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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로 뻗어가는 K-바이오] "바이오의약품 개발은 시간싸움… 네거티브 규제가 답"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22 17:42

수정 2019.01.22 17:42

5.<끝> 바이오 전문가 지상대담
새로운 아이디어로 창업하려면 문제를 빨리 경험하고 풀 수 있어야
안되는 것만 빼고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환경 필요
규제 모호하거나 없다면 빨리 개선해야
지난 2015년 이후 국내 바이오업체들의 바이오시밀러 수출이 본격화됨에 따라 바이오산업이 급성장하고 있다.

올해 초 열린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도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트랙에 배정되며 한국 바이오업체들의 달라진 위상을 보여줬다.

전 세계 국가도 바이오산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선정하며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각종 규제와 회계 문제 이슈 등이 바이오산업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세계로 뻗어가는 K-바이오' 마지막 회로 현장에서 바이오산업을 이끌어가고 있는 최고경영자(CEO)와 전문가들에게 바이오산업 성장을 위해 필요한 것들을 들어봤다.

이번 지상대담에는 서정선 한국바이오협회장, 기우성 셀트리온 부회장,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 김연수 충남대 신약전문대학원 교수(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바이오특별위원회 민간위원)가 참여했다.


[세계로 뻗어가는 K-바이오] "바이오의약품 개발은 시간싸움… 네거티브 규제가 답"

[세계로 뻗어가는 K-바이오] "바이오의약품 개발은 시간싸움… 네거티브 규제가 답"


―한국 바이오산업 전망은.

▲서정선 협회장=전 세계적으로 바이오헬스산업은 약 1950조원 규모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바이오산업은 IT산업을 잇는 미래 성장산업이다. 우리 정부도 바이오헬스산업을 적극 육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정부는 세계 바이오헬스산업의 2%에 불과한 한국의 비중을 5%나 10%까지 성장시킬 계획이다. 문제는 속도다. 바이오산업의 잠재력이 어느 때보다 높은 지금 우리가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탈바꿈할 수 있기 때문이다. 3년 혹은 5년 내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안 된다. 지난 20년간 성공과 좌절을 통해 바이오산업 성과들이 나오고 있다. 정부도 바이오산업의 중요성, 정부 역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기에 결단력 있는 정책을 펼친다면 전망이 밝다고 생각된다.

▲기우성 부회장=한국 바이오업계에서 최근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허가와 신약 기술수출 성과 등은 미래 전망에 있어 긍정적 신호라고 생각된다. 최근 정부도 바이오제약산업을 주요 미래산업이자 성장동력으로 본다는 기대감을 표현한 만큼 한국 바이오산업은 지속적 성장을 이뤄갈 것으로 본다. 정부의 다양한 육성방안이 뒷받침된다면 업계의 성장도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생각한다.

―최근 미국에서 열린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국내 바이오기업들의 위상이 많이 높아졌다. 현장에서 느끼는 우리나라 바이오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수준은.

▲고한승 사장=이번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석한 국내 바이오기업이 예년보다 늘어났으며 국내 기업들이 메인 행사에 초대되는 등 위상이 높아지고 있음을 느꼈다. 신약개발 효율성 제고를 위해 오픈이노베이션이 확대되며 CMO(위탁생산), CRO(임상시험대행) 등의 시장이 확대되고 바이오기술 확보를 위한 M&A(인수합병) 및 전략적 제휴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기업의 위상이 한 단계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기=셀트리온은 2010년 이래 세계 최대 제약분야 투자행사인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석해 왔는데, 올해 처음으로 메인 트랙에 배정됐다. 메인 트랙에는 높은 경쟁력과 성장성을 보유한 다국적 제약사들만 배정된다. 이는 곧 세계 투자자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올해 다수의 한국 기업이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에 참가해 세계 투자자들과 활발한 투자미팅을 가졌는데, 좋은 성과를 내서 더 많은 기업이 메인 트랙 발표를 하는 날이 오길 바란다.

―바이오산업에는 항체의약품, 백신, 유전자치료제 등 여러 분야가 있다. 어떤 분야의 성장 가능성이 높은가.

▲김연수 교수=바이오산업인 레드바이오와 화이트바이오의 기술 중심에는 유전체 기술이 자리 잡고 있다. 최근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장내세균을 포함한 마이크로비움 분야의 핵심기술 중 하나도 유전체 기술이다. 정밀의학 역시 유전체 기술이 핵심기술 중 하나다. 이미 국내 기업에 의해 품목허가 유전자치료제 제품도 나왔으며 글로벌 임상 3상에 진입한 제품도 다수가 있다. 또 미국 FDA(식품의약국) 커미셔너는 지난해 말 2025년까지 약 40개의 유전자치료제가 상용화될 것이라는 예측을 발표했다.

▲서=맞춤형 의료라는 것이 중요하다. 헬스케어서비스는 '정밀의료'가 기반이 돼야 하고, 정밀의료는 바이오빅데이터가 기본이다. 수집과 분석을 넘어 해석과 상담 등 다양한 분야가 파생될 것으로 예측된다.

▲기=바이오 의약품산업 중 항체의약품의 바이오시밀러 제품이 최근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다. 바이오 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되면서 최근 몇 년 새 동등한 효과를 내면서도 합리적 가격으로 치료받을 수 있는 바이오시밀러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도 최근 우호적 정책을 펼치며 바이오시밀러 처방을 장려하고 있어 바이오시밀러산업의 성장 기조는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고=현재 바이오시밀러 분야는 유럽 중심이지만 미국의 헬스케어정책 변화로 미국 시장의 확대가 예상된다. 또 전 세계 의약품 2위 시장인 중국도 바이오 의약품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본다.

―바이오 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정부의 어떤 지원이 필요한가.

▲고=실무 중심의 바이오제약 전문인력 양성센터 구축을 건의한다. 국가 차원에서 국제기준에 부합하는 전문인력을 양성한다면 산업의 인력수급 불균형을 해소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글로벌 스탠더드에 걸맞은 전문인력들의 해외취업 기회도 제공할 수 있다. 현재 국내 바이오제약 기업들의 바이오시밀러와 바이오의약품 CMO의 성과는 가시화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신약개발 역량은 부족하다. 따라서 산업·학계·전문기관 연계로 기초과학 및 임상의학 연계가 강화된다면 국내 바이오제약 기업의 신약개발 역량이 향상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에 국내외 우수 대학과 병원, 기초과학 연구소들을 송도 바이오클러스터에 유치할 수 있도록 지원해줬으면 한다.

▲기=바이오제약산업계에서 기업의 신뢰는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르는 데서 시작된다. 품질 면에서는 선진 규제기관의 허가를 얻고 cGMP에 부합하는 생산공정을 유지하는 것이다. 임상을 할 때도 국제기준에 위배되지 않는 엄격한 룰을 따르고, 회계 면에서도 국제적 기준에 따른 투명한 처리를 원칙으로 한다. 셀트리온도 이 부분에 있어서 엄청난 시행착오와 막대한 투자를 거쳐 지금 수준에 이를 수 있었다. 따라서 많은 기업이 글로벌 스탠더드를 따를 수 있도록 교육프로그램 등 다양한 인프라가 구축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제품 임상실험에 천문학적 수준의 돈이 필요하다. 힘들게 개발한 제품을 자금압박을 못 이겨 해외에 라이선스아웃(기술수출)하게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바이오 업체들이 더 용이하게 자금을 유치할 수 있도록 다양한 투자경로를 마련해 줄 필요가 있다.

▲서=정부에서 민간이 활발한 연구개발과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부처별 역할분담을 확실히 하고, 어떤 정책이 만들어지면 그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모든 부처가 힘을 합쳐 지원해야 한다. 부서나 총리실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서 해당 산업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바이오산업에 대한 규제가 많다. 보완하거나 제거해야 할 규제는.

▲기=국내 의약품 허가심사 시 납부하는 수수료의 현실화가 필요하다. 미국 등 선진국은 다수 전문인력 투입을 감안해 책정된 적정 수준의 심사수수료를 요구한다. 이 금액으로 다수의 전문인력을 투입해 목표한 기일 내에 심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심사수수료가 현실화되면 식약처에서는 전문인력을 더 확보할 수 있고, 기업은 빠르게 허가절차를 거침으로써 상업화 성공 확률을 높일 수 있다. 환자들 역시 의약품 치료 혜택을 이른 시일 내 볼 수 있어 여러 측면에서 도움이 된다. 또 선진국의 규제 가운데 규제기관과 기업 양측에 도움이 되는 제도를 빠르게 도입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글로벌 바이오제약 시장에서 의약품 개발은 시간과의 싸움이라고도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제도가 미국 FDA나 유럽 의약품청(EMA)에서도 통용이 된다면 내수시장보다는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하는 바이오기업 입장에서는 더 안정적이고 장기적으로 하나의 목표를 위해 달려가기가 수월해질 것이다.

▲서=바이오산업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창업하는 사람들이 문제를 빨리 경험하고 풀 수 있도록 규제완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미국에서 2018년 개인유전체검사를 받는 사람 숫자가 1700만명을 넘어섰다. 이는 미국 전 인구의 5%를 넘어선 것이다. 규제가 현재 포지티브 방식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전환해 어떤 형질유전자검사만 제외하고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바뀌어야 한다. 또 바이오산업을 둘러싸고 있는 여러 법률이 중복규제나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다. 신기술 개발을 위한 규제가 모호하거나 없는 경우 등에 대해서는 조속히 개선을 해야 한다. 여러 부처와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있지만 미래의 헬스케어 패러다임 변화를 위해서는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

▲김=바이오특별위원회에 참석하면서 바이오산업 현장에서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규제를 언급하자면 정밀의료산업과 연관된 개인정보보호법, 세포·유전자치료와 진단산업과 연관된 생명윤리법 그리고 신약개발을 위한 임상시험 비용과 관련된 조세특례제한법 등이다.
하지만 이런 규제를 무조건 완화하거나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맞도록 그리고 선진국 수준으로만 맞춰달라는 것이다. 현재 혁신적이고 도전적 연구개발이 필요한 국제상황과 기술발전 및 산업환경 변화에 부합하지 못하는 일부 규제와 제도가 걸림돌로 남아 있다.
이 문제를 속히 해결하는 것이 바이오산업 발전에 필요한 또 하나의 중요한 숙제라고 생각한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송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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