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스트레스 때문에"...'당일치기 명절족' '귀포족' 늘어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1.30 09:01

수정 2019.01.30 16:54

명절 스트레스로 당일치기 귀경 늘어
게임기, 취미용품 판매량 급증
지난해 추석 고향을 다녀온 귀경객들이 서울역을 나서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지난해 추석 고향을 다녀온 귀경객들이 서울역을 나서고 있다. 사진=김범석 기자

#."명절이니 고향은 가야죠. 금방 돌아오게요"
경남 창원이 고향인 김모씨(36)는 다가오는 설날에는 당일치기로 본가에 다녀오기로 했다. 그는 평소에 명절 연휴를 꽉 채워 다녀왔었다. 그러나 나이가 먹을 수록 고향을 다녀오는 게 불편했다. 가족들이 연애나 돈벌이에 대해 꼬치꼬치 캐묻고 이후 잔소리가 심해지기 때문이다.
김씨는 "오랜만에 보면 반가운데 다음날만 되면 스트레스가 쌓인다"며 "기분좋게 얼굴만 보고 바로 올라올 예정"이라고 전했다.


명절 시즌만 되면 찾아오는 스트레스 때문일까. 귀경을 하되 금방 집으로 돌아오는 '당일치기' 명절족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혼자 연휴를 즐기는 사람들을 위한 게임, 쇼핑 등 관련 판매량도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 절반 명절 스트레스 받아
30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통계로 본 10년간 추석의 경제, 사회상 변화 리포트'에 따르면 명절에 '당일치기' 귀경객이 늘었다. 추석 당일 귀성객 비중은 2006년 27.7%에서 2016년 51.8%로 급증했다. 추석 당일과 추석 하루 후 귀경객 비중도 2006년 60.7%에서 2016년 67%로 늘었다.

실제 지난해 추석때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교통량은 490만대로 전년 대비 2.4%감소했으나 추석 당일에는 598만대로 역대 최대 교통량을 기록했다.

당일치기가 늘어난 배경으로 '스트레스'를 손꼽는다. 지난 22일 취업포털 사람인에서 성인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3.9%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답했다.

기혼자의 경우 원인 1위는 ‘용돈, 선물 등 많은 지출이 걱정돼서’로 재무적 문제가 가장 컸다. 이어 ‘처가, 시가 식구들이 불편해서’, ‘근황을 묻는 과도한 관심이 싫어서’ 등의 순이었다. 미혼자의 경우 ‘어른들의 잔소리’였다. 이어 ‘근황을 묻는 과도한 관심이 싫어서’ 등이 손꼽혔다.

고향이 부산인 박모씨(33)는 "아내가 시댁에 가는 것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몇 번을 싸우다 결국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부모님께 회사 당직이 있다고 변명했다"고 말했다.

■게임기 등 취미용품 판매량 급증
귀경길이 당일치기가 된 탓에 여가를 즐기는 인구들은 늘어나고 있다. G마켓에 따르면 추석 일주일 전인 지난 22~28일 게임 관련 상품 판매량이 지난해 설에 비해 806%나 신장했다. 자전거, 낚시 등 취미용품의 판매량도 각각 104%, 67%가 늘었다.

G마켓 관계자는 "올해 설 연휴에는 일찍 명절을 보내고 돌아와 휴식을 취하려는 사람들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며 “귀성을 포기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려는 ‘귀포족’을 중심으로 게임기, 취미용품 등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했다.

명절 연휴에 여가를 즐기면서 극장도 붐볐다.
최근 3년간 추석 연휴에 전국 영화관을 이용한 관람객은 2015년 601만명에서 지난해 1101만명으로 2년 새 80% 이상 급증했다.

김규원 경북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현대사회에서 가족이 예전과 달리 정체성이나 자아만족감에 큰 의미를 주지 않고 있다"며 "가족 형태의 집단 문화가 개인에게 경제적, 정신적, 심리적으로 부담스러운 존재로 됐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자식 입장에서 본인에게 부과된 결혼, 취업 등 역할에 대해 부모가 기대한 만큼 본인이 하지 못해 스스로 회피하려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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