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바다가 지도에서 사라졌다

정부 운영 영문 사이트에서 'SOUTH SEA' 표기는 단 한 곳
"일본·중국이 수립한 국제 표준에서 선도적 질서 만들어가야"


국제사회에서 일본과 중국이 각각 일본해, 동중국해 등 자국 중심의 바다 이름을 등재한 가운데 한국은 정부 기관조차 하나의 명칭으로 통합하지 못하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이버 외교 사절단 ‘반크’(단장 박기태)가 10일 국토교통부, 산업통상자원부, 문화체육관광부, 국립해양조사원, 국토지리정보원, 한국관광공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KOTRA), 서울시 등 정부 기관 8곳에서 운영하는 해외 홍보를 위한 외국어 서비스를 갖춘 웹사이트를 전수조사 한 결과, 한반도 남쪽 바다인 ‘남해’(South Sea)는 정부 기관에서조차 그 이름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표기법에 대한 국제적인 홍보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한반도 서쪽 바다인 황해는 어떤 기관은 ‘West Sea’(서해)라고 표기하거나 ‘황해’(Yellow Sea)로 하는 등 오락가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 잃어버린 우리 바다 이름 ‘남해’... 사실상 ‘동중국해’ 묵인

정부 기관이 운영하는 영문 사이트 내한국지도에서 ‘남해’(South Sea)로 표기된 곳은 국토교통부와 국토지리정보원 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의 정부 기관에서 운영하는 영문 사이트에선 ‘남해’ 표기를 찾아볼 수 없었다. 사실상 중국이 등재한 ‘East China Sea'(동중국해)를 묵인한 셈이다.

이에 대해 국토지리정보원 관계자는 "전 세계에 다국어로 만든 지도를 배포하면서 국제적으로 사용하는 명칭만을 표기하기 시작했다"며 "다국어 지도를 제작하기 전에는 '남해'(SOUTH SEA)'를 적어 넣은 지도가 서비스됐다"고 설명했다.

한반도의 남쪽 바다를 국제적으로 ‘동중국해’로 불린 계기는 1953년도부터다. 당시 국제 수로 기구(IHO)는 해양과 바다의 경계’ 제3판을 발간하면서 일본 규슈와 규슈와 난세이 제도를 따라 그은 곡선을 경계로 필리핀해와 나뉜 바다를 ‘동중국해’로 명명했다. 남서쪽으로는 타이완 섬 북쪽 끝과 푸젠 성의 동쪽 해안(북위 25°24')을 이은 선을 경계로 남중국해와 접한다.

특히 동중국해는 일본에서는 센카쿠 열도, 중국에서는 댜오위다오로 불리는 중일 간 분쟁이 심각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 ‘서해’라고 했다가 ‘황해’라고 했다가...

반크는 우리 정부의 일관된 표기법부터 통일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우리 정부가 운영하는 해외 홍보사이트에는 ‘남해’(South Sea) 표기가 없을 뿐 아니라 서해를 ‘West Sea’(서해)라고 표기하거나 ‘황해’(Yellow Sea)로 표기한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먼저 정부 대표 관광 해외홍보사이트인 한국관광공사 영문 사이트에는 서해를 ‘Yellow Sea’로 표기했다.

또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해외문화홍보원에서 운영하는 포털 사이트 ‘코리아넷’에 게재된 한반도 지도를 살펴보면 서해는 ‘West Sea’로 표기돼 있다.

그러나 이 두 기관의 상급기관 문화체육관광부의 영문 사이트에는 서해가 ‘Yellow Sea’로 표기돼 있다. 같은 행정조직에서조차 황해를 하나의 명칭으로 통일하지 못한 모습이다.

우리나라의 지리 정보를 관할하는 국토교통부와 국토지리정보원의 영문 사이트에는 ‘Yellow Sea’로 표기했다.

또 산업통상자원부, 체육관광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서울시청에서도 황해는 ‘Yellow Sea’로 되어 있다. 역시 남해에 대한 표기는 누락돼 있다.

하지만 이들 기관에서 발표한 공문서나 공식 발표를 보면 서해라는 용어 사용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앞서 우리 정부는 1965년 외무부·법무부 등 정부 관계기관이 모여 회의 한끝에 이 바다를 황해로 부르기로 최종 못 박은 바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서해라는 관용적 표현은 공식 자료에도 여전히 통용되고 있다.

이 같은 정부기관의 무대책에 우리 해역의 바다 이름은 국제적으로 통용되지 않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영향력이 있는 세계지도 서비스인 미국 중앙정보국 CIA ‘월드 팩트북‘의 한국, 중국, 일본 사이트를 보면 우리 삼면의 바다 이름이 서해는 ’Yellow Sea‘(황해), 동해는 ’Japan Sea’(일본해) 그리고 남해는 소개되지 않으며, ‘East China Sea'(동중국해)만 소개가 되어 있다.

반크는 우리나라가 전후 혼란을 겪고 있을 당시 일본과 중국 정부에 의해 마련된 국제적인 표준을 그대로 수용하는 수동적인 자세를 탈피해 우리 정부도 선도적으로 세계질서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크는 “최근 중국군은 남해의 중국군의 방공식별구역(카디즈) 침범, 이어도 문제 등과 관련해 중국 정부와 영토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만큼,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큰 국제지도 사이트에 한국의 질서에 따른 지명 명칭을 제대로 알리는 활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의 바다 동해가 ‘일본해’로, 남해가 ‘동중국해’로 불려지는 데까지 일본과 중국 정부는 치밀한 전략을 통해 이뤄낸 것”이라며 “더 이상 수동적인 자세로 방치했다간 우리의 바다 이름은 더 이상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반크는 동해나 남해가 국제 통용 명칭으로 쓰기 어렵다면, 동해를 ‘한국동해’로, 남해를 ‘한국남해’라고 하는 등 다양한 의견수렴을 통해 국제적인 통용 명칭을 등재할 수 있는 일관성 있는 정책 수렴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박기태 반크 단장은 “남해를 누락하고 있는 한국 정부 기관이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지도에서 남해를 반영할 수 있도록 촉구할 것”이라며 “또한 서해나 황해에 대한 공식 명칭을 일관되게 통일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반크에서 2019년도에 발행하는 영문 세계지도에도 남해에 대한 이름을 적극적으로 반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