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재무학회칼럼]

여성 고위직 목표제의 허와 실

지난해 12월 20일 문재인 대통령이 여성가족부를 방문한 자리에서 진선미 장관은 2019년 업무계획 보고를 통해 민간기업과 협력해 여성 임원 목표비율을 높이는 '여성 고위직 목표제'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제도는 차별적 현실을 타파하고, 여성 인권 증진을 도모하는 정책이라는 긍정적 평가와 민간기업에 대한 과도한 간섭이며 남성 역차별이 우려된다는 부정적 평가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이 제도의 좋은 예로 노르웨이가 실시하고 있는 기업 이사회에 대한 성별 쿼터제를 들 수 있다. 노르웨이는 지난 2003년 공기업 및 상장기업 이사회에서 한 성별의 비율이 적어도 40%를 차지해야 한다는 강제적 성별 쿼터제를 도입했다. 위반 시 기업 해산까지 명령할 수 있는 이 제도가 도입된 이후 여성 이사 비율은 획기적으로 높아졌다. 스웨덴, 독일, 오스트리아, 벨기에가 강제 혹은 비강제적 유사 제도를 도입했고, 더 많은 나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학계에서도 이 제도에 큰 관심을 보이며 여러 방식의 연구를 하고 있다. 사실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이라는 주제는 기업지배구조 연구자들에게는 오랫동안 관심을 끌어온 분야다. 2003년 '파이낸셜 리뷰'에 출판된 카터, 심킨스, 심프슨의 논문은 여성 및 소수민족들로 다양하게 구성된 이사회가 기업가치를 상승시킨다는 점을 통계적으로 증명했다. 2009년 '저널 오브 파이낸셜 이코노믹스'에 발표된 애덤스와 페레이라의 논문에서는 여성 이사들이 남성에 비해 높은 출석률을 보이고 좀 더 회사 감시에 적극성을 지닌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는 여성 이사들의 기업가치 상승에 대한 효용성을 보여주는 연구로, 기업들이 여성 임원을 좀 더 고용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단지 보여주기식 행동이 아닌 합리적 행동임을 증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변화가 정말 성별 쿼터제와 같은 여성 할당제 실시와 연관이 있는지에는 의문을 제기하는 연구가 상당하다. 대표적인 연구가 2012년 '쿼털리 저널 오브 이코노믹스'에 게재된 어헌 디트마의 논문으로, 노르웨이가 이 제도를 도입한 후 기업들이 경험이 적고 더 어린 여성을 이사로 임명해 기업가치 하락을 가져옴을 증명했다. 이는 전 연구들에서 보여준 다양성과 여성 이사의 효용성에도 불구하고 법제화된 규제로 강제하려 하는 시도는 시장의 왜곡을 가져와 비효율로 귀결됨을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이런 기존 연구 결과를 한국사회에 적용했을 때 정부가 추진하는 여성 고위직 목표제는 기업 내 다양성 증진을 목표로 하되, 강제성을 지니지 않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2017년 500대 기업을 기준으로 여성 고위임원 비율이 3%에 불과하고, 328곳에는 여성 임원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한국사회의 현실에서 자격 없는 여성의 임원 임명으로 인한 문제보다는 다양성 부재에 따른 문제가 더 커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정부정책이 여성 고위직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 함은 분명하다. 하지만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위의 연구들에서 보여주듯이 기업 자율의 선택을 존중하며 점진적으로 변화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또한 기업 협약이라는 방식이 또 다른 강제성으로 해석되지 않을 수 있도록 정부의 세심한 노력을 기대해본다.

김원용 옥스버그대학교 경영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