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나루]

위축된 車산업 되살리려면


자동차 산업이 위축되고 있다. 2014년 9.9%에 이르던 한국계 완성차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작년엔 8.1%로 떨어졌고, 지난 16년간의 세계 5위 자동차 생산국 자리도 7위로 내주었다. 부품산업도 위축되고 있다. 2013년 898개에 달하던 1차 협력사 수가 2017년엔 851개로 줄었다. 고용도 작년에만 1만여명 감소했다. 사드 영향 등에 따른 중국 시장 부진, 고급차 부문 선진국과의 경쟁력 격차 지속, 중소형차 가격경쟁력 약화 등이 주요 원인이다. 예를 들어 현대 쏘나타와 도요타 캠리의 경우 미국 시장에서 2005년 가격지수를 각각 100이라 한다면 쏘나타는 2010년 128.1, 캠리는 111.7로, 2018년엔 각각 143.4, 133.0으로 쏘나타 가격이 더 빨리 올라가 가격경쟁력이 약화됐다. 현대 엘란트라와 도요타 콜로라의 가격 변화도 비슷한 추세다. 기술경쟁력도 문제다. 연구개발(R&D)의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2017년 현대·기아차의 R&D 투자액은 4조1000억원, 미화 37억달러로 독일 폭스바겐, 일본 도요타의 5분의 2 수준에 불과하고 매출액 대비 R&D 비중도 현대·기아차는 2.8%로 도요타 3.6%, 폭스바겐 5.7%, 미국 GM 5.0% 대비 낮다.

두 가지 원인이 중요해 보인다. 첫째는 자동차 생산은 규모의 경제 실현을 위해 대기업 체제가 필요한 상황에서 R&D 정책 지원은 자동차 기업이 대기업이란 이유로 축소되는 점이다. 2015년 자동차 분야의 국가 R&D 예산은 3107억원으로 전체 국가 R&D 예산 18조9000억원 중 1.64%에 불과하다. R&D 투자비용에 대한 세액공제율도 2013년 3∼6%에서 2018년엔 0∼2%로 줄었다. 우리 경쟁국은 6∼42%에 달한다. 둘째는 우리 업체들의 R&D 투자 여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우선 임금수준이 높다. 2017년 현재 완성차 업체의 1인당 임금은 우리는 9072만원으로 도요타 8390만원, 폭스바겐 8303만원보다 높다. 우리의 1인당 GDP가 독일이나 일본에 비해 낮은 점을 감안한다면 인건비 부담은 심각해 보인다. 매출액 대비 임금 비중이 우리는 12.3%로 도요타 5.9%, 폭스바겐 10.0%에 비해 높은 원인이다. 생산성은 떨어진다. 1대 생산 시간이 우리는 26.8시간인데 일본 도요타는 24.1시간, 미국 포드는 21.3시간, GM은 23.4시간이다. 노동유연성도 최악이다. 호황기 채용을 늘리고 싶어도 채용 확대가 곤란하다. 불황기에 감원하기 어려운 탓이다. 비정규직 파견도, 사업장 내 근로자 전환배치도, 파업 시 대체근로도 쉽지 않다. 게다가 환경과 안전 규제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외국의 최고 수준 규제들을 대부분 골라 도입하고 있는 결과다. 규제 절대수가 많을 뿐만 아니라 각종 기준의 설계 반영과 인증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도 상당하다. 정부와 국회는 새로운 규제들을 지속 도입해가고 있다. 사건 하나 터질 때마다 새로운 규제로 대응하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우리 기업들이 버티는 것이 신기할 정도다.


자동차 산업은 전 세계 1억대 시장을 두고 15개 내외의 글로벌 업체들이 경쟁하는 산업이다. 각종 규제들이 최소한 외국과 동등한 수준으로 구축되지 않는다면 우리 업체들은 설 땅을 잃게 될 것이다. 글로벌 스탠더드 도입 노력을 기대해본다.

정만기 전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