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伊 경기침체 위기 맞은 유럽 내년까지 금리인상 가능성 없어
美·加도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 日, 여전히 양적완화로 통화공급
印·터키는 정책 독립성마저 흔들
美·加도 일단 지켜보겠다는 입장.. 日, 여전히 양적완화로 통화공급
印·터키는 정책 독립성마저 흔들

세계 경제 성장세가 타격을 받으면서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궤도에도 대대적인 수정이 가해질 전망이다. 지난해부터 시동을 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전쟁에 따른 각국의 수출둔화와 10년 장기 호황 끝물에 들어선 경기순환 하강 국면이 본격화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앙은행들이 2008년 금융위기 당시와 달리 이번에는 경기하강에 대응할 '실탄'이 거의 없는 탓에 다가올 경기둔화는 이전보다 더 혹독할 것이라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게다가 미국부터 인도에 이르기까지 일부 중앙은행들은 정치적 독립성도 흔들리는 상황이어서 실탄이 확보되더라도 대응능력이 이전만 못할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타결과 이를 발판으로 한 미국의 유화적인 통상정책이 세계 경제를 나락에 빠지는 것을 막을 대안이지만 전망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ECB, 올 금리인상 가능성 사라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궤도 수정이 올해 뚜렷한 움직임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했다.
우선 유럽이다. 유럽 최대 독일 경제가 무역전쟁과 이에 따른 자동차 부문 둔화라는 직격탄을 맞아 지난해 하반기 경기침체에 들어섰다. 뒤따라 이탈리아도 경기침체에 빠졌을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다. 여기에 혼란을 거듭하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변수까지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유로존 경제가 휘청거림에 따라 유럽중앙은행(ECB)의 올 금리인상 전망은 사실상 실종됐다. ECB는 지난해 6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지난해 말 양적완화(QE) 종료와 올 중반 7년만의 첫번째 금리인상을 예고했지만 이후 발표되는 지표들에 당황해하고 있다. 지난 3차례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매번 성장률 전망을 하향조정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이제 대부분 투자자들은 ECB가 내년까지는 긴축과 관련해서는 아무 것도 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일부에서는 추가 경기부양까지 내다본다. HSBC 런던의 사이먼 웰스 이코노미스트는 "(금리인상의) 좁은 창문이 닫혔다"면서 현재 -0.4%인 ECB의 예금금리(은행들이 ECB에 돈을 예치할 때 적용받는 금리)가 적어도 내년 말까지는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당초 올 9월 0.15%포인트 인상을 예상했다. IHS 마킷도 구매관리자지수(PMI)와 ECB 통화정책 간 상관관계로 볼 때 올해 금리인상 가능성은 7.7%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했다.
■궤도 트는 중앙은행들
ECB의 정책 방향 수정 전망은 전세계 중앙은행들의 정책 궤도 수정과 맥을 같이 한다. 대표적으로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세계 경기둔화 전망과 금융시장 출렁거림을 근거로 올해 금리인상과 관련해 '인내심'을 갖고 일단 지켜보겠다며 한 발 물러섰다. 연준은 지난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올해 3차례 금리인상을 예상한다고 밝힌 바 있지만 제롬 파월 의장이 이달 초 '인내심' 발언을 내놓은 뒤 대표적 매파인 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방은행 총재까지 강경 입장에서 발을 빼면서 상반기 금리인상 전망은 쏙 들어갔다.
캐나다은행(BOC) 역시 정책 방향을 확 틀었다. BOC는 지난해 12월 초 예상보다 취약한 주택시장, 급격한 유가 하락을 이유로 금리인상을 쉬어가겠다는 점을 시사했다. 스티븐 폴로즈 BOC 총재는 상황들을 충분히 분석가이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CNN비즈니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이 세계 경제에 먹구름을 몰고 오면서 세계 경기둔화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각국 중앙은행의 대응은 점점 기대하기 어렵게 되고 있다. ECB와 일본은행(BOJ) 금리는 마이너스이고, 연준은 2016년부터 금리를 올리기 시작해 지난해 4차례 금리를 올려 기준금리를 2.25~2.5%로 끌어올렸지만 여전히 이전 평균치 4%대에 비해서는 낮다.
금리인하 여력이 거의 없다. 직접적인 통화 추가공급도 쉽지 않다. 가장 앞서 '정상화'에 나섰던 연준도 이전에 풀었던 통화 일부만 거둬들였을 뿐이고, ECB는 지난해 12월에야 추가 공급을 멈췄다. BOJ는 아직도 QE를 통해 통화발행을 늘리고 있다.
여기에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인상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반대에 직면한 바 있고, 인도는 중앙은행 총재가 정부와 불화 끝에 사임했으며, 터키 중앙은행은 사실상 대통령 손아귀에서 움직이는 등 중앙은행의 정책 독립성도 장담하기 어려운 상태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지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경기침체가 닥치면 보통을 웃도는 심각한 수준이 될 것"이라면서 "(중앙은행의) 대응은 더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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