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중기부 ‘백종원식 컨설팅’에 대한 우려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24 17:07

수정 2019.01.24 17:07

[기자수첩] 중기부 ‘백종원식 컨설팅’에 대한 우려

최근 가장 화제를 모으고 있는 예능 프로그램은 단연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다. 죽어가는 골목상권을 살린다는 취지 아래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요식업자들에게 맞춤형 조언과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주 내용이다. 백 대표가 자신만의 레시피나 노하우를 전수하는가 하면 아예 메뉴 변경을 통해 매출이 안 나오던 가게를 살려내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중소벤처기업부도 청년상인의 시장 안착 및 지속 성장을 위해 백종원식 컨설팅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골목식당에서 백 대표 조언을 받고 살아난 인천 신포시장, 대전 중앙시장 청년몰 사례에서 자극을 받은 듯 정부도 백 대표 같은 컨설팅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유명 셰프 등 전문가가 청년몰에 와서 청년상인들과 노하우를 공유하는 부분을 추진하고 있다"며 "김풍 등 21명의 전문가들을 후보에 올려놓고 접촉 중이고, 재능기부 형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말을 들으면서 다소 의문이 가는 점이 있었다. 먼저 김풍은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서 웬만한 셰프 못지않은 요리솜씨를 뽐내지만 그의 본업은 웹툰 작가다. 게다가 아직 이렇다 할 요식업 경력이 없는 그에게 청년상인들의 컨설팅을 의뢰할 생각을 하다니, 김 작가 본인도 다소 당황스러울 것이다.

또 한 가지 걸리는 점이 있다면 재능기부다. 재능기부라는 이름을 앞세워 노동력을 착취하면서 무급봉사 혹은 열정페이로 이어지는 경우를 여럿 봐왔다. 청년상인 돕기라는 좋은 취지라 하더라도 공공기관에서, 그것도 유명 셰프들을 상대로 재능기부를 제안하는 것은 조금 부적절하지 않을까.

백 대표도 골목식당에 나오면서 출연료를 받는데, 정당한 대가도 지불하지 않고 백 대표 같은 컨설팅을 바라는 것은 무리다.
백 대표는 방송이 끝난 뒤에도 홍탁집 사장과 매일 카카오톡을 주고 받을 정도로 사후관리에 힘쓰고 있다. 이 정도 열정은 힘들겠지만 상인들에게 피와 살이 될 조언을 해줄 전문가를 찾으려면 당연히 그에 걸맞은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컨설팅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곧 청년상인들의 좌절과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solidkjy@fnnews.com 구자윤 산업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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