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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소설 '소년이 온다' 연극 무대로

신진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23 22:20

수정 2019.01.24 08:34

남산예술센터 2019 시즌 프로그램 중 하나
'휴먼 푸가' 배요섭 연출, 11월 6일~17일
한강 소설 '소년이 온다' 연극 무대로


한강 소설 '소년이 온다' 연극 무대로


한강 소설 '소년이 온다' 연극 무대로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룬 한강의 소설 ‘소년이 온다’가 연극 무대에 오른다. 배요섭 연출로 만들어질 ‘Human Fuga 휴먼 푸가’가 남산예술센터 2019 시즌 프로그램 중 하나로 선정됐다.

서울문화재단 남산예술센터의 우연 극장장은 23일 ‘남산예술센터 2019 시즌 프로그램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한강 작가는 본인의 소설을 무대화하는데 적극적인 작가가 아니며, 실제로 ‘소년이 온다’를 연극이나 오페라로 만들자는 제의를 고사한 것으로 안다”며 “배요섭 연출에 대한 신뢰로 이번 작업이 성사됐다. 서사적 연극 형식은 아닐 것”이라고 소개했다.

2017년 이탈리아의 문학상 말라파르테를 수상한 ‘소년이 온다’는 1980년 5.18 당시 계엄군에 맞선 중학생 동호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과 그 후 남겨진 사람들의 고통 받는 내면을 생생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한강 작가는 당시 수상 소감으로 “존엄과 폭력이 공존하는 모든 장소, 모든 시대가 광주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배요섭 연출은 "한강 작가는 소년이 얼굴을 가진 배역으로 구현되는 게 납득할 수 없다고 했다. 처음에는 활자로 완벽하게 구현된 이 소설을 연극으로 만들 필요가 있는지, 만약 만들면 어떻게 만들지 고민이 컸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소년이 온다’가 무대에서 어떻게 구현될지는 제목에 힌트가 있다. 바로 바로크 시대의 주요 악곡 형식인 푸가다. ‘휴먼 푸가’는 소설 속 사건을 푸가라는 음악적 형식으로 해체, 조립하는 일종의 퍼포먼스극이 될 예정이다.

“아빠가 된 이후 눈물이 많아졌다. 소설을 읽으면서 정말 많은 눈물을 흘렸다. 곤봉으로 두개골이 깨칠 정도로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인간의 악함은 어디에서 오는가. 사회적 고통이 어떻게 개인의 몸에 끔찍한 고통으로 각인될 수 있는가.”

배요섭 연출은 이번 작업을 ‘사회적 고통을 기억하는 예술가의 릴레이’로 비유했다. “한강 작가가 소설의 방식으로 ‘사회적 고통을 기억했다면 저는 연극의 방식으로 기억할 것이다. 영감을 받았을 때 배턴을 이어 작업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 비단 광주뿐만 아니라 우리사회의 다양한 폭력, 인류의 폭력을 광범위하게 리서치해 그 오브제를 찾고, 그 오브제를 통해 퍼포머가 비로소 말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문화재단은 이날 올해 3월부터 11월까지 남산예술센터 무대에 오르는 시즌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매년 동시대 이슈를 주목해온 남산예술센터는 올해도 한국사회를 둘러싼 문제에 대해 동시대적 날선 화두를 던진다.

올해 공개되는 작품은 총 6편이다. 작년 한 해 연극계의 각종 상을 휩쓸며 주목받은 2018년 시즌 프로그램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을 비롯해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건을 다룬 ‘7번국도’와 세월호 참사가 주제인 ‘명왕성에서’ 그리고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시각적 표현로 풀어낼 ‘휴먼 푸가’다.

제8회 벽산희곡상 수상작인 서민준 작가 원작의 '목적지수'는 춘추전국시대 사상가 묵자와 초혜왕이 모의전을 했다는 일화를 바탕으로 현실과 가상을 넘나드는 작가의 연극적 상상력이 무대 위에서 동시대적 언어로 탄생한다.

'드라마센타, 드라마/센타'(가제)는 남산예술센터의 공공성과 구조적 문제에 대한 연극계의 고민을 담아낼 예정이다.

우연 극장장은 “2019년 시즌 프로그램은 대규모 사회적 참사에 주목해 우리 사회에서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문제에 대해 연극적 방식으로 담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올해 화두는 극장을 지켜라"이다. 남산예술센터 문제를 공론화해 극장의 정체성을 만들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산예술센터는 연극을 제작하는 극장이다.
당장은 남산예술센터의 독립성 및 자율성을 두고 연극계와 운영기관인 서울문화재단 간에 갈등이 있고 별개로 근본적인 문제도 안고 있다.

드라마센터의 소유주인 서울예대가 2020년 서울시와 맺은 드라마센터 문화사업계약 종료를 시사하며 남산예술센터의 앞날에 먹구름이 낀 것이다.
서울시는 2009년부터 이 건물을 연간 10억 원에 임대했고 서울문화재단에서 남산예술센터라는 이름으로 위탁 운영하고 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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