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성장의 역설'...설비투자는 늘지만 고용 성장은 '미미'

/사진=연합뉴스

설비투자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최근 2년 평균 10%를 기록했다. 2000년대 초반 8%대까지 떨어진 것에 비해서는 큰 폭 증가다. 하지만 설비투자와 고용간의 상관관계가 둔화되면서 투자비중은 늘었지만 일자리는 제자리걸음인 역설적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설비투자의 상당부분이 반도체 등 자동화 장치 산업 위주여서다. 올해 설비투자에서 반등세가 예상됨에도 고용개선은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1일 한국은행과 통계청에 따르면 실질 GDP내에서 설비투자 비중은 지난 2017년 10.2%, 지난해 9.8%로 집계됐다. 지난 2017년 비중은 지난 2000년(10.6%) 이후 17년 만의 최고치다.

GDP 내 설비투자 비중은 2000년대 초반 8% 후반에서 9% 초반 수준이었다. 기업들의 해외 이전이 늘면서 국내 설비투자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2010년을 지나 9% 중반대로 진입했고 최근에는 10% 수준까지 올라왔다.

설비투자 증가는 고용확대를 의미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되지만 현실은 다르다. 설비투자 규모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고용은 지지부진하다. 지난 2017년 설비투자는 전년대비 14.6% 증가했지만 취업자 수 증가율은 1.2%에 그쳤다. 설비투자 증가가 취업자 수 확대로 연결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지난해에는 역대 2위 규모의 설비투자가 이뤄졌음에도 취업자 증가율은 0.4%로 둔화됐다.

설비투자와 고용의 상관관계 단절은 국내 산업구조 변화와 관계가 있다. 우리나라 제조업 구조가 과거에는 경공업 또는 중공업 등 노동집약적 업종이 중심이었지만 갈수록 자동화가 된 장비가 핵심임 장치 산업 위주로 바뀌고 있다.

대표적인 장치 산업의 사례가 '반도체'다. 반도체 수출이 지난해 연간 총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9%에 이른다. 수출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대규모 설비투자가 이뤄졌다는 의미다. 문제는 설비투자가 주로 자동화된 반도체 생산 장비를 구매하는 방향으로 집행됐다는 점이다. 기업들의 설비투자 수준은 높아도 대부분이 자동화된 장비 구매에 집중되면서 고용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2017년 기준으로 대표적 장치 산업인 전기 및 전자기기 제조업의 경우 전년대비 설비투자가 56.7% 확대됐다. 반대로 노동집약성이 높은 섬유 및 가죽제품과 운송장비 제조업의 설비투자는 각각 12.7%, 2.8% 감소했다.

이 같은 흐름은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다. 한은은 지난해 역성장(-1.7%)했던 설비투자는 올해 반등에 성공해 2.0%의 성장을 기록할 본다.
그러나 취업자 수 증가율은 0.5% 늘어나는데 그칠 전망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설비투자가 늘면 운용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고용이 늘어나는 것이 맞다. 다만 반도체와 같이 자동화장비 비율이 높으면 설비투자가 늘어도 고용이 늘어나는 정도가 적다"며 "설비투자 중에는 생산 자동화를 위한 투자도 있어 기계가 고용을 대체하는 효과를 발생시키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