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에서]

김현종 유명희의 약속을 믿는다


국가정책 중에 '통상'만큼 결과가 바로 나타나는 것도 없다. 국가 간 통상협상이 잘되고 못되고를 두고 금세 평가받고, 때로는 그 성과도 폄훼된다. 협상 진행 또한 빠르다. 그만큼 신속한 의사결정과 정확한 상황판단이 요구된다. 총성 없는 '통상전쟁', 협상 당사자들이 겪는 심리적 압박은 클 수밖에 없다.

발표가 임박한 '자동차 232조' 때문에 미국으로 간 통상교섭본부장 김현종, 통상교섭실장 유명희 등 정부 대표단 10여명이 8일 귀국했다. '김현종 대표단'은 설 연휴가 낀 열흘간 워싱턴DC에서 윌버 로스 상무장관,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등 미국 정부, 의회 유력인사 11명을 만났다.

김현종은 이들을 만나 "미국은 한국에 '자동차 232조' 관세조치를 부과해선 안된다"고 요구했다. 미국의 주요 교역국 중 가장 먼저 자유무역협정(FTA)을 개정해 민감한 자동차 이슈를 선제적으로 해소한 경제동맹국 한국을 '232조'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올 1월 발효한 한·미 FTA 개정에서 픽업트럭 관세(25%)를 20년 연장(2041년)해 자국 시장을 지켰다.

'자동차 232조'는 대(對)한국 관련 FTA 개정, 철강관세에 이은 트럼프의 세번째 보호무역 카드다. 앞서 트럼프는 철강관세를 지렛대로 한국은 물론 캐나다·멕시코와 FTA 협정(USMCA)에서 원하는 것을 가졌다. 이 덕에 트럼프는 중간선거(2018년 11월 6일)에서도 건재했다.

트럼프가 윌버 로스에게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용해 수입산 자동차·부품의 국가안보 침해 여부를 조사하라고 지시한 것은 지난해 5월이다. 트럼프는 일부 예상과 달리 조사 보고기한(2월 19일)까지 이를 끌고 갔다. 이를 빌미로 트럼프는 USMCA를 체결했고, 북미 3국 간 밸류체인이 얽혀 있는 자동차 분야에서 미국의 이익을 담보했다.

'자동차 232조'는 미국법상으로 열흘 남았다.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수입산 자동차 및 부품에 20∼25% 관세 또는 자율주행차·전기차 등 미래형 자동차 부품에 한해 관세 부과 등이 거론된다. 한국이 '관세폭탄'을 맞을지, 안전지대로 벗어날지는 알 수 없다. 만일 관세가 실현된다면 한 해 80만대 이상을 미국에 수출하는 우리로선 타격이 크다. 실제 '자동차 232조' 핵심 타깃인 일본, 독일에 비해 한국의 대미 수출감소율(-22.7%)은 가장 크다. 수출의존도가 높아서다. 지난해 기준 대미 전체 수출(727억달러)에서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수출 비중은 26%(189억달러)에 달한다.

생각하긴 싫지만, 이렇게 되면 어렵사리 개정한 한·미 FTA도 무슨 의미가 있으랴. 1년 전 FTA와 철강관세를 동시 타결한 '김현종의 결정'은 이익균형에 실패한 거래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게 된다. 대미 5대 자동차 수출국가는 멕시코, 캐나다, 일본, 독일, 한국이다. 이 중 트럼프가 FTA를 개정하지 않은 나라는 일본, 독일뿐이다. 이들이 자동차관세의 타깃이 돼야 한다. 한·미 FTA 개정의 유효성은 지속돼야 한다. 다시 한번 김현종-유명희로 대표되는 통상당국의 노력이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 김현종은 "FTA 타결로 세계적인 무역전쟁 소용돌이 속에서 빠져나와 또 다른 전쟁을 착실히 준비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가 말한 대로 FTA 개정 당시 이미 예고된 자동차 232조를 염두에 두고 대응했으리라 믿는다. 자동차 232조를 끝으로 사의를 표한 유명희는 그가 말한 대로 "현직에 있는 동안 1분1초, 최선을 다해줄 것"을 믿는다. 우리 이익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경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