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황교익 일문일답③] "총리님 이리오세요" 황교안에게 손 내민 사연

윤홍집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26 10:00

수정 2019.01.26 10:30

-"음식 이야기 할 때 정치 빼놓을 수 없어"
-문재인 대통령, 원칙에 어긋나는 행동하실 분 아니기 때문에 지지"
-"민주당은 보수고 나는 더 진보적…정치할 생각 없다"
-"손혜원 보도는 오보…언론, 바른 정보 전달하지 않아"
-"황교안 전 총리 정치할 생각 없다고 했는데…"
지난 22일 일산 한 카페에서 황교익 작가가 취재진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이혜진 기자]
지난 22일 일산 한 카페에서 황교익 작가가 취재진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이혜진 기자]

#백종원 #수요미식회 #친일 #야끼니꾸 #떡볶이 #교이쿠상 #황교안

최근 황교익 맛칼럼니스트 겸 작가를 포털에 검색하면 부정적인 수식어가 적지 않다.

황 작가는 오랜 시간 글을 써오며 이름을 알렸지만 그만큼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는 세간의 이목에 대해 "내가 하는 말이 다른 사람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안다"며 담담히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나는 연예인이 아니라 글쟁이다.
글쟁이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쓰기 때문에 대중에게 거북한 존재일 수 있다"며 자신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했다.

황 작가에게 맛 칼럼니스트가 어떤 직업인지, 백종원 대표와 관련된 논란은 왜 일어나는지, 정치 성향은 어떠한지 등을 약 3시간에 걸쳐 물었다. 인터뷰 내용은 3회분으로 나눠 전한다.

-음식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뭔가 말해야 한다'고 느낄 때가 있나?

▲특별히 없다. 글쟁이란 직업은 사회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을 관찰하고 사색해서 글로 드러내는 것이다. 내겐 음식이라는 통로가 있는데 이 통로로 보다 보면 모든 영역에 걸치게 된다.

-음식과 정치는 어떤 연관이 있을까?

▲우리가 무엇을 먹는지는 정치에 의해 결정된다. 음식을 이야기할 때 정치는 빼놓을 수 없다. 국가는 국민을 먹여 살리기 위해 무엇을 수입할지 고민한다. 그 고민의 우선순위는 효율성이다.

가장 값싼 곡물인 옥수수를 예로 들 수 있다. 옥수수를 수입해서 기름을 짜고 사료를 만든다. 이 사료를 먹여서 가장 빨리 자라게 할 수 있는 가축은 닭이다. 이 닭을 어떻게 조리하나? 값싼 밀가루를 바르고 다시 옥수수로 만든 기름에 튀긴다. 결국 옥수수가 있기 때문에 치킨을 먹을 수 있다. 치킨을 좋아하니까 먹는 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효율적이니까 국가가 주도해서 만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진보성향이라는 꼬리표도 따라붙는데?

▲내가 가지고 있는 정치성향을 고려하면 문재인 정부와는 맞지 않는다. 나는 훨씬 더 진보적인 성향이고 문 정부는 보수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문 정부를 지지하는 이유는 그 보수적인 시각을 제대로 실현해달라는 것이다.

정치를 할 생각은 없다. 나는 정의당 보다 훨씬 왼쪽, 왼쪽에 있을 수 있다. 민주당은 보수라고 보기 때문에 나와 맞지 않는다. 다만 그분들이 대체로 선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왜 문재인 대통령이었나?

▲원칙대로 운영되는 대한민국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이때까지 대한민국은 제대로 된 법을 갖고 있으면서도 거기에 맞춰서 국가를 운영해본 적이 없다. 그래서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감옥에 있는 거 아니겠나. 법대로만 운영했다면 감옥에도 안 가고 나라가 이 꼴이 안됐다. 문 대통령은 법에 어긋나는 일을 할 분이 아니다. 그거 하나 믿고 있다.

-최근 손혜원 의원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손 의원에 대한 팩트체크가 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한 언론사가 손 의원의 땅에 대해 4배가 올랐다고 보도했는데 4배 올랐는지, 오르지 않았는지 체크하면 끝날 문제다. 하지만 어느 언론사도 이에 대해 지적하지 않았다. 손 의원 보도는 오보였다. 그것도 의도적인 오보일 수 있다. 언론이 클릭수 오르는 제목만 붙이고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돈벌이에만 집중하고 있다.


지난 22일 일산 한 카페에서 황교익 작가가 취재진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이혜진 기자]
지난 22일 일산 한 카페에서 황교익 작가가 취재진과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이혜진 기자]


-언론에 안 좋게 비칠 때가 많다. 쌓인 게 많은 편인가?


▲내가 언론을 욕하는데 언론이 날 좋아하겠나? 안 좋아하겠지. 한국사회가 제대로 돌아가려면 언론이 제정신을 차려야 한다. 정치권력을 감시하고 국민에게 똑바로 알려야 한다. 언론이 썩으면 정치와 경제 그 어떤 것도 바르게 자랄 수 없다. 우리는 언론이 필요한 게 아니라 바른 정보가 필요하다. 지금 언론은 바른 정보를 전달하지 않고 있다.

-SNS를 통해 혐오사회라고 자주 언급하고 있던데?

▲언론이 혐오를 부추기고 있다. 지금 언론에서 가장 큰 이슈가 남녀 이슈다. 이수역 폭행사건은 그냥 폭행 사건이었다. 남자끼리도 싸우고 여자끼리도 싸울 수 있는데 이것을 언론이 젠더이슈로 몰았다. 언론은 인간의 보편적인 윤리에 대해 이야기해야 한다. 언론이 혐오를 부추겨선 안된다.

- 조금 썰렁한 질문인데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이름이 비슷하다. 관련된 에피소드 있나?

▲많다. 모 언론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을 '황교익 대통령 권한대행'이라고 오자도 냈었다. 평창올림픽 때 황 전 총리와 같은 버스를 탄 적이 있다. 빈자리가 별로 없어서 황 전 총리가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당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감옥에 가고 황 전 총리의 입장이 좋지 않던 시기였다. 그래서 내가 "총리님 이리 오세요"하고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다. (웃음)

같이 앉아서 한 30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눴는데 황 전 총리가 나를 잘 안다며 이름이 비슷해서 오자가 나지 않냐고 말하더라. 내가 "그 덕에 제가 대통령 권한대행이 되기도 했습니다"라고 하자 황 전 총리가 "권한대행 뭐 아무나 하는거죠"하며 너스레를 하시더라. 황 전 총리를 정치적으로 좋아하진 않지만 인간적인 공감대가 생겨 셀카도 한 장 찍었다. 그때 황 전 총리에게 정치할 생각 있느냐 물었더니 그다지 없다고 말하셨다. (웃음)

-최근엔 어떤 일에 관심 갖고 있나?

▲어떻게 하면 행복도를 올릴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대한민국이 경제적으론 10대 강국에 들 정도로 잘 살지 않나. 그런데 행복도는 세계 꼴찌, 자살률 1위라고 한다. 왜 이리 불행할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텐데 우리가 불행한 건 혐오와 관련이 있다. 우리는 사회는 같은 위치에 있는 사람끼리 싸우고 있다. 젠더이슈, 세대갈등이 그렇다. 모두 다 힘든 건데 서로 더 힘들다며 싸우고 있다. 불행하지 않아도 될 것을 불행하게 만들어 갈등을 유발한다. 우리 서로 욕하지 말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맛 칼럼니스트이다 보니 외식사업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심하게 걱정된다. 인구수에 비해 식당이 너무 많다. 식당이 점점 줄어가는 방식으로 산업구조를 만들었어야 했는데 더 늘어났다. 특히 프랜차이즈가 주도적으로 늘렸다. 프랜차이즈 산업을 가만히 보면 본사가 막대한 부분을 제어하며 많은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
가맹점주는 목이 매어있다. 이런 부분에 대해 견제와 논의가 있어야 하지 않나 싶다.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없는 거 같아 답답하다.

■ [황교익 일문일답] 글 싣는 순서

① "나는 글쟁이…대중에게 거북한 존재일 수 있어"
② "골목식당 좋은 효과 없어…혐오만 남길 뿐"
③ "총리님 이리오세요" 황교안에게 손 내민 사연

banaffle@fnnews.com 윤홍집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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