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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 초유 前대법원장 구속 기로, 양승태 23일 영장심사

이진석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23 08:20

수정 2019.01.23 08:22

양승태 전 대법원장/사진=연합뉴스
양승태 전 대법원장/사진=연합뉴스

사법농단 의혹과 관련, 양승태 전 대법원장(71·사법연수원 2기)의 구속 여부가 23일 서울시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결정된다.

명재권 부장판사(52·27기)는 이날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공무상 비밀누설, 직무유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국고손실 등 혐의를 받는 양 전 대법원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다.

검사 출신인 명 부장판사는 지난해 9월 기존 3인 체제의 영장전담 재판부에 새롭게 합류했다. 양 전 대법원장보다 25년 후배인 그는 1998년 수원지검 검사를 시작으로, 서울동부지검·청주지검을 거쳐 2009년 판사로 임용됐다. 이후 수원지법과 서울고법, 서울중앙지법 판사를 지냈고, 창원지법·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는 부장판사를 역임했다. 충남 서천 출생으로 양 전 대법원장과는 서울대 법대 출신이라는 점을 제외하곤 사법농단 의혹의 핵심 인사들과 공통분모가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명 부장판사는 지난해 9월 양 전 대법원장의 차량과 고영한·박병대·차한성 전 대법관의 주거지 및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으나 고영한 전 대법원장의 영장실질심사에서는 "일부 범죄의 공모 여부에 대한 소명 정도 등에 비춰 구속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민감한 재판에 불법으로 개입하고 특정 성향의 판사를 사찰해 인사상 불이익을 주는 데 양 전 대법원장의 지시와 개입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일제 강제징용 재판 사건과 관련, 양 전 대법원장이 일본 전범기업 미쯔비시를 대리한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와 독대했다고 보고 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직접 나서 대법원이나 헌법재판소의 내부 정보를 김앤장 법률사무소 측에 귀띔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김앤장 법률사무소를 압수수색해 김앤장 변호사와 양 전 대법원장 간 면담결과가 담긴 내부 보고문건을 물증으로 확보하기도 했다. 이 사실만으로도 공무상비밀누설죄가 성립한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이 밖에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 소송 개입 △헌법재판소 내부정보 유출 △전 부산고법 판사 비위 사건 수사 방해 △공보관실 운영비 불법 사용 등 40여개 혐의에 달한다.

양 전 대법원장은 그간 세 차례 검찰 조사에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실무선에서 한 일이라 알지 못한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거나 묵비권을 행사해왔다.

특히 그가 조사 단계에서 피의자 신문 조서를 열람한 시간은 총 36시간에 이른다. 조사 일정이 없는데도 두 차례나 자진 출석해 열람하는 꼼꼼한 모습을 보였다.

같은 날 박병대 전 대법관의 영장실질심사는 허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45·27기)가 맡는다.

앞서 박 전 대법관의 영장심사 심리를 맡았던 임민성 영장전담 부장판사(48·28기)는 "범죄혐의 중 상당 부분에 관해 피의자의 관여 범위 등 공모관계 성립에 의문의 여지가 있다"며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에 검찰은 지난 18일 양 전 대법원장과 함께 박 전 대법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했다.

허 부장판사는 애초에 서울지법 북부지원에서 당시 지원장이었던 양 전 대법원장과 함께 근무한 이력으로 재판부 배당에서 제외될 것으로 점쳐졌지만, 법원은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았다.

이날 검찰은 영장실질심사에 수사를 맡은 신봉수 특수1부장, 양석조 특수3부장과 부부장검사들을 투입한다. 양 전 대법원장은 영장심사가 끝난 후 서울구치소에서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


이들의 구속 여부는 이르면 23일 늦은 밤 또는 24일 새벽에 결정될 전망이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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