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양승태 "공정한 시각서 소명되길"

유선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11 17:32

수정 2019.08.25 14:34

사상 첫 前대법원장 검찰 조사.. 사법농단 의혹 7개월만에 출두
"부덕의 소치, 모든 책임질 것".. 檢 "빠른 시일내 조사 마치겠다"
검찰이 사법농단 의혹의 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소환해 사실관계 등을 집중 추궁했으나 양 전 대법원장은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검찰은 전직 대법원장이 피의자로 조사받는 게 헌정 사상 처음인 만큼 신중을 기하면서도 안전상 문제로 빠른 시일 내 조사를 마치겠다는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1일 오전 양 전 대법원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사실관계 등을 캐물었다.

특히 검찰은 앞서 소환됐던 판사들의 윗선 지시 관련 진술과 증거 등을 토대로 양 전 대법원장을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하는 검사들이 상황에 맞게 판단해 조사를 진행했다"며 "남은 조사 분량과 진행되는 속도 등을 판단해 비공개로 추가 조사 일정을 정하겠지만 가급적 안전상 문제로 (다른 날 조사를 이어가도) 신속히 끝내려고 한다"고 했다.

이날 양 전 대법원장은 청사 15층 조사실에 변호인 2명과 입회해 법률 조력을 받았으며, 검사 2명이 관련 의혹을 추궁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2011년 9월부터 6년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과 법원행정처장을 역임했던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 등에게 '재판거래' 등 반헌법적 구상이 담긴 문건을 보고받고 승인하거나 직접 지시를 내린 혐의를 받는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 민사소송 재판거래,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개입, 헌법재판소 내부정보 유출 등 혐의도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 출석에 앞서 서울 서초대로 대법원 정문 앞에서 검찰 조사에 대한 소회 등의 입장을 밝혔다.

지난 9일 양 전 대법원장 측은 시위대와의 충돌 가능성 등을 감안해 대법원 정문 안이나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추진했으나 대법원 측이 이를 불허하면서 정문 밖에서 입장문을 발표하게 된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은 "수사 조사 과정에서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기억나는 대로 가감없이 답변하고, 오해가 있으면 이를 풀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할 것"이라며 "이 일로 인해 법관들이 많은 상처를 받고 또 여러 사람들이 수사당국으로부터 조사까지 받은 데 대해 참담한 마음"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모든 것이 저의 부덕의 소치로 인한 것이고, 그 모든 책임은 제가 지는 것이 마땅하다"면서도 "다만 이 자리를 빌려 국민 여러분에게 우리 법관들을 믿어주길 간절히 호소하고 싶다. 절대 다수의 법관들은 국민 여러분에게 헌신하는 마음으로 사명감을 갖고 성실하게 재판을 하고 있음을 굽어 살펴주시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또 "(사법농단) 사건에 관련된 여러 법관들도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양심에 반하는 일을 하지 않았다고 하고, 저도 그 말을 믿고 있다"며 "나중에라도 그 사람들에게 과오가 있다고 밝혀진다면 그 역시 제 책임이고 제가 안고 가겠다"고 강조했다.


양 전 대법원장은 "편견이나 선입견 없는 공정한 시각에서 사건이 소명되길 바랄 뿐"이라며 "다시 한 번 송구스럽다는 말씀을 드리고, 상황이 안타깝긴 하지만 앞으로 사법의 발전이나 회의를 통해 나라가 발전하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끝맺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입장을 밝힌 뒤 차량으로 이동해 중앙지검 청사 포토라인에 도착했으나 취재진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응하며 조사실로 향했다.
향후 검찰은 양 전 대법원장 조사를 1~2차례 더 진행한 뒤 신병처리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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