의 전용열차는 베이징역 플랫폼에 대기하는 등 귀국 준비 움직임을 보였다.

특히 중국이 참여하는 남·북·미·중 간 종전선언 후 평화협정 체결 로드맵에 합의했다는 소리도 들린다.
북·중 경제협력 강화와 남북관계 개선,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된 북·중 간 공조 심화 등 다양한 성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미국과 무역전쟁 일전을 치르고 있는 중국의 시 주석이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을 연결고리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무역전쟁 국면의 완화를 위해 김정은 위원장에게 모종의 역할을 요청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이날 국회 남북경협특위 전체회의에서 "김 위원장의 방문에 대해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고, 2차 북·미 정상회담의 경우 개최시점을 밝힐 단계는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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