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과학

IBS 혈관연구단, 암세포의 림프절 전이 기전 세계최초 규명

조석장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08 04:00

수정 2019.02.08 17:50

암세포의 림프절 전이, 지방산이 핵심 연료
차세대 항암제 개발에 중요한 토대
사이언스誌에 논문게재, 차세대 항암 치료 신약 개발 등 기대
암세포의 림프절 전이 과정 모식도 암세포는 암이 처음 시작된 원발 종양(primary tumor)에서 혈관 또는 림프관을 통해 전이를 시작한다. 그 중 림프관으로 나온 암세포는 첫 번째 만나는 림프절(종양배수림프절)에 도달해 자라나기 시작한다. 림프절은 지방이 많은 조직이라는 특징이 있는데, 연구진은 담즙산이 림프절에 도달한 암세포 핵의 비타민D 수용체(VDR)의 활성화를 유도하며, 그 결과 전사인자 YAP이 활성화되어 지방산 산화를 증가시키고 림프절 전이를 촉진시킨다는 사실을 밝혔다. 결과적으로 암세포는 성공적인 림프절로의 전이를
암세포의 림프절 전이 과정 모식도 암세포는 암이 처음 시작된 원발 종양(primary tumor)에서 혈관 또는 림프관을 통해 전이를 시작한다. 그 중 림프관으로 나온 암세포는 첫 번째 만나는 림프절(종양배수림프절)에 도달해 자라나기 시작한다. 림프절은 지방이 많은 조직이라는 특징이 있는데, 연구진은 담즙산이 림프절에 도달한 암세포 핵의 비타민D 수용체(VDR)의 활성화를 유도하며, 그 결과 전사인자 YAP이 활성화되어 지방산 산화를 증가시키고 림프절 전이를 촉진시킨다는 사실을 밝혔다.
결과적으로 암세포는 성공적인 림프절로의 전이를 위해 지방산을 연료로 삼는 것이다.

림프절 전이의 단계 및 지방산 산화 억제제에 의한 림프절 전이 억제 효과 그림 A는 일반 림프절에서 흑생종 암세포가 전이되는 단계별 과정을 촬영한 형광현미경 사진이다. 연구진은 미세전이 림프절과 거대전이 림프절에서 각각 암세포를 분리해 처음 종양이 시작된 원발종양 암세포와 비교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지방산 대사 관련 유전자가 전이된 림프절에서 더욱 활성화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지방산 산화 억제제(Etomoxir)를 실험군에 투여하자 대조군에 비해 암세포의 림프절 전이(이미지 속 검은 부분이 암세포(흑색종))가 획기적으
림프절 전이의 단계 및 지방산 산화 억제제에 의한 림프절 전이 억제 효과 그림 A는 일반 림프절에서 흑생종 암세포가 전이되는 단계별 과정을 촬영한 형광현미경 사진이다. 연구진은 미세전이 림프절과 거대전이 림프절에서 각각 암세포를 분리해 처음 종양이 시작된 원발종양 암세포와 비교분석을 진행했다. 그 결과, 지방산 대사 관련 유전자가 전이된 림프절에서 더욱 활성화되어 있음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지방산 산화 억제제(Etomoxir)를 실험군에 투여하자 대조군에 비해 암세포의 림프절 전이(이미지 속 검은 부분이 암세포(흑색종))가 획기적으로 감소함을 확인했다(그림B).

암세포의 림프절 전이에 있어서의 전사인자 YAP의 역할 연구진은 림프절에 전이된 흑생종(그림A)과 유방암(그림B) 모델 생쥐의 암세포를 형광염색법을 이용해 현미경으로 관찰했다. 두 이미지 모두에서 YAP 전사인자(진한 녹색)가 활성화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암세포의 림프절 전이에 있어서의 전사인자 YAP의 역할 연구진은 림프절에 전이된 흑생종(그림A)과 유방암(그림B) 모델 생쥐의 암세포를 형광염색법을 이용해 현미경으로 관찰했다. 두 이미지 모두에서 YAP 전사인자(진한 녹색)가 활성화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고규영 단장(오른쪽)과 이충근 박사
고규영 단장(오른쪽)과 이충근 박사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 연구단 고규영 단장(KAIST 의과학대학원 특훈교수) 연구팀이 암세포가 림프절로 전이하기 위해 지방산을 핵심 연료로 활용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규명했다.

연구진은 흑색종(피부암)과 유방암 모델 생쥐를 이용해 림프절*에 도달한 암세포가 지방산을 에너지로 삼아 주변 환경에 적응하고 대사(metabolism)**를 변화시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IBS는 이번 연구 성과가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 IF 41.058) 온라인 판에 2월 8일 새벽 4시(한국시간) 게재되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폐나 간 등 장기로의 전이에 집중하던 기존의 암 연구와는 다른 접근법으로, 면역기관인 림프절에 도달한 암세포의 생존전략을 규명, 향후 암 연구에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암의 림프절 전이 정도는 암 환자의 생존율을 예측하고, 치료 방향을 설정하는데 매우 중요한 판단기준이 된다. 하지만 암의 림프절 전이 과정과 기전은 의문으로 암세포가 어떻게 각종 면역세포가 있는 림프절에서 생존하는지는 지금까지 거의 밝혀지지 않았다.

기존연구에서는 대부분의 암세포는 포도당을 주 에너지원으로 쓴다는 게 정설이었으나 연구진은 RNA 분석과 동물실험을 통해 림프절에 도달한 암세포는 지방산을 주 에너지원으로 쓴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혔다.

연구진은 흑색종과 유방암 모델 생쥐에 지방산 대사를 억제하는 약물을 주입하자 림프절 전이가 억제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는 암세포가 더 이상 연료를 태울 수 없어 전이가 진행되지 않는 셈이다.


특히 림프절에 도달해 자라는 암세포에서 YAP 전사인자***가 활성화되어 있음을 발견, YAP 전사인자가 암세포의 지방산 산화를 조절하는 인자임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암세포 내 YAP 전사인자의 발현을 억제하자 암의 림프절 전이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관찰했다.


고규영 단장과 논문의 제1저자인 이충근 박사(종양내과 전문의)은 “이번 연구는 암 전이의 첫 관문인 림프절에서 암세포가 대사를 변화시켜 지방산을 주 에너지원으로 쓴다는 현상과 그 기전을 처음으로 밝혔다”며 “추후 림프절 전이를 표적으로 삼는 차세대 항암제 개발에 중요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이번 성과의 의미를 밝혔다.

■용어설명
* 림프절 : 각종 림프구와 백혈구가 포함되어 있는 면역기관의 일종으로 림프관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는 동그란 형태의 조직

** 대사: 생물체가 생명 유지를 위해 진행하는 합성, 분해, 조절 등 일련의 모든 과정

*** YAP 전사인자 : 조직 항상성, 장기 크기와 재생 그리고 종양 발생에 주요한 역할을 수행한다고 알려진 전사인자

seokjang@fnnews.com 조석장 기자

fnSurve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