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fn선임기자의 경제노트] 서울 미세먼지와의 전쟁, 근본 해결책은 중국에 있다

김두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02.10 16:46

수정 2019.02.10 22:10

김두일 정책사회 선임기자 
겨울에도 미세먼지 공습..숨쉬기 두려운 도시
서울 1월 세자릿수까지 치솟기도
공기 안좋다는 인도·중국의 2∼3배
핀란드 등 청정지역은 한자릿수
[fn선임기자의 경제노트] 서울 미세먼지와의 전쟁, 근본 해결책은 중국에 있다

"초미세먼지는 공해를 넘어 전염병처럼 국민건강을 위협하는 재난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날로 악화하는 초미세먼지를 재난으로 규정하고, 재난 수준의 예방 및 퇴치방안 마련에 팔을 걷어붙였다. 그도 그럴 것이 초미세먼지는 입자 크기가 지름 2.5㎛(1㎛s는 1㎜의 1000분의 1)으로 매우 작아 호흡할 때 기도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와 혈관으로 침투해 각종 호흡기 질환과 각종 합병증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특히 미세먼지는 광범위하게 퍼져 무차별적으로 사람에게 위해를 가하는 점을 감안하면 과거 흑사병 등 전염병과 같은 수준의 재앙이다. 이런 초미세먼지가 요 몇 년 사이 겨울철에 급격하게 심해지며 국민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오죽하면 요즘 '미세먼지 있는 따뜻한 날씨보다, 미세먼지 없는 추운 날씨가 더 좋다'는 말이 유행처럼 번질까.

[fn선임기자의 경제노트] 서울 미세먼지와의 전쟁, 근본 해결책은 중국에 있다

■미세먼지 갈수록 기승…국민건강 위협

지난 1월 13~15일은 초미세먼지 농도가 최악이었다.
이때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50㎍/㎥(1㎍은 100만분의 1g)를 초과하며 숨쉬기가 부담스러운 지경에 달했다.특히 14일은 10m 앞을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초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렸다. 이때 초미세먼지 농도는 평균 129㎍/㎥, 오후 6시에는 154㎍/㎥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평균 23㎍/㎥로 보통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6.7배나 높다. 초미세먼지 농도가 최악인 인도의 90㎍/㎥, 중국 53㎍/㎥보다도 2∼3배가량 높다. 인도나 중국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 벌어졌다. 이쯤 되면 가히 살인적이라고 할 만하다. 청정지역으로 불리는 핀란드와 미국은 초미세먼지 농도가 6㎍/㎥,7.4㎍/㎥로 한자릿수에 머물고, 일본(12㎍/㎥)과 이탈리아(16,5㎍/㎥)도 양호하다.

서울시는 당시의 초미세먼지 발생 원인을 기류, 즉 기압골의 정체로 꼽았다. 대륙성 고기압이 약화되며 한반도 주변에 자리잡은 고기압의 영향으로 대기정체와 미세먼지의 국외, 특히 중국 유입이 반복되면서 초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 것으로 봤다. 바람이 불지 않고 눈이나 비가 내리지 않으면 이런 현상은 앞으로도 반복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대기정체 현상이 지속되는 11월부터 3월까지 기승을 부린다는 환경적 요인을 안고 살고 있는 셈이다.

초미세먼지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서울시는 안간힘을 쓰고 있다. 서울시는 당시 초미세먼지 '주의보'를 내리고 비상대책을 펼쳤다. 13일(83㎍/㎥)에는 일요일인데도 도로상의 분진흡입청소를 하고 대기배출시설 12곳의 가동률을 낮췄다. 14일에는 서울지역 공공기관 주차장 434곳을 전면 폐쇄하고 2005년 이전에 등록된 2.5t 이상 경유 차량의 운행을 제한했다. 서울시는 공해차량 운행제한에서 적발되면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고 설명했다.

서울의 초미세먼지는 2012년(23㎍/㎥)까지 줄었다가 그 이후엔 증감을 반복하고 있다.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2013년 초미세먼지는 25㎍/㎥까지 올랐다가 2014년과 2015년에는 각각 24㎍/㎥, 23㎍/㎥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하지만 2016년 또다시 26㎍/㎥으로 증가했다. 이어 2017년 25㎍/㎥,지난해 23㎍/㎥으로 다시 감소세를 보이기도 했다.

■서울시, 2025년 15㎍/㎥으로 감축

서울시는 긴급처방과 병행해 초미세먼지 발생의 근원을 차단하는 근본처방을 통해 내년에 20㎍/㎥으로 낮추고 오는 2025년까지 미세먼지를 청정지역 수준인16㎍/㎥으로 줄일 계획이다.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에 따르면 서울지역 초미세먼지 발생으로 55%를 중국 등 국외 유입으로 본다. 또 경기도와 인천 등 지역으로부터의 유입도 12%로 보고 있다. 서울시 자체에서의 발생 영향은 22%에 불과한 것으로 서울연구원은 파악했다. 서울에서 자체 발생하는 초미세먼지는 난방연료가 39%, 자동차 37%,공사장 등지의 비산먼지 20% 등으로 파악했다.

초미세먼지는 주로 자동차 배기가스나 화력발전소 등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중국으로부터의 유입을 가장 큰 원인으로 본 것이다. 과거에는 겨울철에 시베리아기단의 영향으로 공장이나 도시가 거의 없는 북서풍이 불며 미세먼지 걱정은 거의 없었으나 최근 들어 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서풍이나 서북풍이 자주 불면서 중국의 베이징이나 동부연안 공장지대 등으로부터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급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초미세먼지에서 중국의 영향이 60~70%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초미세먼지를 퇴치하려면 국내적 측면과 중국과의 외교를 통한 공조 등 두가지 처방이 필요하다. 이 가운데 박 시장이 중점을 두는 건 국내, 특히 서울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에 초점을 맞춘다. 물론 정부 차원의 대책과도 맥이 닿아있다. 정부는 자동차 부제운영과 공공주차장 주차금지 등 자동차 운행관리 억제와 화력발전소 가동 축소 등에 나서고 있다.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예방에도 공을 들인다. 기상청은 물론이고 지자체 차원에서 날씨뿐만 아니라 미세먼지 및 초미세먼지 농도와 관련해서도 실시간으로 예보하고 있다. 이 정보를 활용해 외출을 자제하거나 마스크를 착용하는 등 개별적으로도 대비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노후보일러교체·친환경차 지원 확대

서울시는 가정용 노후 보일러를 효율성이 높은 콘덴싱 보일러로 교체하는 데도 힘을 쓰고 있다. 콘덴싱보일러는 열효율이 높은 데다 가열된 배기가스의 뜨거운 기체가 차가운 물을 데운 뒤 액체로 응축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다. 서울에는 현재 341만대의 가정용 보일러가 있다. 이 중 129만대는 10년 이상 오래돼 질소산화물 등 오염과 미세먼지 배출의 주범으로 꼽힌다. 서울시는 이에 따라 경동나비엔, 귀뚜라미, 대성쎌틱에너시스, 롯데 알미늄, 린나이코리아, 알토엔대우 등 보일러 제작사와 손잡고 친환경 콘덴싱보일러를 보급하고 있다. 서울시는 이들 업체와 협력해 지난해 2만대를 보급했다. 올해는 3만대, 내년 5만대, 2021년 5만대, 2022년 10만대 등 총 25만대의 콘덴싱보일러를 보급할 계획이다. 특히 콘덴싱보일러 제조사는 판매가격의 10%를 할인해 주고있다.

서울시는 또 노후자동차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을 줄이기 위해 공해차량에 대한 운행을 제한한다. 서울시는 2005년 12월 이전에 등록한 경유차량을 공해 배출차량으로 보고 있다. 이 공해배출차량은 서울에만 20만대, 전국에는 220만대가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동시에 전기차·수소차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충전소 설치에도 팔을 걷었다. 서울시는 지난해까지 전기차 1만대를 보급했으며 664대의 충전설비를 갖췄다. 2022년까지 8만대의 전기차를 공급하고 충전시설은 2000대로 늘릴 방침이다. 서울시는 이 밖에도 자동차 배출가스 점검과 공회전 단속을 강화한다.

■중국 등 주요 도시와 근본처방 모색

서울시는 초미세먼지의 근본처방에도 적극 나서기로 했다. 당장 인천과 경기도 등과 노후 경유차 조기폐차를 지원하고, 휘발유와 경유 가격 차이를 없애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광역단체장 간 관련 간담회를 정례화해 환경개선 사업을 발굴·시행하고 있다.
중국과 협력을 통한 근본 해법 마련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지난해 3월 천지닝 베이징시장이 서울시를 찾아 박원순 시장과 환경분야 공동연구단을 구성하는 등 양 도시 간 협력을 약속했다.
한발 더 나아가 중국 주요 도시와의 자매결연 등을 통한 공조도 적극적으로 펼친다는 게 박 시장의 계획이다.

dikim@fnnews.com 김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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