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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 EU-일본 반사이익?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06 17:03

수정 2019.02.06 17:03

"환율전쟁·보호주의 확산..세계경제는 타격" UNCTAD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국가별 수출 확대 규모 전망(단위: 10억달러) 자료=UNCTAD, CNN비즈니스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국가별 수출 확대 규모 전망(단위: 10억달러) 자료=UNCTAD, CNN비즈니스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은 환율전쟁 위험과 보호주의 확산을 부를 것이라고 유엔무역개발위원회(UNCTAD)가 경고했다. 그러나 유럽연합(EU), 멕시코, 일본, 한국, 인도 등 이들 국가의 생산을 대체할 능력을 갖춘 나라들은 양국 관세인상의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예상됐다.

5일(현지시간) CNBC, CNN비즈니스 등 외신에 따르면 UNCTAD는 전날 밤 공개한 보고서에서 미중이 지난해 합의한 대로 오는 3월 1일 이전에 양국 무역협상이 타결되지 못하면 세계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면서 이같이 전망했다.

미국이 지난해 9월 중국 제품 2000억달러어치에 10% 관세를 물리면서 시작된 무역전쟁은 12월 아르헨티나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고비로 양측이 휴전에 합의했다. 미 관세에 중국도 보복관세로 맞불을 놓으면서 달아오르던 무역전쟁은 양국 정상의 합의로 오는 3월 1일까지 협상을 지속하는 대신 당초 1월부터 적용키로 했던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율을 25%로 올리는 미국의 조처는 일단 연기됐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양국 무역협상이 전전되고 있다면서 마감시한 연장을 시사한 바 있어 협상은 더 길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환율전쟁, 보호주의 확산"
보고서는 미중의 관세 지속 또는 인상은 그러잖아도 여전히 취약한 세계 경제에 심각하고 피할 수 없는 충격을 주게 될 것이라면서 상품부터 금융시장, 환율 등이 특히 크게 요동칠 것으로 예상했다.

UNCTAD는 "주요 위험 가운데 하나는 무역긴장이 환율전쟁 소용돌이를 부른 것"이라면서 "(환율전쟁으로 각국이 경쟁적으로 달러에 대한 자국 통화가치를 낮추게 되면 달러 값이 뛰고, 이에따라 저개발국들의) 달러 표시 부채 상환을 더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UNCTAD는 이어 "또 다른 위험요인으로는 더 많은 나라들이 이 대열에 동참하는 것"이라면서 그렇게 되면 보호주의 정책이 글로벌 수준으로 보편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보고서는 특히 이같은 보호주의 정책들로 인해 가장 큰 충격을 입는 나라들은 일반적으로 경제가 취약한 나라들이라고 지적했다. 또 미중의 보복전은 국내 시장을 넘어 세계 시장에 도미노 효과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봤다.

보고서는 "관세 인상은 대상 제품 조립업체 뿐만 아니라 공급망 주변의 공급업체들까지 처벌하는 것"이라면서 미국의 대중 관세는 동아시아 공급망에 가장 큰 충격을 줘 동아시아 국가들이 1600억달러에 육박하는 댓가를 치르도록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U-일본 등은 반사이익
미중의 상호 보복 속에 그 이득은 자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대부분 돌아가는 것으로 UNCTAD는 추산했다. 2500억달러어치 중국 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로 중국 제품을 대체할 미국 제품은 6%에 불과한 반면 중국은 12%를 되찾아올 것으로 예상됐다. 나머지 82%는 다른 나라들이 시장을 장악할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중국의 미 제품을 대상으로 한 보복관세 역시 보복관세 대상의 10%에 못미치는 규모를 미국이 되찾는 대신 중국은 5% 안팎의 시장을 갖게 될 것으로 예상됐다. 85%는 다른 나라들이 메우게 된다. UNCTAD는 관세로 생긴 틈을 메우면서 가장 큰 혜택을 볼 나라들은 이들의 생산력을 대체할 능력을 갖춘 곳들이라고 지적했다.

우선 EU가 미중 교역 가운데 관세로 생긴 공백 가운데 700억달러어치의 수출 시장을 장악해 가장 큰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됐다. 멕시코, 일본, 캐나다가 각각 200억달러 넘는 혜택을 보고, 한국, 인도, 호주, 브라질, 대만 등은 100억달러 넘게, 베트남은 80억달러 안팎의 수출확대를 경험하게 될 것으로 UNCTAD는 내다봤다.

현재 수출 총액 대비로는 호주, 브라질, 인도 등이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UNCTAD 국제교역분과 위원장인 파멜라 코크-해밀턴은 기자회견에서 미중 관세는 양국의 경제규모로 인해 국제교역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면서 "관세 맞교환은 상대국의 교역을 제한하는 효과적인 수단이기는 하지만 (트럼프가 당초 기대한 것과 달리) 자국 기업들을 보호하는데는 매우 효과적인 수단이 못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때문에 "미중 교역은 줄어들고 다른 나라들의 수출이 빈 곳을 메우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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