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출판

박상진 교수 “‘신곡’은 단테와 도레가 안내하는 지옥·연옥·천국”

조용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14 13:42

수정 2019.01.14 13:42

우리나라 최고의 단테 연구가인 박상진 부산외대 교수가 14일 열린 ‘귀스타브 도레가 그린 단테 알리기에리의 신곡’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우리나라 최고의 단테 연구가인 박상진 부산외대 교수가 14일 열린 ‘귀스타브 도레가 그린 단테 알리기에리의 신곡’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소감을 말하고 있다.

“‘신곡’은 세속의 문학으로는 ‘성경’에 견줄 만한 엄청난 영향을 발휘해왔습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경험할 수 없는 죽음 이후의 세계를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죽음 이전의 세계처럼 선명하고 감각적으로 재현하면서 시공을 초월해 끝없고 끊임없이 직면해야 할 인간의 문제들을 깊이와 넓이를 갖춰 다루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단테 연구가인 박상진 부산외대 교수는 14일 열린 ‘귀스타브 도레가 그린 단테 알리기에리의 신곡’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인간의 손으로 만든 최고의 것이자 모든 문학의 절정이라는 찬사를 받는 단테의 ‘신곡’에 위대한 예술가 도레가 영혼을 실어 만든 135점의 삽화를 곁들였다”며 이같이 말했다.

‘신성한 희극’이라는 뜻의 ‘신곡’은 지옥, 연옥, 천국으로 이뤄진 사후세계를 일주일 동안 순례한 단테의 여행담이다.
도레는 ‘신곡’ 특유의 분위기와 느낌을 손에 잡힐 듯이 눈앞에 바로 펼쳐질 듯이 재현하는데 성공해 ‘도레의 단테’라는 독특한 가치를 창출해냈다.

도레는 단테의 ‘신곡’을 아름다우면서도 황홀하게 그려냈다. 기이하고 풍자적인 표현 대신에 배경을 장대하게 연출하는 연극적 표현을 보여줬다. 그의 삽화를 바라보면 그런 광경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는 착각이 든다. 화면 묘사는 웅대하고 경이로우며 리얼리티가 살아있다.

귀스타브 도레 단테 ‘신곡’
귀스타브 도레 단테 ‘신곡’

박 교수는 “단테는 도레를 전혀 알지 못했지만 그의 시어는 마치 도레의 삽화를 이미 그 자체로 내재하고 있었다는 느낌을 갖게 한다. 단테의 문자는 도레의 삽화를 미리 한정하지 않았고 도레의 삽화도 단테의 문자를 대신하지 않았다”며 “삽화는 문자를 넘어서서 그것대로 한껏 뻗어나갔고 문자도 삽화 저편으로 또다른 이미지를 발산시켜 나갔다”고 설명했다.

인간의 삶을 더욱 깊고 섬세하게 포착하려는 열망이 있었던 도레는 23세가 되던 해에 단테의 ‘신곡’을 읽고 거기에 묘사된 장면들을 삽화로 재현했다. 지옥 75점, 연옥 42점, 천국 18점 등 모두 135점으로 이뤄진 도레의 ‘신곡’은 단테의 내세를 우리 눈앞에 펼쳐보인다. 도레가 흑백 삽화로 그려낸 단테의 ‘신곡’은 현대의 어떤 기술매체를 동원한 재현보다도 단테의 세계를 위엄있고 당당하면서도 기품있게 전달한다.

한길사는 아날로그 책의 미학을 살리기 위해 세계문화사에 빛나는 아름다운 책을 다시 간행해내는 기획을 진행한다. 19세기 유럽 출판문화사를 화려하게 장식하는 이 책은 500부 한정 부수로 특별 제작했다.


박 교수는 “도레가 ‘신곡’을 그린 삽화는 출판된 후 지금까지 ‘신곡’의 거의 모든 판본에 실리다시피 했다. 그렇게 세대와 세대를 거치는 동안 ‘신곡’을 들여다보고 재현하는 전통적인 렌즈이자 도상 이미지가 됐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단테의 세계를 잘 이해하고 느끼며 그의 내세 순례에 감동적으로 동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