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특별기고

[특별기고] 청계천·을지로, 현재와 미래 함께 있는 곳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29 16:37

수정 2019.01.29 16:37

[특별기고] 청계천·을지로, 현재와 미래 함께 있는 곳

2018년 12월 중순쯤, 다시세운 프로젝트(세운상가군 도시재생)로 조성된 메이커스큐브에 입주한 3D 프린터 개발업체의 대표가 페이스북에 포스팅을 했다. 입정동(세운3구역)에 있던 자신이 거래하던 금속가공 업체 몇 곳이 이전한다는 내용이었다. 맞춤형 부품을 손쉽게 의뢰하고 제작할 수 있는 곳, 그에게 이 지역은 전체가 '메이커 스페이스'였다.

지난해 개관한 세운전자박물관 입구에는 청계천, 을지로 지역 일대를 '장사동, 예지동, 산림동, 입정동 골목이, 도시 기계의 전자회로처럼 혹은 도시 생명의 모세혈관처럼 서로 연결돼 함께 작동하며 생동하고 있는 지역(청계천기술문화연구실 조동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오래된 이 지역의 동네 이름이 재정비촉진지구 번호로 불리게 된 지 이제 40년(1979년 지정)이 됐다.

세운상가군의 보존을 결정한 서울시는 2015년 하반기에 세운상가군의 경제산업 비전을 수립하고 새로 조성되는 거점공간의 역할을 설정하는 연구를 시작한다.
4개월간의 심층 리서치를 통해 세운상가군 내외부의 사업체를 조사했고, 그 결과 '제조기술'과 관련한 전통이 뿌리 깊게 이어져오고 있음을 발견했다. (필자는 연구책임자로 참여했다) 이 연구를 통해 세운상가군과 그 일대를 '도심 창의제조산업의 혁신지'로 만들자는 비전을 시민들과 공유했고, 기술장인과 청년스타트업이 만나는 다양한 시도와 실험이 가능했다.

세운상가를 '비공식' 방문하는 해외 인사들 또한 많다. 메이커 무브먼트의 세계적 거장들, 초청을 받아서 한국에 온 해외 작가들. 그들은 세운상가 주변의 제조기술 골목과 기술장인의 작업실을 보며 무척이나 부러워했다.

무심히 지나치는 사람들에게는 '바뀌어야 하는, 낙후된 어떤 곳'일 수 있지만, 기술장인들에게는 '지켜야 하는 삶의 노동'이 있고, 청년세대에게는 '완성되지 않은 미래가 있는 곳'이 청계천, 을지로이다.

4년전 방문한 런던의 구글캠퍼스가 위치한 도심산업지구 테크시티는 청계천, 을지로와 비슷한 곳이다. 그곳은 외관은 유지한 채 지금 10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이 탄생한 기회의 땅이 됐다.
청계천, 을지로에 모이는 사람들이 협력, 협업해 만드는 '창의적 다이내믹스'를 미래 가치로 환산할 수 있다면, 미래세대를 위한 '무한대의 기회'가 만들어지는 도시가 될 것이다.

산업생태계와 생활유산, 그리고 미래가 공존할 수 있는 '여백의 계획'이 마련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가길 바란다.
대화와 공론의 힘으로 도시의 전환점을 만드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최도인 메타기획컨설팅 본부장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