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불길 잡는 측면에선 '득'
3국 실무라인 회동으로는 문제 해결 역부족
한일 초계기 저공위협비행 갈등이 좀처럼 봉합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그동안 관망모드에 있던 미국이 한일관계 개선을 위해 본격적으로 중재 움직임에 나선 모습이다.
3국 실무라인 회동으로는 문제 해결 역부족
한일양국간 국방관련 현안인 만큼 제3국인 미국은 민감한 국방문제에 개입하지 않는다는게 기본 입장이지만 한일간 충돌이 동북아 안보정세에 악영향을 미칠 경우 미국에도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일 갈등이 확산되면 한미일 협력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동아시아태평양전략'에도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칫 한일간 외교 추에 있어 어느 한 쪽 편을 들 수 없는 미국 입장에서 이 문제에 적극 개입할 가능성이 적어보인다는 반론도 있다.

■ 美, 초계기 갈등 중재 나설까
29일 외교당국 등에 따르면, 전날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국방부와 외교부를 잇달아 방문해 양 부처 장관과 비공개 회담을 갖고 초계기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해리스 대사의 방문은 오래 전 예정됐던 사항이며 신년 인사차 방문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최 대변인은 한일 갈등 해결에 한미일이 공동 대응하는 문제와 관련, "한일간 실무차원에서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증거를 가지고 협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기본입장"이라면서도 "한미, 미일 동맹차원에서도 고려할 사안이 있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 검토를 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간 갈등의 출구가 보이지 않은 채 동아시아 외교의 축이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될 경우 한미일 동맹차원에서 충분히 미국이 '거중조정자'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일각에선 조만간 이 문제와 관련해 한미일 외교 당국자들의 만남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김태진 외교부 북미국장 등 우리 측 외교 당국자들이 오는 30~31일 일본에 있는 유엔군사령부 후방기지 참관차 현지를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국장은 이번 방문에서 일본 측 미국 담당 당국자와도 만날 계획인 것으로 전해져 한일간 초계기 갈등 해소를 위한 한미일 3각간 조정시스템이 본격 가동되는 게 아니냐는 긍정적 신호로 읽히고 있다.
우리 측이 주일미군시설 견학 목적으로 방문하지만 유엔사를 중심에 두고 한일 당국자의 만남이 이뤄질 계획이어서 어떤 방식으로든 한미일간 만남이 성사돼 자연스럽게 초계기 갈등국면에 대한 의견교환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 "美 개입" vs "가능성 적어"
신범철 아산연구원 센터장은 "만일 한미일 실무라인 회동이 이뤄진다면 비공식으로 진행되진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럼에도 실무선에서 이런 시도를 계속해서 낮은 단계의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결정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한국과 일본이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등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그는 미국의 중재 가능성에 대해선 "당장 갈등이 확산되지 않는다는 점에선 득"이라며 "현재 저공위협비행갈등에서 공세를 퍼붓고 있는 행동주체는 일본이기 때문에 우리 측에선 미국의 중재가 어느 정도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한국·일본과 동시에 동맹관계를 맺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이 문제에 공식적으로 개입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은 한국·일본과 동시에 동맹관계를 맺고 있어 어느 한쪽으로 입장이 기울어졌다는 얘기가 나올 경우 난처한 상황이 될 수 밖에 없다"며 "양측에 잘 해보라는 정도의 의사표시를 하는 정도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일본과의 초계기 갈등은 우리나라 정부가 스스로 외교력을 집중해 주도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향후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 일본의 역할이 분명한 가운데 상황이 더욱 악화되지 않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ju0@fnnews.com 김주영 이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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