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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셋값 14주째 하락] 입주 폭탄에 매매·전세가 동반 하락…'역전세대란' 오나

김민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07 17:41

수정 2019.02.07 17:41

송파 전세가율 49.9% 역대 최저..서울 올해 28만가구 입주 예정
봄 이사철에도 반등 못하면 더 떨어져 '깡통전세' 우려도
# 송파구에 사는 전세세입자 A씨는 지금 살고 있는 집이 나가지 않아 집주인과 마찰을 빚고 있다. 전세가격은 오히려 더 싸면서 신축인 인근 헬리오시티로 옮기고 싶은 A씨는 집주인에게 계약 만료시점에 계약 해지를 요구했다. 하지만 집주인은 "집을 보러 오는 사람이 없다. 당장 수억원을 어떻게 내주느냐"면서 시간을 끌고 있다. A씨는 "법적으로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해도 집주인이 이렇게 나오면 보증금 반환절차를 밟는 동안 어쨌든 세입자가 피해를 볼 수밖에 없지 않으냐"고 말했다.
[서울 전셋값 14주째 하락] 입주 폭탄에 매매·전세가 동반 하락…'역전세대란' 오나


최근 늘어난 입주물량으로 서울 전셋값이 14주 연속 하락하면서 수요자들 역시 매매보다는 전세를 연장하거나 더 저렴한 곳으로 옮기는 사례가 늘고 있다.


다만 올해 3월 이사철까지 전셋값 하락이 멈추지 않고 지속된다면 하반기에는 전셋값이 더 떨어지고, 매매가 역시 빠지면서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깡통전세' 우려도 나온다.

7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월 넷째 주(28일 기준) 전셋값은 전주 대비 0.13% 하락하면서 지난해 11월 12일(-0.01%) 이후 12주째 연속 하락세다.

특히 1만가구 규모의 헬리오시티 입주가 시작된 송파구는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전세가율)이 역대 최저치를 경신했다. KB부동산 월간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시 송파구의 전세가율은 49.9%로 역대 최저치를 찍었다.

■물량폭탄에 전셋값도 못 버텨

이처럼 전셋값이 하락세를 이어가는 이유는 서울 지역의 공급량이 갑자기 많아졌기 때문이다. 또 정부의 임대주택 등록 활성화 방안으로 인해 세입자들이 최대 8년 동안 임대료의 큰 상승 없이 계약을 연장할 수 있어 전세수요가 줄어든 것도 한몫했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2017년 38만가구가 서울에 입주했고 지난해 44~45만가구, 올해 48만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라 3년 동안 120만가구가 쏟아질 예정"이라면서 "하반기에도 임대차 시장은 조정 혹은 보합을 유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통상 매매가가 떨어지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수요자들이 매매시장보다 전세시장에 몰리면서 전셋값이 올라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매매가와 전셋값이 동시에 하락하는 것은 그만큼 공급물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집값은 기본적으로 집주인이 손실을 회피하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에 시장이 경색될 경우 가격이 하락하기보다는 거래량이 줄어든다"면서 "하지만 전세는 집주인이 전셋값이 떨어지더라도 2년 후에 더 올려 받으면 된다는 생각에 크게 자산손실이라고 생각을 안하기 때문에 저항이 덜하다"고 말했다.

세입자들 역시 전셋값 하락과 더불어 매매가도 떨어지고 있어 당장 기존 아파트를 구매하기보다는 무주택자들에게 당첨 기회가 늘어난 청약시장에 대거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인포 권일 리서치팀장은 "아직까지 서울은 청약 아파트가 저렴한 상황이고, 나중에 다시 반등할 것이라는 생각에 수요자들이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봄 이사철 후 '깡통전세' 우려도

다만 계절적 수요가 중요한 봄 이사철에도 전셋값이 유지되거나 반등되지 못한다면 전셋값 하락은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 전셋값이 떨어지면 신규로 시장에 들어오는 세입자들은 저렴하게 전세를 구해 좋을 수 있지만 반대로 기존 세입자들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우려가 커진다.

또 전셋값이 떨어지면서 전세가율이 하락하면 전세가격과 매매가격의 격차가 커지면서 갭투자가 시장에서 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갭투자가 없어지면 매매수요 역시 둔화되고, 급매물이 늘면서 집값 하락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2년 후에 매매가가 기존 전셋값보다 떨어지면 깡통전세 우려도 나올 수 있다는 점이다.
박원갑 전문위원은 "당장은 집값이 전세보증금보다 높지만 매매가가 더 떨어져 보증금보다 더 낮아지면 깡통주택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면서 "이번 봄 이사철 전셋값의 향방이 향후 부동산시장의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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