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기로에 선 경제정책] 文정부 親기업 행보에… 재계 "말만 말고 행동을" 시큰둥

최갑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14 17:23

수정 2019.01.14 19:40

관계개선 움직임에 의구심 커
최저임금·주52시간제 수정 등 기업 체감할 실질적 정책 원해
협력이익공유제 백지화 요구도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올해 첫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노영민 신임 비서실장과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올해 첫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노영민 신임 비서실장과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정부가 올 들어 청와대 신년회, 국무총리의 첫 삼성공장 방문, 청와대 주요 기업 간담회 등 '친기업 행보'에 나섰지만 재계의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다. 재계는 고용지표 악화와 경제위기론이 확산되자 정부가 뒤늦게 대기업과 관계개선에 나선 것으로 판단하면서 진정한 경제 및 기업 살리기가 되려면 기업을 옥죄는 정책들을 완화하고 실질적 규제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 친기업 행보에 재계 '냉담'

14일 재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처음으로 마련한 청와대 신년회에 4대 그룹 총수와 대한상공회의소 등 주요 경제단체장들을 초청한 데 대해 정부의 긍정적 제스처라면서도 배경을 두고 일부에서 의구심도 제기됐다. 4대 그룹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이 중기단체에서 신년회를 열고 대기업 총수들을 초청한 건 상생협력의 메시지를 상징적으로 전달하려는 취지"라면서도 "참석한 총수들과 대기업 입장에선 정부가 올해 도입을 추진하는 '협력이익공유제' 등 반대기업 정책들에 적극 협력하라는 압박으로도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협력이익공유제는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의 수익 발생 시 중소 협력사들과 사전배분 계약에 따라 이익을 나누는 제도로 경영계의 큰 반발을 일으키고 있다.

최근 청와대와 정부 고위 관료가 잇따라 대기업 관계자들과 회동을 갖거나 산업현장을 격려차 방문하고 있지만 재계는 실질적 지원책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이 가운데 15일 청와대에서 열리는 주요 기업 간담회도 형식적인 자리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날 간담회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등 4대 그룹을 비롯한 20대 대기업 총수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20대 그룹 간담회는 현 정부 들어 최대 규모의 대기업 초청행사라 할 수 있다"며 "허심탄회한 대화를 위해 타운홀 방식을 채택했다지만 최근 신년 기자회견을 보더라도 대기업 총수들이 정부에 대한 불만이나 기업의 애로사항을 과감하게 전달하긴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정책 변화 필요

전문가들은 근로시간 단축, 지배구조 개선, 협력이익공유제 등 대기업 경영을 위협하는 각종 경제정책들의 기조 변화 없이는 대기업과 실질적 관계개선은 어렵다는 분석을 내놨다.

재계는 주52시간 근로시간 단축의 경우 보완입법 미비로 산업경쟁력 약화가 '발등의 불'이라고 주장한다.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유일하게 논의 중인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는 6개월로 가닥이 잡히면서 재계가 요구하는 1년과는 거리감이 있다.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서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선임 등 상법 개정안과 경성담합에 대한 전속고발권 폐지 등을 담은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안 시행 시 경영권 약화 등을 우려해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아울러 재계는 대중소기업 상생협력법안인 협력이익공유제 도입은 전면 백지화를 주장하고 있다. 중견기업들은 간담회에서 주휴시간을 포함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이 과도한 임금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애로를 대통령에게 직접 건의할 가능성도 나온다.


조성훈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권의 근본적 경제정책 철학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에 일종의 제스처(형식적인 태도)라고 봐야 한다"면서 "깊은 생각 없이 단기처방 위주로 정책을 진행하면 반짝 효과만 거두게 된다"고 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도 "정부와 기업이 만나서 생산적인 성과를 거둘 수만 있다면 만남 자체를 금기시할 필요는 없다"면서도 "만나서 격려하는 차원 이상의 의미를 갖기는 힘들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기업들은 새로운 수익사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한 과제인데 정부의 산업정책과 맞추기 위한 조율이 필요하다"면서 "지금 단계에서는 새로운 사업에 대한 정부와 기업의 이해가 부족해 쉽게 성과가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cgapc@fnnews.com 최갑천 조지민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