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인생]

⑧월매출 5000만원 카페 접고 '웹 개발자' 변신 왜?

스타트업 업체 주스 김준호 대표가 23일 서울 마포구 에스 플렉스센터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1.23/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스타트업 업체 주스 김준호 대표가 23일 서울 마포구 에스 플렉스센터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9.1.23/뉴스1 © News1 성동훈 기자

청음이지 서비스 화면. © News1(청음이지 웹페이지 갈무리)

음대 다니며 교수 꿈꿨지만…카페 창업 후 스타트업
"돈, 성과 평가 지표일 뿐…돈 자체를 바라진 않아"

[편집자주]청년실업 100만시대에 잘나가는 대기업이나 안정적인 직장을 때려 치우는 30·40세대가 늘어나고 있다. 그들도 '미친 짓'이란 주위의 평가가 틀리지 않았다고 인정한다. 그들이 향하는 곳은 학원가다. 세무사·공인회계사·공인중개사·9급 공무원 등에 도전하기 위해서다. 또 다른 엘리트 직장인들은 퇴사 후 창업을 하고 있다. 이들은 "더 미룰 수 없었다"고 한목소리를 낸다. '억대' 연봉 조차 마다하고 사표를 쓰는 이들에게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서울=뉴스1) 정혜민 기자 = 젊은 창업가 김준호 '주스' 대표(31)는 8년전 평범한 음대생이었다. 스물셋이 되던 해 그의 인생은 송두리째 바뀌게 된다. 어머니가 암선고를 받은 것.

아버지는 군인이었다. 군인 신분으로는 겸업할 수 없고 군인 월급으로 음대생인 김 대표와 고등학생인 남동생의 사교육비를 충당하기도 어려웠다. 할 수 없이 김 대표가 어머니의 식당을 맡게 됐다. 그의 첫 사업은 이렇게 우연히 시작됐다.

하지만 의외로 김 대표에겐 숨은 사업가적 소질이 있었다. 식당을 카페로 바꿨는데 잘 될 때는 한 달 매출이 5000만원을 찍었다. 그의 손에 떨어지는 순이익은 월 3000만원 수준이었다. 20대에 웬만한 직장인 연봉을 한 달에 벌었다.

하지만 27살에 카페를 동생에게 물려주고 스타트업을 차리기로 결심했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 같은 카페를 포기하고, '대박'보다 '쪽박'일 확률이 크다는 기술창업에 뛰어든 이유를 듣기 위해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 에스플렉스센터에서 그를 만났다.

◇월 5000만원 버는 카페 사장님이었지만…새 비즈니스 모델 '창조'에 갈증

음대를 다니며 교수를 꿈꿨던 김 대표의 인생계획에 애초에 '사업'은 없었다. 하지만 인생은 항상 뜻대로 풀리지 않는 법이다.

2011년, 그는 나이 23살에 안정적인 수익이 나던 어머니의 식당을 접고 카페를 여는 모험을 택했다. 오로지 구강암에 걸린 어머니의 건강을 위해서였다. 당시는 식당에서 실내 흡연이 가능했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어머니에게 좀 더 쾌적한 환경을 마련해드리고 싶었다.

김 대표는 "수익은 식당이 나았지만 어머니가 나중에 돌아오시더라도 좀 더 건강하고 편하게 일을 하실 수 있도록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또 "어머니가 카페를 운영하며 젊은 대학생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상상했다"고 덧붙였다. 어머니를 아끼는 김 대표의 심성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운때'가 있다고들 한다. 시기가 좋았다.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탐앤탐스 가맹점을 강원도 춘천의 한 대학교 앞에 열었다. 강원도에는 서울에 비해 커피전문점 트렌드가 2~3년 늦게 들어왔다. 강원도 춘천 커피전문점의 최전성기에 카페를 운영한 것이다.

김 대표에게는 사업가적 감각도 있었다. 가구와 장비는 폐업한 카페에서 사들였다. 1억원 넘게 아낄 수 있었다. 또 그는 자신의 카페를 대학생들의 '만남의 장소'로 만들기 위해 학생들에게 쿠폰을 제공하고 대학교 커뮤니티에 설문조사 등 매장 관련 콘텐츠를 올렸다.

그는 "학생들 사이에서 탐앤탐스가 계속 입에 오르게 해서 학생들이 만남의 장소로 이용하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또 지인들을 활용해 카페 테라스에서 재즈 라이브 공연을 열어 손님들의 관심을 끌었다. 그의 가게는 탐앤탐스 본사에서 성공 가맹점 사례로 소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갈증이 났다. 작곡을 전공한 김 대표는 무언가를 '창조'하는 것을 즐겼다. 이때까지 프랜차이즈의 사업모델을 돈주고 사서 운영했다면 앞으로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나중에 아이를 낳으면 더 멋있는 아버지가 되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그가 잘되던 카페를 동생에게 물려주고 스타트업을 차린다고 했을 때 주변 사람들은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이었다. 열정이 넘치고 창조를 좋아하는 그의 성격을 다들 익히 알고 있어서다.

김 대표는 이미 일찍 성공을 경험한 영향인지 "돈을 잘 벌어도 의미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돈을 많이 벌고 싶은 이유는 제 사업이 인정받았다는 지표가 '수익'이기 때문이지 돈 자체를 바라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무언가가 잘 되면 항상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감이 든다"면서 "그럴 땐 절대적으로 (지속 가능하게) 만들거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금알을 낳던' 카페 사업을 미련없이 동생에게 물려줄 수 있었던 이유다.

◇"작곡과 사업은 비슷…좋은 사업모델 만들어 인정받고파"

"사업하기 전에는 새치가 없었는데 지금은 엄청 많이 생겼어요" 김 대표는 자신의 덥수룩한 머리를 쓸며 말했다. 김 대표는 "한 기업의 대표라는 환경이 주는 책임감과 부담감이 엄청나다"고 전했다.

김 대표가 설립한 음악교육 서비스 업체 주스는 지난해 12월 말 첫 서비스로 '청음'을 쉽고 편하게 배울 수 있는 '청음이지'를 공식 론칭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청음은 리듬이나 멜로디, 하모니 등을 듣고 악보에 받아 쓰는 것으로 음악의 기본 과목이다. 청음 레슨비는 적게는 한 달에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이 든다. 청음이지를 이용하면 청음 레슨을 웹을 통해 월 5만원에 받을 수 있다.

네이버 오지큐는 주스의 기업가치(포스트밸류)를 10억원으로 평가해 투자하고 있다. 음악교육 시장이 큰 해외의 관심도 뜨겁다. 서비스 오픈 2주 만에 유료회원 100여 명이 가입했다. 주스는 2018 이러닝코리아 에듀테크 페어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도 받았다.

김 대표는 청음에 대한 이러닝(E-Learning) 수요가 클 것이라고 판단했다. 청음은 음대 입시에서 그의 발목을 잡은 과목이었다. 오케스트라지휘학과에 지원했지만 청음 성적이 나빠 고배를 마셨다. 그에게 청음은 '한(恨)'이였지만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청음을 더 잘 할 수 있을지 고민할 수 있었다.

김 대표는 "청음은 레슨 비용이 비싸기도 하지만 매일 들어야 하는 과목이기 때문에 온라인 레슨 서비스 수요가 있을 것으로 봤다"며 "입시로 바쁜 아이들이 매일 청음 레슨을 받으러 선생님을 찾아가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창업을 준비하면서 가장 처음에는 직접 코딩을 공부했다. 하지만 코딩 공부 이틀 만에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개발자와 디자이너를 모집하기 위해 무작정 같은 학교 디자인학과와 컴퓨터학과에 전화를 걸어 각 전공 친구들을 소개받고 싶다고 부탁하고 공대 연구실을 찾아다녔다.

김 대표는 사업을 시작할 때 도움을 줬던 교수님과 친구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는 "그때 나서줬던 친구들이 대단했다. 아무런 기반도 없던 상황이었다"고 회상했다. 물론 김 대표가 학생 신분에도 카페를 성공적으로 운영했던 것이 이들에게 믿음을 준 영향도 있었다.

청음이지의 가장 큰 경쟁력은 기술이다. 기존에도 온라인으로 청음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있었다. 청음이지는 음악 데이터를 정형화해 원하는 부분을 원하는 속도로, 혹은 리듬만 들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김 대표는 "음악 데이터를 정형화한 곳은 청음이지가 처음"이라며 "개발자들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음악이라는 콘텐츠 특성상 언어에 구애받지 않는다는 점도 청음이지의 장점이다. 김 대표는 "국내는 시장 규모가 작을 수 있지만 해외 전체적으로 보면 그렇지 않다"며 "또 앞으로 축적한 데이터를 통해 음치·박치 솔루션 등으로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곡을 전공한 김 대표는 "작곡과 사업이 비슷하다"고 말한다. 그는 "작곡에서는 모티브와 이를 어떻게 발전시켜서 청중에게 들려주는냐가 중요하다"며 "사업도 마찬가지다. 사업에서도 모티브를 어떻게 고도화, 서비스화해서 내놓느냐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대학생의 희망 직업 1위가 공무원인 시대다. 불확실한 시대에서 청년들은 안정을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김 대표는 "굴곡이 있더라도 능력을 발휘하고 싶다"고 말했다.

젊은 창업가 김 대표는 패기 있었다. 김 대표는 "주스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은 많지만 동시에 수익성에 의문을 표하기도 한다"며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스타트업 기업), 그 다음에는 데카콘(기업가치가 10조원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이 돼 수익성까지 인정받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