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청와대

[文대통령, 기업인과의 대화] 이재용 "고용 약속 지킬 것" 정의선 "미세먼지 대책에 5兆 투자"

이태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15 21:51

수정 2019.01.15 21:51

文 "기업 투자 도울 수 있다면 전담 지원반이라도 가동하겠다"
경영계, 일자리 늘리겠다면서도 최저임금 인상·주52시간 근무 등 고용 가로 막는 정책 수정 건의
[文대통령, 기업인과의 대화] 이재용 "고용 약속 지킬 것" 정의선 "미세먼지 대책에 5兆 투자"

[文대통령, 기업인과의 대화] 이재용 "고용 약속 지킬 것" 정의선 "미세먼지 대책에 5兆 투자"

신년 경제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5대 그룹 총수를 포함한 기업인 등 128명을 청와대로 초청했다. 시나리오 없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눠보자는 취지다.

이날 간담회에는 국내 대기업 총수들이 총출동했다. 특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문 대통령과의 만남이 이번이 벌써 네 번째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문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접촉이 잦아지는 것을 두고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정부가 재계 1위 삼성전자의 역할론을 기대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날 기업인들을 만나 고용창출과 투자확대를 요청했다.
이에 기업인들도 기술·설비 투자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화답했다. 다만, 기업인들은 주52시간 근무, 최저임금 인상, 규제개혁 법안 등 경영활동에 대한 애로사항도 쏟아냈다.

■이재용 "일자리 3년간 4만명"

이날 간담회는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토론회 사회를 맡은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의 제안으로 참석자들은 상의 재킷을 탈의한 채 편안한 차림으로 이야기를 나눴다.

다만, 최근 악화된 경제지표를 반영하듯 대화 주제는 무거웠다. 문 대통령은 이날 재계가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줄 것을 특별히 당부했다.

이를 위해 정부 내 전담지원반을 가동해서라도 기업의 투자활동을 돕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의 일자리 창출 요청에 이재용 부회장은 "대한민국 1등 대기업으로서 작년 숙제라고 말씀드린 '일자리 3년간 4만명'을 꼭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이 부회장은 "두 아이 아버지로서 아이들이 커가는 것을 보며 젊은이들 고민이 새롭게 다가온다"며 "소중한 아들, 딸에게 기회와 꿈, 희망을 주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참석자들은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는 정책들에 대한 불만을 드러내기도 했다. 특히 최저임금의 지역·업종별 차등 적용 노력과 주52시간 근무의 법적 일괄금지를 막아달라는 요구가 나왔다. 또 광주형 일자리 도입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자세를 바란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미세먼지 대책, 아이디어 청취

문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사흘째 최악의 미세먼지가 계속되고 있다며 수소차와 수소버스, 조림협력 사업이 효과적이고 좋은 대책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평균 수치는 작년보다 개선됐지만 심한 날 수치는 더 악화되면서 국민의 체감도는 더 나빠졌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문 대통령은 "미세먼지와 관련된 기업들 차원의 대책이나 아이디어가 있다면 좀 들어보고 싶다"며 기업인들이 생각하는 미세먼지 대응 방안을 경청했다. 그러면서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창원시 등에서 공기청정기 산업을 주력으로 특성화하고 있는 것에 대해 "좋은 아이디어"라고 평가했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은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해 앞으로 4년간 5조원을 투자하고, 몽골의 2700만평 부지에 나무를 심는 식재사업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문 대통령은 간담회를 마친 뒤 청와대 경내를 산책하며 기업인들과 대화를 나눴다. 문 대통령과 일부 기업인들은 커피가 든 보온병을 하나씩 손에 들고 25분가량 산책을 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이재용 부회장이 산책 중 문 대통령에게 "지난번 인도 공장에 와주셨지만 저희 공장이나 연구소에 한번 와 달라"고 요청하자 문 대통령은 "얼마든지 가겠다. 삼성이 대규모 투자를 해서 공장을 짓는다거나 연구소를 만든다면 언제든지 간다"고 화답했다.


이어 문 대통령이 "요즘 반도체 경기가 안 좋다는데 어떤가"라고 묻자 이 부회장은 "좋지는 않지만 이제 진짜 실력이 나오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를 지켜보고 있던 최태원 SK 회장이 "삼성이 이런 소리하는 게 제일 무섭다"라고 말하자 이 부회장은 최 회장의 어깨를 툭 치며 "이런, 영업비밀을 말해버렸네"라고 웃으며 대응했다.


문 대통령은 또 대북사업을 주도해온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에게는 "속도를 내겠다"며 대북사업 재개를 서두르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golee@fnnews.com 이태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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