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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진우와 엠마의 마지막 미션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19 08:00

수정 2019.01.19 08:00

송재정 작가 "엠마의 역할 남았다"
주말 방송, 20일 16회로 끝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진우와 엠마의 마지막 미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진우와 엠마의 마지막 미션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진우와 엠마의 마지막 미션


유진우(현빈) 대표의 게임 속 미션은 끝났다. 이제 현실 속 엉클어진 삶을 정리할 일만 남았다. 반면 게임 속 이야기는 박신혜가 연기하는 엠마가 마무리할 모양이다.

최근 기자들과 만난 송재정 작가는 “진우가 천국의 열쇠를 엠마에게 넘겼으니 모든 게 끝났냐고 묻는데 그렇지 않다. 엠마의 역할이 남아있다. 왜 엠마여야 하는가. 왜 정희주(박신혜)가 엠마여야 하는지 그게 19일과 20일 마지막 방송분에서 다뤄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극 초반 잘나가는 게임 회사 대표인 유진우는 두 가지 이유로 게임의 권리를 손에 얻으려 했다. 하나는 회사에 큰돈을 벌어다줄 것이라는 점, 다른 하나는 한때 친구였으나 자신의 이혼한 첫 부인과 결혼해 철천지원수가 된 친구 차형석(박훈)이 라이벌이라는 점. 하지만 호기롭게 쟁취한 그 게임이 바로 자신의 삶을 구렁텅이로 몰아넣는다.

송재정 작가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은 이렇듯 정상에서 추락해 고난의 산을 넘고 넘어 다시 제자리로 되돌아가는 여정을 떠나곤 했다.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유진우도 마찬가지다.

게임 속에서 엄청난 살의를 갖고 친구를 죽인 뒤 일상은 지옥이 된다. 그는 무엇이 잘못됐는지 영문도 모른 채 게임에 강제 접속되고, ‘사이버 좀비’가 된 친구의 공격을 받는다. 그렇게 수없이 목숨을 건 게임을 반복하고 게임의 룰을 어렴풋이 알아챌 무렵, 자신에게 ‘유사 아버지’나 다름없었던 친구의 아버지, 차병준 교수(김의성)에게 배신을 당한다.

유진우는 이때 “내 인생이 바닥을 쳤다고 생각했는데, 더 추락할지 몰랐다”는 식으로 독백한다. 송재정 작가는 “팬들이 왜 자꾸 남자주인공을 험하게 굴리느냐고 하는데, 맞다. 내 드라마 속 남주의 숙명”이라고 인정했다.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이야기의 소재를 따온다는 그는 자신의 드라마를 일종의 영웅담이라고 비유했다.

할리우드 영웅담과 다른 점이라면, 영웅의 활약상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영웅이 겪는 온갖 고난의 여정을 그린다는 점이다.

평소 유명인의 평전이나 인문학 서적, 각종 잡지 등을 즐겨 읽는다는 송재정 작가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회장의 자서전을 읽고 힌트를 얻어 유진우 캐릭터를 구축했다.

“원래는 영화 ‘레옹’의 레옹과 마틸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의 박동훈과 이지안처럼 사랑과 우정 사이를 오가는 남녀 관계를 생각했다. 영혼이 피폐해진 냉소적인 남자를 순수한 영혼의 희주가 구원해주는 관계. 막상 남녀 주인공이 현빈과 박신혜, 두 선남선녀로 결정되면서 우정이 멜로로 발전했다.”

‘스파이더 맨’ 등 히어로물에서 여성 캐릭터는 보조적 역할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박신혜가 연기하는 정희주에게 부여된 역할도 마찬가지. 정희주는 길을 잃은 유진우에게 유일한 빛이 되어주는, 구원자 같은 존재다.

“박신혜씨에게 그 부분에 대해 양해도 구했다. 다행히 엠마의 역할이 크다. 엠마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진우의 두 전처는 진우가 저지른 잘못된 과거를 상징한다. 송재정 작가는 말한다. “유진우의 전처들이 왜 끝까지 나오느냐는 댓들이 있다. 그런데 이들은 유진우가 저지른 과거의 과오들과 관련이 있는 인물이다.” 유진우가 외면하지 말고, 잘 청산해야 할 과거인 것이다.

“분노건 치기건 동기야 어떻건 진우는 과거 다른 사람에게 큰 상처를 주는 과오를 저질렀고, 친구 형석에게 복수를 하면서 그 모든 일들이 업보처럼 쌓여 현재의 삶에 영향을 주고 있다. 진우는 차교수와 형석, 두 전처와의 관계도 다 해결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희주에게 잘 갈수 있다. 그것이 이 드라마의 매우 중요한 주제다.”

증강현실을 드라마에 접목한 독창성과 신선함으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기본 테마는 소중한 것을 놓치고 만 한 남자의 인생 다시 세우기다. 형석이 피를 흘린 채 반복해 나타나는 순간, 우리는 알게 된다.
타인을 극도로 미워하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인지. 가끔은 가던 길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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